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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Progressive
*DJ 메이진 타카하시는 한국어가 서툴러 말투를 편집자가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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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향로 : 저희가 작가분들께 공통으로 드리는 질문이 있어요.

강정석 : 첫 번째로, 자기소개 및 굿-즈에 들고오시는 작업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 합니다. 일단 팀프로그레시브부터 시작할까요. 팀프로TPRO는 동인同人음악 레이블인데요.

소린 : 네. 저는 팀프로그레시브에서 팀장을 하고 있는 소린sorin이구요. 일단 저희는 2003년에 시작해….

강정석 : 에? 그렇게 오래됐어요?

김영수 : 엄청 오래됐네.

윤향로 : 12년 차….

소린 : 네. 동인팀으론 나름….

윤향로 : 소녀시대보다 오래되셨네요.

소린 : 본격적인 활동은 2007년부터 했어요. 일단은 저랑 공동설립자인 위겐wigen이라는 사람이 있어요. 둘이서 BMS 만들고 그러다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일단 홈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저는 할 줄 아는게 디자인과 웹디자인이었고, 그 친구는 음악, 게임 만드는 거와 기획 그리고 BMS1) 만드는걸 즐겼어요. 2007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그런 활동의 결과물을 체계적으로 배포하기 시작한 거죠. 그러다 저희 둘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껴서, 주변 사람을 더 초대하고, 팀이라는 형태를 갖춘 거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에요. 2008~9년쯤.

1) Be-Music Script의 약어. BM98을 시작으로 프리웨어 리듬게임에서 사용하는 파일 형식.

강정석 : ‘팀’이라는 형태 갖추고 나서도 한 7년 지난 거잖아요 그럼.

소린 : 네.

강정석 : 어떻게 살아남았지? (일동 웃음).

소린 : 이게 취미 본위로 시작하다 보니까…. 동인팀이라는 게 다 그렇잖아요. 취미로 시작한 일이라 살아남은 거죠. 저희가 워낙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서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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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얼마 전 재개장하신 웹사이트엔 팀원 소개란이 없어졌던데요. 그래서 총 몇 분인지 확인을 못 했어요.

소린 : 어떤 팀 ‘소속’이라는 것에 한계를 느껴서 그랬어요.

윤향로 : 팀원 소개는 일부러 없애신 거군요. 그럼.

소린 : 네, 그렇죠. 사실 예전부터나 지금이나 방향성 자체는 같았어요. ‘어떤 개인이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돕는다.’ 유동적인 인터넷 길드Internet_based_guild 같은 거죠. 근데 홈페이지에 프로필 페이지가 있고 ‘소속’이란 게 있으니까, 그게 개개인에게 제약이 되는 시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또 저희는 뭘 제작할 때 인터넷 밈meme을 많이 활용하기도 하고, 애초에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들이기도 해요. 그래서 더욱 인터넷 베이스드라고 하는 것이고, 대외적인 표현도 ‘인터넷 길드’라고 굳이 바꿨어요.

강정석 : 어디 소속되면 일거리가 줄거나 하는 건가요?

소린 : 네. 저희도 모르게 그런 일이 있더라고요. 저희 쪽에서는 딱히 차단하지 않았는데, 저쪽에서 먼저 그렇게 생각하고… 또, 동인계에 저희 이후로 생겨난 ‘팀’들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좀 바꾸고 싶어서….

강정석 : 선두 주자셔….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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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린 : 여하튼, 저희는 굿-즈를 통해 ‘동인 음악’이라는 키워드로 묶이는 것들에 대한 아카이브를 하려고 해요. 특정 인물에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저희가 하는 작업에 대한 것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팀프로가 음악으로 주목을 받긴 했지만, 어쩌다 보니 먼저 퍼포먼스 나오는 게 음악이었을 뿐이에요. 딱히 음악만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고, 원래는 활동 방향이 다양했거든요.

일단 저희가 관심이 있던 것들에 대한 아카이브를 제작하고, 어떤 형태로 배포를 하려고요. 예를 들어 그 자료들을 저장 매체에 담아 판매를 한다든가.

강정석 : 일전에 SSD 얘기하셨죠.

소린 : 네. 아니면 그냥 웹에 올려놓고 누구나 열람을 가능하게 만들지도 몰라요. 판매가 좀 부담스럽다 싶으면.

강정석 : SSD 좋은데요?

소린 : 아니면 양쪽 다? 팀원 중에는, 세종문화회관 방송실을 점거해서 저희의 전파를 태워 내보내자는 얘기도 있었는데ㅎㅎ. 그거는 뭐… 제 권한이 아니라서ㅎㅎ. 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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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향로 : 넵. 그럼 메이진 타카하시님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DJ 메이진 타카하시 : 네 저는 DJ 메이진 타카하시Meijin_Takahashi라고 합니다. 앞에 DJ는 꼭 붙이셔야 해요. 왜냐면 메이진 타카하시라는 동명의 일본분이 계세요. 제가 그분 팬이라.

강정석 : 어떤 분인가요 그분은?

DJ 메이진 타카하시 : 그분은 허드슨HUDSON2)이라는 게임회사의 직원인데, 직급이 명인名人이예요. 프로게이머의 원조 격인데, 요즘 게임은 버튼을 대충 누르고만 있어도 총알이 계속 나가곤 하잖아요? 근데 초창기엔, 버튼을 누르는 횟수만큼만 나갔어요. 메이진 타카하시는 그 버튼을 1초에 16번 누르던 분이에요.

2) 주식회사 허드슨(株式会社ハドソン)은 일본의 비디오게임,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판매회사였다. 2012년 3월 1일 코나미KONAMI에 합병되면서 브랜드만이 존속되고 있다.

강정석 : 문제가 많은 분이네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1초에 16번. 그래서 보스가 3초 만에 폭사 당하고. 막 이랬는데….

