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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 : 굿-즈, 음….

박현정 : 근심이 있으신 것 같아요. (일동 웃음).

최윤 : 약간 걱정되기도 하고. 파는 거 만드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작가들도 많아서 어떤 행사가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박현정 : 평소에 작품을 판매 목적으로 만들어보거나 판매해 본 적 없나요?

최윤 : 네. 작업이 팔리는 걸 경험을 안해봐서 더 이상하게 느끼는 거일 수도 있어요.

황아람 : 작업을 판다는 것에 대해서 평소에 어떻게 생각했어요?

최윤 :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굿-즈 때문에 생각을 해보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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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 굿-즈가 계기가 되어서 ‘내 작품을 어떻게 팔지?’라는 생각을 해봤다는 분들이 꽤 있어요. 자기 나름대로 하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분들이 있고 새로 뭔가 만드는 분들도 있죠. 이번 굿-즈에서 선보일 작품 소개 부탁드려요.

최윤 : 사진이 담긴 탁상 액자를 팔아요. 그게 어떤 사람의 사진인데, 그 사람에게 제가 ‘하나 코’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가상의 인물일 수도 있고, 실제 누군가일 수도 있고, 저일 수도 있고. 말장난이긴 하지만 저에게 하나 코는 50명이 다 다른 사람이에요.

최윤 : (책상 위 액자를 가리키며) 저기 한 명 있어요.

박현정 : 이 사람이 하나 코?

최윤 : 네. 다른 사람 같죠? 이 사람이 하나 코에요.

황아람 : 굿-즈에서 다른 모습을 하고 계시면….

최윤 : 네, 다른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제가 파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파는 게 더 재밌을 것 같기도 해요. 굿-즈를 하려고 찍은 사진들은 아니고, 2010년부터 현재까지 찍은 셀카들이에요. 평소에 셀카들 찍잖아요.

황아람 : 그런가요? (일동 웃음).

최윤 : 그럼요. 셀카를 찍죠. 적당한 셀카를 찍는 건 건강에도 좋대요. 셀카 홍보를 하는 건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지만. 프로필 사진 같은 거 때문에라도 셀카를 찍잖아요. 심심할 때도 찍고요.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5년간의 50개의 하나 코가 나온 거죠. 하나 코 1번, 하나 코 2번, 하나 코 3번, 하나 코 4번 이렇게 다 이름을 붙이려고요.

황아람 : 50개가 다 다른 사진이에요?

최윤 : 네. 다 다른 상황에서 찍은 사진이고, 다른 스타일의 사진이에요. 셀카를 60~70장 정도 모았고, 그 중에서 뽑았어요. 사진에 찍힌 날짜와 시간이 정확히 기재되어 있어요. 굿-즈 참가 제안을 받고 바로 이걸 해야 겠다고 결정을 내렸어요. 이 행위가 재밌을 것 같아서요. 셀카를 파는 행위가 아니라 이 액자를 누군가가 사가서 자기 방에 놓는 행위가요. 이 사진 속 사람은 작가가 아니라 자기 친구와 닮았을 수도 있고, 사촌과 닮았을 수도 있고, 예전에 알았던 사람일 수도 있는, 누구든 될 수도 있는 그런 사람이에요. 두고두고 계속 보다 보면 익숙해질텐데 그 지점이, 그리고 그걸 굿-즈에서 판다는 게 재밌는 거예요.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더니 절대 안 살거라고….

황아람 : 사고 싶은 생각이 점점 드는데요. 지금 제 방을 생각하면서 거기다 놓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최윤 : 네, 바로 그런 심리입니다. 구매자와 가까워지는 게 목적이에요. 돈으로 거래하고 끝이 아니라, 이 사진을 산 사람과 제가 궁극적으로는 친해질 수 있다고 믿는 거예요. 책상과 탁장, 현관, 신발장 어디에든 놓을 수 있도록 세울 수도 있고 눕힐 수도 있는 액자로 만들었어요. 어디 넣어뒀다가도 꺼내면 사진이니까, 어떤 사람의 사진이니까 눈이 가잖아요. 그러다보면 제가 하나 코라는 이름을 붙인 것처럼 그 사람도 어떤 인물을 덧입혀 상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친구는 자기 여자친구한테 하나 코 사진을 들키면 끝장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황아람 : 그것도 재밌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여자친구가 물어보면, 이게 현대미술이라는 걸 설명할텐데 그 장면도 재밌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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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 작품을 파는 과정에서 구매하는 분에게, 예를 들어 매뉴얼을 전달한다든지 아니면 뭔가 정보를 받는다든지 그런 게 있나요?