강정석 : 그분은 뭐지. 기계인데 사람인 척하는 거 아닐까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그래서 그분 팬이에요. 그래서 DJ… 흔히 DJ라는 이름 뒤에 뭔가의 대명사를 붙이는 일이 많아요. 이를테면 DJ Paypal도 있고. 그런 것들의 일환으로 DJ 메이진 타카하시라고 붙였어요. 또, 실제로 디제잉도 버튼 누르잖아요. 그래서 버튼이나 잘 누르자는 의미로 이렇게 이름을 붙였고요.

강정석 : ㅎㅎ.

DJ 메이진 타카하시 : 2015년도 6월에 한국에 왔어요. 오자마자 다산소프트Dasan_Soft2)라는 유령회사를 만들었어요.

3) 추억을 파는 기업. (http://dasansoft.tumblr.com).

강정석 : 아, 그게 DJ 메이진 타카하시가 하시는 거군요. 트위터에서 봤어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다산소프트는 DJ 메이진 타카하시하고, 해커맨hackerman이라는 가상의 캐릭터 2인으로 이뤄진 유령회사입니다. 이 회사에선 제가 5살 때 기억이 멈췄다고 가정하고, 그 안에 머물러 있는 게임, 영화 등의 미디어들을 재조합해 꺼내 놓는 회사에요.

강정석 : 제가 DJ 메이진 타카하시 님의 나이를 몰라서 그러는데, 어떤 미디어들을 말씀하시나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쫌 많은데, 넓게 보면 <백 투 더 퓨쳐 Back to the Future>부터 <로보캅 Robo-cop>까지. 마법소녀물로 치면 <리리카 SOS>4)부터, 과거로 회귀하는 그런 느낌이에요. 그러니깐 <리리카 SOS>는 되는데, <리리컬 나노하>는 안되는 거에요.

4) 국내에서는 1998년 9월 14일부터 1999년 1월 19일까지 매주 월~화 KBS 2TV에서 방영했으며, 이후 2002년경까지 투니버스 채널에 수시 편성되었다.

소린 : 못 알아들으시는 거 같은데.

윤향로 : 두 번째 마법소녀는 좀 어렵네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아무튼, 제가 다산소프트를 하는 목적은, 저라는 사람이 어디에서 왔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에요. 저란 사람이 뿅! 하고 허공에서 나타난 건 아닐 거고, 분명 보고 들은 게 있을 텐데. 그게 구체적으로 어디서 왔나 파악을 해보고, 과거에 제가 봤던 미디어를 모아보는 과정이에요. 모아서 디제잉도 해보고, 트위터에도 써보고 하는데….

윤향로 : 얼마나 하신 거에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혼자 한 건 오래됐어요. 7~8년 정도. 이거를 꺼내 놓기로 한 게 얼마 안 됐어요. 그게 다산소프트에요. 이번에 옆에 이분들하고 같이 작업하는 이유는, 이분들도 뭔가를 모으는 사람들이에요. 이 분은 먼데이스튜디오Monday_Studio. 먼데이스튜디오 같은 경우는 스티커를 모아서 이곳에 왔고. 소린 같은 경우에는 한국의 오타쿠나 동인씬에 관한 것을 모으고 있고. 분명히 저도 여기에 영향을 받았을 거란 말이죠. 저 역시 스티커도 많이 갖고 있고, 한국에서 이렇게 활동하기도 했고. 그래서 이번에 굿-즈에서 같이 작업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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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 최근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요즘은 사이트를 만들고 있어요. ‘서울 너드 스테이션 Seoul Nerd Station’ 이라는 사이트를 만들고 있어요.

윤향로 : 서울너드스테이션?

DJ 메이진 타카하시 : 네. 일단 한국은… 와보니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이 서울이라는 동네가 좀 신기해요. 인사동 같은데 가면 거기는 테마파크인데, 문래동 가면 여긴 또 진짜 레트로에요. 그래서 그런 데를 찾아가서… 뭔가 내가 가진 기억들과 짜 맞춰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강정석 : DJ 메이진 타카하시의 어릴 적 기억과 지금의 서울이 합쳐진 가상의 스테이션을 만들고 계신가 보군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네. 서울의 조각을 긁어모으고 있어요. 그 과정의 아카이빙은 온라인으로 하고 있는데, 표현하는 것은 다 오프라인으로 할 거예요. 오타쿠otaku랑 너드nerd. 서울에선 명확히 구분하지 않지만, 얘네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집 밖으로 잘 안 나와요. 그래서 이들을 끌어내려고요. ‘서울너드스테이션’은 가상이지만, 어쨌든 존재하는 건 현실로 풀어내는.

강정석 : ‘서울너드스테이션이 몇 월 며칠에 어디에 나타난다’는 식인가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네. <레트로 파티 Retro Party>도 그랬고 <콤뱃 코인 인-베이다 나이트 Kombat Coin Invader Night 5100>도 그랬고요. 얼마 전에 했던 <8-bit TRAP>도.5)

5) 다산소프트가 최근에 주최했던 이벤트들의 이름.

강정석 : 그렇죠. 아, <8-bit TRAP>에서 닌텐도 게임 카트리지 패러디한 포스터 좋았어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실제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들을 설치해 놓고. 칩튠6) 같은거 틀고. 그를 통해 저 자신도 어디서 왔는지 찾는 거고,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제가 던지는 것 중에 하나는 맞을 거에요. 누구나 소닉을 해 봤겠고 마리오를 해 봤을 거고. 혹은 코믹존7) 같은 게임을 해본 사람도 있을지도 몰라요. 던지면 하나는 맞을 테니… 그걸 통해서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끼면 좋겠고. 자기 정체성을 좀 찾으면 좋겠어요.

6) 칩튠chiptune은 패밀리 컴퓨터로 대표되는 1980년대 게임기의 내장음원 칩으로 만든, 혹은 그와 흡사한 음색(에뮬레이션과 샘플링 포함)으로 만든 곡 혹은 음악 장르를 일컫는다.
7) 1995년 세가SEGA가 발매한 게임. 아케이드 스타일의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만화책의 컷을 응용한 화면 구성이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정석 : 사람이 뭔가 확실해ㅎㅎ. 굿-즈에 새 앨범을 무려 디스켓으로 담아서 내신다 하셔서 기대했는데. 역시나ㅎㅎ.

DJ 메이진 타카하시 : 디스켓. 맞아요. 두 장 정도 사용한 앨범이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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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그럼 먼데이스튜디오님도 부탁드립니다!

먼데이 스튜디오 : 안녕하세요. 먼데이스튜디오입니다. 저는 서브비트(사이트)라는, 서브컬처 음악 그룹 레이블이자 파티 레이블을 하고 있어요. 2013년에 저랑 비트버드beatbird라는 친구랑 둘이서 시작했는데, 어느새 2년 차 되어가네요. 제 본업은 UI 디자이너였는데, 지금은 이러고 있어요. 원래 제가 음악을 엄청 좋아했거든요. 앞서 소개한 분들도 오래전부터 뭔가 디깅해 왔는데, 저 같은 경우엔 중고등학생 때부터 음악 디깅을 많이 했어요. 애니나 게임 음악을 디깅을 하는데, 음악만 팠어요.

강정석 : 원본은 안 보시고?

먼데이 스튜디오 : 네. 원본은 거의 안 보고, 음악만 디깅을 진짜 많이 했어요.

강정석 : 왜 그러셨나요ㅎㅎ. 다들 인생이 어디서부터….

윤향로 : 저런!

먼데이 스튜디오 : 애니메이션 OST나, 서브컬쳐 음악들,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감성이 너무 좋아가지고. 그런 음악을 계속 디깅을 하고 있었는데, 2007년쯤 부터 사운드클라우드라는 플랫폼이 생겼거든요?

강정석 : 네. 그렇죠.

먼데이 스튜디오 : 그 이전엔 보통… 매스 미디어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게 되는데, 사운드클라우드에는 누구나 자기가 만든 음악을 올리니까. 그때부터는 아마추어랑 프로 경계 없이 음악이 유통되는 거에요. 특히 인터넷 기반 언더그라운드 씬이 생긴 시점이, 저는 그쯤부터라고 생각해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국가의 경계가 없는 언더그라운드 씬이 생긴 거죠. 흔히 ‘인터넷 기반의 언더그라운드 댄스뮤직’ 그런 식으로 얘기가 되는. 그러면서 인터넷 기반의 언더그라운드 ‘장르’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저지 클럽jersey_club이라든가 퓨쳐 베이스 future_bass 같은 장르. 그건 진짜 인터넷에 특화된 음악 장르거든요? 저지 클럽 같은 경우는 웃긴 장르인 게, 기존에 있는 음악이나 음성 샘플들, 그런 것을 따와서 ‘복사+붙여넣기’ 해서 만드는 그런 장르에요. (저작권에 위배되는) 인터넷 언더그라운드 음악에서만 존재할법한 그런 장르죠. 베이퍼웨이브vaporwave 같은 장르도 있었고.

강정석 : 다 저작권 문제가 있는 애들이네요.

먼데이 스튜디오 : 네. 어떤 건 음악을 그냥 편집을 그냥 늘리기만 하는 식으로… 편집툴에서 피치 다운 해서.

강정석 : 네ㅎㅎ.

먼데이 스튜디오 : 인터넷 장르들이 생기고, 그런 것들에 신경이 쓰이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2년 전에 서브비트 파티를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약 50명 정도 오는 규모로 시작했는데.

강정석 : 처음에도 50명이면 엄청 많았네요?

윤향로 : 교역소는 반성해야겠네. (일동 웃음)

먼데이 스튜디오 : 언더그라운드 씬이 지금은 커져서. 메이저까지 영향을 미치곤 해요. 저희 파티도 따라서 커졌어요. 이태원 케이크샵이 서브비트를 좋게 봐줘서 서포트를 해준 것도 더해서, 지금은 200~300명 정도 오는 파티로 매 달 열리고 있어요. 매번 외국에서, 인터넷으로 사귄 아티스트 친구들도 초대해 와요.

윤향로 : 이런 분들이 계시는구나. 감사합니다.

강정석 : 전혀 모르고 초청했는데… 왤케 대어가 걸렸지.

먼데이 스튜디오 : 아직은 비공식이지만, 10월에는 아주 재밌는 파티가 있습니다. 인터넷 음악 하는 친구들 모아서 서울에서, 일본에서도, 런던에서도 하고, 미국에서도 공연하게 될 거에요.

강정석 : 장르는 어떤 건가요?

먼데이 스튜디오 : 음… 서로 얼추 비슷해요. 여하튼 네.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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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데이 스튜디오 : 이제 어느 정도 설명은 했으니 굿-즈에 가져올 스티커 이야기로 넘어갈게요. 앞서 말씀드린 이런 활동들과 스티커가 어떻게 엮이느냐가 관건인데요… 이게, 저도 몰랐는데 2년 동안 파티를 만들고 아티스트와 교류하고, 공연하면 할수록 스티커가 저한테 쌓이기 시작한 거에요. 이게 웃긴 게 서브컬쳐계 친구들이, 다들 스티커 같은 걸 만들어서 자기를 홍보하려고 하더라고요. 일본에도 몇 번 공연을 갔다 왔어요. 후쿠오카, 도쿄도 가고. 2~3번 정도 다녀왔는데, 거기도 그래요. 그래서 꽤 모였어요. 스티커가.

윤향로 : 그럼 그쪽 관련한 스티커만 모으시나요?

먼데이 스튜디오 : 다는 아닌데, 거의 상당수가 그런 것들이에요.

윤향로 : 트위터에서 보면 랜덤하게 모으시는 줄 알았어요.

먼데이 스튜디오 : 아 그런 부분이 없진 않아요. 스티커 붙이는 걸 워낙 좋아해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도 하고, 꼭 일 관련 아니라도 좋아해요. 하지만 주로 모으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이쪽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스티커에요.

강정석 : 명함처럼 서로 교환하고.

먼데이 스튜디오 : 네. 개인 스티커도 있고, 레이블 스티커, 개별 파티 스티커도 있고요. 그런 식으로 받은 스티커를 공연할 때마다 제 노트북에 붙여왔어요. 붙여온 것을 나중에 보니, 이게 제가 2년간 공연한 흔적이 된 거에요.