최윤 : 고민하고 있어요. 하나 코라는 이름을 붙인 데에도 뒷이야기가 있거든요. 그걸 음성으로 틀어 놓으면 어떨지 생각하고 있어요. 사진 50개 액자가 검정 프레임이에요. 액자가 청동 거울 역할도 해요. 아마 웹사이트 주소가 액자에 들어가게 될 것 같아요.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50장을 다 볼 수 있어요. 50장 사진을 슬라이드쇼로 영상을 만들었거든요. 그것도 소장할 수 있는 거죠.

박현정 : 하나 코라는 이름을 붙인 뒷이야기가 궁금해요.

최윤 : 제 이름이 최윤인데 “이름이 뭐예요?”, “최윤입니다” 하면 “최윤이라는 소설가가 있는데”라는 말이 항상 따라와요. 최윤 작가의 대표작이 <하나코는 없다>이고, 주인공 이름이 하나코예요. 하나코는 여자인데 남자애들 무리 사이에서 존재감은 별로 없고, 무슨 일을 하는 지도 모르고, 가끔 술 마실 때 부르고, 그냥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서 좋은 그런 아이에요. 남자애들끼리 "걔가 코 하나는 좀 예뻐" 그래서 ‘하나코’라고 불러요. 그런 이름 없는 여자애에 대한 단편 소설이에요. 최윤 작가가 워낙 유명해서 어렸을 때부터 이름만 말하면 이 얘기를 들었고, 이 소설도 어렸을 때 읽었어요.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사운드 광고를 만들까 생각 중이에요. 사진만 덩그러니 있으면 이해하기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작업을 판매하는 장소니까 ‘이것도 작품일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들여다보려고 할 때 뭔가 하나 더 있으면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다른 작가들도 다 그러겠지만 하나 코는 다 팔렸으면 좋겠어요. 그 전에도 셀카로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지만 이 작업은 사진을 사고 파는 것과 굉장히 끈끈하게 연결된 작업이잖아요. 구매자가 있어야 성립되고 50개가 모두 팔려 나가야 각각 다른 장소에서 제 역할을 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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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 셀카 관련된 작업을 해오셨다고 했는데 최근 작업 중에 관련해서 설명해 주실만한 게 있을까요?

최윤 : 셀카에 관한 작업은 아니고, 퍼포먼스를 할 때 주로 제가 직접 하다 보니 제가 찍히고, 제가 연기를 할 때도 있고, 그게 셀카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셀카가 작업에 일부가 되어버렸어요. 초기에 혼자 퍼포먼스하고 그럴 때 찍어줄 사람도 없고 카메라를 셀프 타이머로 놓고 찍고 그랬거든요. 그때부터 시작된 건데 셀카봉이 생기고 관심이 더 생긴 게 아닐까 해요. 셀카봉의 등장이 웃기고 중요한 현상이니까요. 최근에 대만에서 전시를 했어요. 거기서 한 <WWY>라는 퍼포먼스에 셀카봉을 사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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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ing Tower (2015) @Aglow Space, Tainan, Taiwan
WWY-Tainan, performance(selfie stick, iphone, yellow fabric covered with golden spangle, white cotton skirt, video(with 60 self-portrait photograph) projection, sound, 7min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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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 네 홈페이지에서 봤어요. ‘60번의 방위’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자신의 위치를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좀 어렵긴 하지만 “셀카가 작업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거든요.

최윤 : 셀카를 도구로 이용했던 작업이었죠. 무대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셀카봉을 들고 셀카를 찍었는데, 그 시간 동안 사진 찍은 횟수를 여러 개의 방위라고 생각했어요. 거기서 셀카봉을 나침반으로 썼어요. 그리고 하나 코에서 쓰는 사진들을 무대 뒤로 스크리닝했는데 타임머쉰 같은 거에요. 과거의 잊었던 기억들이 이미지로 스쳐 지나가면서 시간이 바뀌는.

박현정 : 반응은 어땠어요?

최윤 : 좋았어요. 제가 전문 무용수가 아니다 보니까 죽을 것 같은 거예요. 눈물 콧물 다 흘리고. 천으로 얼굴을 가려서 초점을 못 맞추니까 더 그랬어요. 정신은 하나도 없는데 돌아야 하고, 넘어지면 안되니까. 관객들은 그런 게 다 보이잖아요. 관객들이 손에 땀을 쥐고 보다가 끝나니까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라고요. 그래서 좋았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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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 작가님 작업 전반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최윤 : 아까 하나 코를 사서 방에 가져다 놓았을 때 현대미술의 맥락으로 설명하는 것 자체가 재밌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사실 셀카는 미술인이든 미술인이 아니든 누구나 찍잖아요. 저는 이런 문화, 대중문화, 시각문화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지난 3월에 전시를 했는데 작업 제목이 <오늘날의 미술은 크리스마스 트리인가?>였어요. 굿-즈의 방향이나 질문과 유사해요.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저는 이름 붙였지만 그게 꼭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니라도 상관없어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면 종교에 관계없이 반짝반짝해서 휴일 분위기도 나고 괜히 기분 좋잖아요. 장식이면서 위안도 되고 종교적인 기능도 있고 길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도시가 트리와 장식으로 도배되지만 모양인 다 달라요. 각자 자기만의 트리를 만들기도 하고요. 상업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그런데 현대미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하는 게 크리스마스 트리보다 못한 것 같은 거예요.