강정석 : 아~

먼데이 스튜디오 : (아카이브를 보여주며) 이거는 영기획이라고 한국의 독립 레이블이고요. 영기획 파티에서 받은 거에요. 이건 저희 서브비트 스티커. 얘는 후쿠오카에 제가 공연하러 갔을 때. 약 1년 전쯤. 그때 교환한 스티커고. 이거는 나고야 공연 갔을 때, 나고야 파티 하시는 분들과 교환한 것이고.

강정석 : 오… 짱이다! 이건요?

먼데이 스튜디오 : 이거는 저희 공연 스티커. 오타쿠라이프OTKLIFE(@otklife_)는 서브비트의 스핀오프 이벤트 같은 건데, 인터넷 기반 음악 중 오타쿠스러운 음악. 쉽게 말해 애니 송을 세련되게 리믹스해 트는 파티에요. 케이크샵 스티커도 있고. 그리고 일본의 아티스트 것. 앨범 사면 따라오는 스티커네요. 이거는 일본에 풋워크 관련 레이블 스티커. 그리고 여기도 전부 아티스트 스티커. 개인이 직접 만든 그런 스티커들이고….

강정석 : 설명을 듣자니 이게 흔히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네요.

소린 : 그런 점 때문에 더 매달리는 것도 있어요.

윤향로 : 재질도 다 달라요ㅎㅎ.

먼데이 스튜디오 : 이게 꽉 차서 더는 스티커를 붙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어요. 그래서 이제 이렇게 따로 담아 수집하는 데에까지 온 거에요. 참고로 이것 같은 경우는 호주에서 보내 준 거에요.

윤향로 : 너무 예쁘다.

먼데이 스튜디오 : 기존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합성해서, 마약 하고 있는 거로 바꾼 그림이에요.

강정석 : 세 분 보면 다 노트북 본체가 아니라 겉 케이스에 붙이시네요? 나중에 케이스 교환하시려고?

먼데이 스튜디오 : 그것 보다는 일할 때 일코8)를 해야 하니까.

8) 오타쿠적인 취향을 타인에게 감춘다는 의미로 ‘일반인 코스프레’의 줄임말.

윤향로 : 엑~.

소린 : 아, 저는 아니에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아 나도 아니야.

소린 : 전 이 상태 그대로 가지고 나가요.

윤향로 : ㅎㅎ진짜 일코 때문이에요?

먼데이 스튜디오 : 일코의 여지도 남겨두는 거죠.

DJ 메이진 타카하시 : 저는 이런 케이스, 집에 더 가지고 있어요.

소린 : 그거보다 저는, 노트북을 되팔 때가 생길지 모르니까. (일동 웃음).

윤향로 : 목적이 다 달라! 하지만 다 노트북에 스티커를 붙인 케이스 끼고 있어!

소린 : 전 이거 그대로 회사 들고 가고, 나오고.

DJ 메이진 타카하시 : 나 절대 일코 안해요.

먼데이 스튜디오 : 아, 저는 이분들에 비하면 이런 2D 캐릭터 스티커가 상대적으로 많긴 해서.

윤향로 : 온도가 조금 달라ㅎㅎ. 소린님 거에는 <던전 Dungeons> 스티커도 있고, 적당히 믹스되어 보이는데. 여긴….

소린 : 아, 저는 사실 먼데이스튜디오 님이 가진 게 없어서 못붙인 것 뿐이에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저도 없어서 못붙인 거에요. 있으면 붙였을 거에요.

강정석 : 단순한 캐릭터 스티커나 로고처럼 보이지만, 그 사람이 활동하는 범위로 보니 또 다르네요.

소린 : 그 사람의 역사인 거죠.

윤향로 : 너무 멋있다.

강정석 : 역사가 있는 사람들이야 막.

먼데이 스튜디오 : 이런 스티커들이 제 나름의 연대기가 되는 거죠. 많이 붙여서 퇴적되면 화석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수집한 것 중 한국의 서브컬쳐계에서 온 것이 꽤 있어요. 그래서 굿-즈를 통해 팀프로와 함께 이걸 보여준다고 할 때, 서브컬쳐계의 역사 같은 게 언뜻 보일 거 같아요. 그래서 이걸 보여주고 싶어요. 근데 고민이 제가 이걸 다 팔아버릴 수는 없고… 제가 쓰고 있는 노트북이기도 해서.

강정석 : 케이스만 떼어서 팔면 어때요?

먼데이 스튜디오 : 뭐 그럴 수야 있겠죠.

DJ 메이진 타카하시 : 난 이거 한 300만원이면 팔래. 노트북까지 포함해서 300만원. (일동 웃음).

먼데이 스튜디오 : 저희끼리 이야기할 때 나온 얘기 중에. 팀프로 쪽에서 지금 음악들 다 모으고 있다고 했잖아요. 동인 쪽에서 도는 트랙들을 모으고 있는데, 그걸 토렌트로 묶고, 마그넷 주소를 스티커로 만들어 뿌려버리자는 이야기도 하고 있어요.

강, 김, 윤 :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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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향로 : 작업에 드는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고 계시는지?

소린 : 팀프로의 평소 작업에 대한 비용이라면… 저희 같은 경우, 경제적인 문제가 거의 없어요. 금전적으로 얽힐 일이 별로 없어요. 돈 관리는 팀장인 제가 하고 있고. 저희가 얼마 전에야 깨달은 건데, 팀프로는 인터넷 베이스라는 거. 그걸 얼마 전에 알았어요. 날 때부터 인터넷이 있었던 사람들이라.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학교 다닐 때도 내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인터넷으로 뭘 한다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서요. 그게 우리의 베이스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강정석 : 그게 자신들의 ‘조건’에 해당한다는 걸.

소린 : 네. 인터넷의 활용이라는 것도 어찌 보면 기술 아닌 기술인데. 저희는 컴퓨터를 당연하게 쓰고, 그러므로 저희는 뭔가를 만드는 데에 대한 비용 걱정을 안 했던 것 같아요. 뭐든지 컴퓨터로 가능하니까. 배포도 인터넷으로 업로드해서 배포하기도 했고. 그래서 비용적 문제가 전혀 없어요. 저희가 오프라인으로 빠져나올 때 생기는 비용도, 거의 뭐 큰돈은 아니라 조금씩 각출하면 다 가능했어요. 시디를 100~200장 뽑더라도, 40~80만 원이면 뽑아요. 그것도 팔면 다 회수가 가능하잖아요? 공연 대관료도 관객들 오면 회수가 가능하고. 비용적 문제가 거의 없어요. 만약에 손해를 봐도 생활에 타격을 주는 수준은 아니에요. 애초에 그 정도 지출을 하지 않거든요.

강정석 : 다른 참여작가나 신생공간들도 비슷한 느낌이에요. 대체로 정말 손해 볼만한 일이면 하지 않죠. 생활이 어떻게 무너질지 눈에 너무 딱 보이니까. 스케일이 거기에 딱 맞춰진 공간들이 여럿 생겨나는 상황이고.

윤향로 : 작업만으로 살 수 없으니 서브잡을 가지고 있고.

DJ 메이진 타카하시 : 똑같네.

윤향로 : 서브잡도 있고 거기에 공간까지 운영하니 ‘어떻게 해?’ 라고들 묻지만. 할만하니까 하는 것도 있어요.

강정석 : 서브잡이라는 게 실은 미술의 나를 다 지탱하고 있으니까. 어떨 때는 ‘미술이 참 아무것도 아니구나!’ 느껴지고. 기금으로 연명한다는 것도 갈수록 말이 안되는데… 다른일로 돈 벌다가 남는 시간에 하는 게 미술이란 걸 생각하면, 뭔가 이건 동인계구나, 싶어요. 저는 예전에 동인 활동을 했으니까. 기시감이 들어요. ‘어쩌다 내가 여기에 또 당도했는가’ 하는. 저도, 신생공간도 팀프로도 다들 로고나 캐릭터 같은 거 하나씩 트위터 플픽으로 걸고 활동하고 있는 거잖아요. 온라인 스티커로 영업을 하는 거죠. 돈이 안 들면서 최대치를 뽑아낼 수 있으니까. 비슷한 점이 많아요.

소린 : 저희는 이런 스티커나 CD로 된 앨범을 만드는 것도 불과 몇 년 전에 시작한 일이에요. 그전에는 돈을 쓰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강정석 : 초기엔 그런 활동을 돈이 없어서 못하다가 팀이 커져서 할 수 있게 된 건가요?

소린 : 그때는. 그걸 팔아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어요. 판매는 2011년부터 했어요. 그것도 ‘돈을 벌자! 손해를 보전하자!’ 이런 뜻이 있었다기보단… 그냥 재밌을 거 같아서 한 거거든요. 이러한 이벤트가 있다는데, 우리가 CD를 내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강정석 : 재밌는 일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하는 식의.

소린 : 네. 거의 모든 작업을 그런 식으로 했던 거 같아요. 재밌을 거 같으면 하는 거죠. 근데 꼭 재밌는 걸로 만은 안되고, 그에 대한 리스크나 리턴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걸 고민하면서 작업이 복잡해져가요.

강정석 : 이 사람들 하는 말이 우리랑 너무 똑같아서 이상한데….

윤향로 : 그러니까.

DJ 메이진 타카하시 : 저는, 앨범을 내거나 행사를 여는 일을 지금까지 해왔는데, 원칙이 있어요. 하나는, ‘절대 적자 보지 말자’ 였어요. 내가 섭외한 아티스트에게 만 원 한 장이라도 줘야 하고. 반대로 저도 포스터 만들고 뭐 하면 챙겨 받아야 해요. 언더그라운드라는 게 역사가 돼서 계속 전해 내려오잖아요. 펑크, 하드코어… 그런 활동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결국 돈이 있어서예요. 돈이 남아서 살아있던 거거든요. 어떻게 보이든 간에. 내가 하고 싶은 걸 지속하려면,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다음 세대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러면 무조건 뭐가 남아야 해요. 천 원 한 장이라도 남아야 해요.

강정석 : 서로 인정으로 하다 보면….

윤향로 : 큰일 나요 큰일 나.

DJ 메이진 타카하시 : 한국 와서는…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아티스트에게 제일 많이 준 돈이 5만원 밖에 안돼요. 어렵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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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그 외 어떤 지출이 또 있나요? 너무 조사하나ㅎㅎ.

DJ 메이진 타카하시 : 앨범 내거나 이벤트를 만드는 거, 스티커 뽑는 거 밖에 돈 들어가는 게 없어요. 스티커는 한국 돈으로 3만원이면 되니까. 사실 돈도 아니고. 행사를 만들면, 저는 보통 60만원 정도 써요. 이거는 다 회수해요. 앨범 내는 것도 200만원이면 내니까. 200만 원이면 200장 팔면 되잖아요.

윤향로 : 눈물이 핑돈다. 내 작업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고ㅎㅎ.

강정석 :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네.

DJ 메이진 타카하시 : 앨범 200장 팔고 공연비용 60만원 회수하는 거 어려운 일 같지만, 그러기로 못을 박고 일을 하면… 나 뿐 아니라 작업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그런 게 전달되면, 서로 애절한 게 생겨요. 고민을 계속 하게 되요. 그러면 결국 내 욕망에 솔직해지게 돼요. 욕망에 솔직해지지 못하면, 일하는 중간에 현자타임이 와요. 서로 욕망에 솔직해지고, 각자 애절함을 확인한 다음, 이 일을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 고민을 해요. 명확한 테마가 있어야 해요.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건 테마 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행사가 남을 즐겁게 한다고 생각하고 하지 않아요. 즐거움은 각자가 찾는 거에요. 내가 즐거운 포인트랑 오는 사람들이 즐거운 포인트는 다를 거에요.

강정석 : 그렇죠.

DJ 메이진 타카하시 : 제가 하는 건 그냥 테마만 제시해주는 거에요. 대신에 명확해야 해요. 그게 제 역할. 여기까지. 이렇게 하는 게 적응된 후로 돈 걱정 한번 안 해봤어요.