황아람 : 정곡을 찌르셔서. (일동 웃음).

최윤 : 한편으로는 미술관이나 전시장에 가면 또 다른 의미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라보게 되요. 거기에 있는 게 다 크리스마스 트리같은 거예요. 일반화시키는 거일 수도 있는데, 깔려 있고 매달려 있고 서 있고 하는 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같은 거예요. 다 그런건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도 보이더라고요. 사실 답을 알지만 의심하는 거고 질문하는 건데, 결국 대상은 이미지인 거죠. 사회에 널리 퍼져서 이용되는 게 사진이고. 셀카뿐만 아니라 취미 사진이나 아마추어 사진, 사진 촬영 동아리에서 찍는 사진, 공무원들이 찍는 사진 등 많은 사람들을 홀리는 이미지들, 그러니까 상투적이고 통속적이고 대중적인 대상들이 왜 그런지, 사람들이 왜 끌리는지, 사회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등을 질문하고 분석을 하는 게 제 작업이에요. 그래서 ‘크리스마스 트리’라는 이름으로 인테리어 소품을 보급하는 상상을 해요. 자꾸 사람들이 저보고 음흉한 거 만드는 작가라고 그러는데 액땜하는 식으로. (일동 웃음).

황아람 : 그것도 판매하는 건가요?

최윤 : 네. 팔게 되면 좀 비싸게 팔려고요. 크리마스 트리 장식 모양은 아니고 이름만 크리스마스 트리 이고, 오히려 모빌에 가까운 형태예요. 궁금하기도 해요. 하나 코 액자가 누군가의 공간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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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 작업할 때 작업비가 많이 드나요?

최윤 : 작업비는 별로 안 들어요. 재료도 싼 재료를 써요. 그렇지만 그것도 상대적으로 안 드는 거지, 저에게는 드는 거죠. 액자 같은 것도 다이소 액자 같은 걸 써요. 그런 걸 좋아하기도 해요. 그게 대중적인 것과 연결되기도 하고요. 지난 3월에 했던 전시는 100만원으로 개인전을 한 거예요. 90만원으로 개인전을 꾸렸고 10만원은 큐레이팅 비용이었어요.

황아람 : 그렇게 한 이유가 있나요?

최윤 : 돈의 액수가 중요했던 건 아니예요. 그 돈은 큐레이터님의 사비였고, 전시는 큐레이터님 프로젝트였어요. 큐레이터도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사실 기금을 받고 전시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기금에 대한 회의감이랄까, 거기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에요. 1년에 큐레이터 자신이 한 프로젝트에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 정도여서 100만원으로 진행한 거죠. 전시할 때 작업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일부러 돈을 아꼈서 한다는 느낌도 아니었고, 금액이 달라진다고 작업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느낌이었어요. 물론 스케일 문제나 인건비 문제는 있지만. 그렇게 하다보니까 작업비는 비교적 많이 안들어요. 그리고 제가 전시를 시작할 때쯤부터 아티스트 피artist_fee 얘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전시 할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돈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 돈으로 해결을 했고 나머지는 다른 곳에서 충당했고. 물론 아티스트 피와 작업비는 다른 문제지만!

박현정 : 유연하게 작업을 하시는 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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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 동료 작가가 피규어를 좋아하는데, 선주문을 하면 반년 뒤에 택배로 온대요. 그걸 받을 때 굉장히 설레나봐요. 박스를 열 때마다 현대미술 따위 그런 걸 돈 주고 왜 사냐는 얘기를 하는데 부인할 수가 없었어요.

최윤 : 그게 굿-즈를 통해서 질문을 해야 할 점인거 같아요. 현대미술을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박현정 : 이번에 굿-즈를 진행하면서 컬렉터 분들 인터뷰를 했어요. 작품을 왜 샀고, 그게 어떤 경험이었고, 작품을 산 다음에 뭐가 달라졌는지 그런 애기를 했어요.