강정석 : 우리 막 배우고 있어.

윤향로 : 전 사실 미술계 사람들보다 음악 하는 분들이 훨씬 자기 돈을 쏟아붓고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장소 대관하지, 앨범 내지… 너무 힘들어도 사랑으로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대부분은 그래요!

윤향로 : 아 그래요? 미술 하는 사람들은 뭐 하다가 좀 쉬고 천천히 가도 괜찮은데, 음악은 이벤트가 정말 많으니까

DJ 메이진 타카하시 : 공연은 한 번 연주하면 끝나요. 여러 번 해야 되거든요. 보기보단 비효율적인 구석이 있어요. 비효율적이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소모되는 자원을 최대한 줄여야 해요. 줄이고 많이 뽑아야 해요.

윤향로 : 선생님 오늘 많이 배우고 갑니다.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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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자 이제. 먼데이 님, 먼쌤께서는….

먼데이 스튜디오 : 저 같은 경우는, 디제잉이 너무 좋아 시작한 거라, 처음에는 돈을 벌겠다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제가 음악 틀면 이 친구들이 놀리는 게, 혼자 신나서 관중 이전에 제가 춤추면서 하거든요ㅎㅎ. 클럽 이벤트라는 게 초기 비용이 좀 들어가요. 포트폴리오 같은 게 없이, 처음으로 이벤트 만들려면 대관 형식으로 하게 되고. 대관하려면 비용이 들죠. 그게 거의 돈 백 가까이 깨지게 되고. 저는 2년 전 처음 시작할 때 저 자신이 후원자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땐 좀 풍족했으니까.

윤향로 : 초기에는 본인 자본으로 시작하셨군요.

먼데이 스튜디오 : 운 좋게 적자는 안 봤어요. 첫 이벤트 후 그걸 포트폴리오 삼아 바로 케이크샵과 이야기가 되었고. ‘한 번 같이 해보자’ 해서, 이후 파티를 11~12번 한 것 같네요.

강정석 : 2년 만에 11~12번이면 진짜… 행사하고, 행사 접고, 쉴 틈 없었겠어요.

먼데이 스튜디오 : 올해 초부터는 회사를 그만두고 서브비트에 올인을 하고 있어요. 다행히 제가 파티 개최하는 케이크샵이 상업 클럽이라, 아티스트들에게 돈을 잘 챙겨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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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향로 : 다음 질문은 아티스트로서 지금 고민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입니다.

소린 : 저희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죠?

DJ 메이진 타카하시 : 나는 돈 많이 버는 것 하고….

윤향로 : 저희도 고민입니다ㅎㅎ.

DJ 메이진 타카하시 : 제가 예상했던 타겟과 실제 맞아버린 타겟이 다를 때. 이게 왜 달라졌는지가 궁금해요. 최근에는 그것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강정석 : 구체적으로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레트로 파티>를 한국에 와서 처음 했어요. 6월에 와서 7월에 바로 했어요. 그때 저는, 흔히 말하는 트위터의 애니프사분들?

소린 : 애니메이션 프로필 사진을 하신 분들.

DJ 메이진 타카하시 : 그분들이 올 줄 알았어요. 왜냐면 한국의….

윤향로 : 그분들 그냥 집에 계시는 것 아닌가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그러니까요. 몰랐어요. 오타쿠들, 게이머들 오겠지? 하면서 홍보를 했어요. 실제로 처음 포스터 뿌렸을 때, 국제전자상가 가서 포스터 붙이고 그랬어요.

강정석 : 그런데 안 왔어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한국의 오타쿠나 너드들을 위해서, 홍대 만화책방에도 붙여놓고. 인터넷으로도 홍보하고. 때마침 메이지 타카하시 계정도 팔로워가 늘어서, 홍보가 너무 잘 됐어요. 그래서 ‘와! 오타쿠들 되게 많이 오겠다’ 하고 갔어요. 근데 오타쿠가 별로 없었어요.

강정석 : 이상해….

윤향로 : 그냥 일코하고 온 것 아니예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아니에요. 나는 느낄 수 있어요, 오타쿠가 오면. 진짜로.

윤향로 : 기운이 다르니까?

DJ 메이진 타카하시 : ‘쿰척 쿰척’이라고 하잖아요, ‘쿰척 쿰척’, 그게 진짜로 있어요. 소린도 있고 이 먼데이스튜디오도 있고 저도 있는데. 온 사람들을 보니 오타쿠가 아닌 거예요. 오타쿠가 아니라 힙스터들이 왔어요. 트위터하는 사람들이 왔다 가고.

강정석 : 우리는 관객까지 어느 정도 겹쳐있네요. 신생공간이나 그런 흐름을 보면….

소린 : 심지어 저희는 ‘대안공간’이라 불리는 곳에서 공연해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미국 사람들도 한 8명 정도 왔어요. ‘야, 진짜 닌텐도 틀어주냐?’ 하면서 들어오고 그랬어요. 많이 당황했어요. 홍대에서 처음에 하고, 다음 행사는 문래로 옮겼어요. 먼 곳으로. ‘어디까지 찾아오나 보자’ 하고 옮겨놨더니, 마찬가지로 힙스터들과 소수의 오타쿠들이 왔어요.

윤향로 : 문래도 또 힙스터죠.

DJ 메이진 타카하시 : 포스터를 나이트클럽처럼 만들었더니, 노인들도 4분 정도 왔어요.

강정석 : 오타쿠들이 안 움직인다는 것은 저도 <던전 Dungeons> 하면서 알았는데요. 루리웹 게시판에 홍보글 열심히 썼거든요 미술 홍보글보다 두 배의 시간을 썼는데, 조회수가 1000이 넘어갔어요. 답글도 달리고. 그래서 ‘어? 오겠구나’ 했는데, 안 와….

소린 : 좀 더 노골적으로 해봐도 똑같아요. 먼데이스튜디오는 ‘오타쿠라이프’라는 이벤트로 일본의 모그라MOGRA같은 곳에서 애니음악 DJ 했던 분을 모셔다 파티를 열어 봤고. 저희가 하는 공연 <세계여자중학생복지기구총회의> 같은 경우도.

강정석 : 모그라 얘기 나왔으니 말인데, 거긴 상황이 다르겠죠?

먼데이 스튜디오 : 모그라는 일본 아키하바라에 있는 클럽인데요. 전설적인 클럽이에요. 애니음악 클럽이라는 유형을 만들어낸 곳이에요. 2009년에.

강정석 : 일본에서 생겨나고 여기선 언제 시작되었나요?

소린 : 저희는 좀 늦었어요. 동시에 일어난 일이 아니에요.

먼데이 스튜디오 : 우리는 모그라를 항상 동경하고 있었죠.

소린 : 한국이랑 좀 달라요. 한국에서 오타쿠는 집에서 애니메이션 보는 것이 다거든요. 더 해봐야 코믹월드 가는 것? 그런데 일본의 경우 모그라가 있고 나서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통 선이 생긴 거에요. 전자음악, 하다못해 힙합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도, 애니메이션도 좋아하니 모그라라는 장소에 겹치게 되는 거죠.

강정석 : 장소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섞이는 파트가 재밌네요.

소린 : 음악 관련 종사자들도 많이 가요.

먼데이 스튜디오 :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흐름이 생긴 이후, 전자음악 씬이랑 오타쿠쪽 씬이랑 하이브리드하게 섞이기 시작했어요.

먼데이 스튜디오 : 그리고 일본 같은 경우에는 오타쿠가 (수적으로) 많기도 할 거예요….

윤향로 : 너무 많아.

소린 : 거긴 애니메이션이 거대한 문화니까.

DJ 메이진 타카하시 : 여하튼, 한국 오타쿠 집 밖으로 끌어내는 게 고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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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린 : 저희가 <세계여자중학생복지기구총회의>라는 이벤트로 2012년 말에 한국에서 첫 타를 끊었어요. 그때, 공연 제목도 그렇고 생소한 이벤트인데도 불구하고 40명 정도 왔어요.

윤향로 : 포스터 기억나요.

소린 : 저희는 그때 좀 가능성을 보고서, 계속했어요. 당시엔 40명이 가능성은 보이지만, 실패라고 생각했어요.

윤향로 : 적은 건가요?

소린 : 그때는 온 사람들 보면, 트위터에서 알고 있던 오타쿠들, 혹은 건너 건너 저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호기심 때문에 찾아온 사람들은 적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 만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만큼은 있구나. 그 정도만 확인하고 2회를 한참 후에 (반년만에) 열었죠. 2013년 여름에. 그리고 2회 마친 후 2달 뒤, 그때도 아직 여름이었거든요. 그때 3회를 열었는데, 사람이 더 많이 왔어요. 4회 때는 무대륙에서 했는데 60명 가까이 왔고. 그러다가 2014년에 팀프로 10주년 기념행사로 열린 5회때부턴가? 그때 기점으로 내리막이었어요. 오던 사람들만 계속 오고.

강정석 : 새 아티스트가 수혈이 안 돼서 그런가요?

소린 : 그건 아니었어요. 항상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데리고 오기도 하고. 유입도 없는데, 오던 사람들마저 이탈하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8회 정도를 마지막으로 더는 안 하려고 하거든요.

먼데이 스튜디오 : 오타쿠라이프도 비슷하죠. 이건 모그라처럼 애니음악 클럽 이벤트인데, 적자를 많이 봤죠. 돈을 쏟아 부었어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맞습니다ㅎㅎ.

강정석 : 혼자 적자를 많이 보신 분이구나ㅎㅎ.

윤향로 : 본인의 후원자이시기도 하고….

먼데이 스튜디오 : 그래도 서브비트가 그나마 잘 되어 다행이죠. 오타쿠라이프는 4회 이후부터는 매번 적자를 봤는데, 그 폭이 너무 깊어지고. 4회 때 아마 20명 왔나? 그랬을 거예요.

소린 : 초기에 이런 공연의 가능성을 봤는데, 그게 사실 가능성이 아니었던 거에요. 그게 이미 피크였어요. 정점을 찍었을 때부터 내리막이었던 거죠. 저희가 행사 때 들고 나가는 앨범 같은 경우도, 처음 냈던 동방 어레인지 앨범 <음료수가 필요해>는 온라인 예약으로만 받았었어요. 100장인가 150장이 예약으로 다 팔리고. 그런데 그 이후로 내놓는 앨범들은 점점 팔리는 개수가 반 토막이 나요. 정말 딱 반 토막이 나요.

강정석 : 루마한RMHN님도 그 얘기를 했어요. 올해가 정말 분기점이라고. 막다른 길이라고.

소린 : 이 시장의 한계를 느끼고 눈을 다른 데로 돌리느냐, 이걸 어떻게든 끌어 올리느냐 고민을 하던 와중에 <던전 Dungeons>을 같이 하게 되었고. 그래서 다른 데로 눈을 돌려보고 있어요.

강정석 : 저희도 사실 비슷한 입장일 거로 생각해요. 굿-즈에 참여하는 것도, 우리 안에서 더 이상 소비자가 없어요. 우리는 미대 나온 사람들이 다예요. 오타쿠는 애니메이션이 팬을 길러주는 학교 역할을 하는 거고, 저희는 미대 학부생이 소비하러 오는 셈이죠. 그게 아니면 DJ 메이진 타카하시 님이 말한… ‘힙스터’라는 불분명한 소수고.

윤향로 : 일종의 자가수혈 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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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메이진 타카하시 : 저는 오타쿠의 사전적 의미가 장소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막말로 건담 프라모델 하나 사서 뜯어 만들어도 오타쿠였거든요.

윤향로 : 요즘 인터넷에서는 블로거들도 자기가 스스로 오타쿠라고 이야기하고.

소린 : 그런 사람들은 오타쿠는 아니죠.

DJ 메이진 타카하시 : 소린, 먼데이스튜디오 저, 이렇게 셋이 겪는 문제가 오타쿠들이 집 밖으로 나오면 해결되는 문제에요.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좀 너무 생략한 거고, 실은 오타쿠의 존재방식이 바뀌어야 해요. 저는 품격이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품격이 달라져야 해요. 돈을 쓰는 목적과 방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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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일본과는) 경제 구조 차이는 아닐까요? 뭐 쉽게 말하면 돈이 없다던가.