최윤 : 제 추측으로는 누군가 작품을 샀다면 그건 유형의 무엇이며 딱 보기에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깨끗하고 세련되지 않았을까요? 물론 뭔가가 더 있겠죠.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뭔가가. 그런 게 우리가 작업을 할 때 중요한 건지, 중요하다면 얼마나 중요한지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현정 : 저의 경우에는 작업이 작가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사려는 건데, 사면 어디 고이 모셔놓을 것 같아요. 작가의 일부를 내가 갖는다는 점에 마음이 움직인 거죠. 그런 식으로 어떤 여지를 두고 살 수 있게끔 제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황아람 : 저의 경우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어떻게 보면 무형적인 거잖아요. 일종의 서비스 컨텐츠인데 저는 그런 쪽으로 많이 상상을 했어요. 작업을 꼭 유형적으로 만질 수 있는 걸로 만들지 않아도, 서비스 컨텐츠 차원으로 작품을 팔 수 있다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우리가 경험을 해보지 못해서 어떤 선입견에 막혀있는데 그걸 일단 뚫는 게 가장 시급한 거 같아요. 굿-즈를 준비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무형의 무엇이 안 팔릴 것 같다는 건 어쩌면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일 수도 있고,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거죠.

최윤 : 처음에 누구나 잡히는 게 있어야 팔리지 않을까 생각하잖아요. 무형의 어떤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소비하게 만드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 거니까.

황아람 : 사족인데 우리가 소비자로 규정하는 대상을 자기 자신으로 삼잖아요. 자신도 소비자니까. 이게 나와 나의 싸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 자신이 생산자고 소비자니까 자기가 만들어놓고 ‘나는 이거에 지갑을 열까?’ 이런 생각을 계속 하죠.

박현정 : 그런 판단 기준을 가격 측정에 적용한 작가들도 있어요. 그런데 작업은 어떤 형태든 사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팔 수 있는 형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작가들이 그래왔던 것 같고. 작업을 팔 수 있는 형태로 어떻게 만들지 고민을 한다기 보다는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최윤 : 네,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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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 처음에 굿-즈 제안을 받고 하나 코 작업을 팔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조율하는 지점이 있었는지, 고민했던 점이 있다면 뭔지 궁금해요.

최윤 : 제안 받자마자 떠올랐어요. 그런데 확신이 안 서서 하루 정도 더 고민했어요. 다른 게 또 뭐 있나, 그런데 없는 거예요. 아, CD와 DVD 생각을 했어요. <국민 매니페스토>라는 K팝에 대한 작업이 있어요. 12곡을 음원 트랙으로 만들어서 팔까 했어요. 또 전시 하나를 통채로 DVD에 담는 생각도 했어요. DVD 자체가 하나의 전시인 거죠. DVD가 전시공간이 되고 메뉴가 전시장 벽이 되는 아이디어도 있었어요. DVD 하나로 전시를 꾸려볼까 한 거죠. 제가 영상 작업이 많아서 쉽게 영상을 CD에 담아서 팔까도 했는데, 이걸 팔면 산 사람이 이걸로 다른 곳에서 전시할 수도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제 작업이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딱 떨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그 다음으로 영상 스틸컷을 출력해서 팔까 하다가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어요. 그냥 하나 코 하자. 나의 하나 코. 굿-즈가 아니면 못할 것 같았어요. 하나 코를.

황아람 : 하나 코가 굿-즈와 잘 맞아요.

최윤 : 사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쑥쓰럽잖아요. (일동 웃음).

황아람 : 그 부분이 제일 재밌어요. 작가가 분명히 부끄러워 할텐데, 또 사는 사람도 남의 사진을 산다는 게 부끄러울텐데, 상상해보면 그 장면이 너무 재밌어요.

최윤 : 왜 내가 굿-즈에서 내 사진을 팔고 있는지, 내가 생각한 게 충분히 사람들에게 전달될지, 그 과정이 이뤄질지 그런 고민을 했어요.

황아람 : 그건 굿-즈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죠. 나아가 전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전시가 보여졌을 때 과연 나의 작업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읽혀질까, 그런 고민과 똑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윤 : 그래서 셀카라고 부르지 않고, 하나 코라고 부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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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 올해 전시 계획 있나요?

최윤 : 단체전이 있어요. 혹시 ‘초단발활동(http://chodanbal.tumblr.com/)’ 아세요?

박현정 : 알아요.

최윤 : ‘초단발활동’을 전시처럼 하고 있어요.

박현정 : ‘초단발활동’은 매달 하는 거죠?

최윤 : 네.

황아람 : 활동을 할 때는 사람들을 안 모으나요?

최윤 : 네.

황아람 : 비공개로 기록만 하나요?

최윤 : 네.

황아람 : ‘초단발활동’도 많은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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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박현정, 황아람
편집 : 안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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