DJ 메이진 타카하시 : 물론 저도 그 생각을 해요. 너무 돈이 없어 애들.

소린 : 돈이 없는 게 문제야.

윤향로 : 쓰고 싶겠죠, 본인들도.

소린 : 오히려 고정적 수입이 있는 사람들이 돈을 더 안 쓰는 것 같아요. 저도 고정적인 수입이 있고 이런 일 하고 있지만… 저는 클럽이나 이런 데 들어갈 때 입장료 같은 게 아까운 적이 없거든요. 얼마 전 오타쿠 이벤트 관련으로 기획자 미팅을 갔는데, 입장료가 15,000원이 넘어가면 사람들이 비싸서 안 온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는 이해가 어려운데, 15,000원이랑 18,000원 차이가 정말 그렇게 큰가?

김영수 : 이게 똑같아요. 미술계는 5,000원 받으면 비싸요. 3,000원까지 괜찮대.

먼데이 스튜디오 : 저도 좀 이해 안 되는 지점이 있는 게, 왜 서브비트와 달리 오타쿠라이프는 실패했는지 이해가 안가요. 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바탕으로 하고, 비슷한 군에서 파생되었고…. 서브비트와는 달리 오타쿠라이프에는 사람들이 돈을 안 쓰는 점.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소린 : 돈 쓰는데 인색한 게 큰 것 같아요. 이런 문화 자체에 많이 노출이 안 되어있다 보니까.

윤향로 : 제 생각도 그래요. 소비 자체가 많이 동결되어있으니까. 어떤 분야든지 간에.

먼데이 스튜디오 : 그리고 오타쿠들이 한국에선 무료로 즐기잖아요. 애니나 만화를 토렌트에서 다운받아서. 해적질.

강정석 : 여기선 도둑질이 패시브 스킬이죠.

DJ 메이진 타카하시 : 그런데 그건 전 세계적으로 다들 그래요. 사실은. 단지 해외에는, 가치관에서 조금 달라요. 내가 돈을 쓰면 이게 누구에게 가는지, 이걸 생각해요.

강정석 : ‘이 돈을 안 쓰면 저 작가가 그 작업을 할 수 없을 거야.’ 라는 데까지 생각이 이어져야 하는데.

DJ 메이진 타카하시 : 여기선 그게 안 돼요.

윤향로 : 너무 슬프다, 갑자기.

DJ 메이진 타카하시 :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힙스터들을 내가 원하는 오타쿠들로 만들던지, 아니면….

윤향로 : 교육?

DJ 메이진 타카하시 : 좀 돼요. 되고 있어요.

소린 :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지금 아이돌 음악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잖아요. 심지어 게임 음악을 만들던 사람들이 아이돌 음악을 만들고, 아이돌 음악을 하던 사람이 게임 음악에 투입되기도 해요. 이런 것을 보면 힙스터들한테 ‘야, 애니메이션이 힙한 문화야.’ 라고 알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강정석 : 그걸 힙하게 소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는 방향?

DJ 메이진 타카하시 : 그게 <레트로 파티> 였어요.

강정석 : <레트로 파티> 재미있어 보였어요. 매진되었다고 해서 가고 싶다고 DM도 보냈는데, 표를 더는 팔 수가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하셔서 못 가고.

DJ 메이진 타카하시 : 죄송해요.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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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데이 스튜디오 : 서브비트 같은 경우, 케이크샵에 오는 사람들은 일반인도 많고, 음악 힙스터니까. 그 사람들을 오타쿠로 만들면 어떨까 싶어서 가끔 애니음악 같은 것도 틀어보고. 흔히 케이크샵에서 파티하면 힙합파티나 센 음악 위주로 가는데, 저희 같은 사람들이 들어가서ㅎㅎ.

소린 : 실제로 애니메이션이 힙한 코드로 사용되고 있어요. 애니메이션 캐릭터 음성을 따다가 아무 연관 없는 음악에 넣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정말 잘 먹혀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스케이트보드 쪽에 훅-업HOOK-UPS이라는 회사가 있는데요. 이 회사는 헨타이 애니 그림으로 스케이트보드를 만드는 회사예요. 옛날 90년대 그림체로. 저도 이거 타거든요.

소린 : 얼마 전에는 아예 H&M에서도 아니메 스타일로 라인이 나왔었어요.

강정석 : 갖고 싶다.

DJ 메이진 타카하시 : 그러니까요.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소린 : 애니메이션을 보지도 않았지만, 그 음악을 들고 역으로 원본을 찾아가는 경우가 이 먼데이스튜디오 같은 경우인데요. 그런 것처럼 좀 거꾸로 올라가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거로 생각해요. 저도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애니 송 리믹스를 듣다가 노래가 좋으면 원곡을 찾아요. 원곡을 찾고 그 작품을 봐요. 그런 것들이 의외로 있어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원곡보다 리믹스가 더 좋은 곡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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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린 : 또, 한국의 오타쿠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코어 하지도 않아요. 예를 들어서 한 작품만 되게 오래 파는 경향이 있거든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보수적이라고 해야 하나?

DJ 메이진 타카하시 : 너는 아직도 에반게리온 보잖아.

소린 : 그건 내 아이콘 같은 거고… 아무튼, 정말 그 작품 하나만 계속 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제 경험담이 있어요. 제가 애니음악 이벤트 디제잉을 했는데. 아무리 최신 애니음악을 틀어도 그걸 알아듣는 사람은 정말 소수에요. 거의 없어요.

윤향로 : 오타쿠 진짜 부지런해야 해. 계속 공부해야 하잖아요

먼데이 스튜디오 : 한국의 오타쿠라하면 나루토? 원피스? 그런 거.

강정석 : 우리가 돈을 내고 사서 보고… 아끼는 문화라기보다는, 그냥 소비재로 쓰고서 버리는 것 같아요. 작가들에게 돈이 안가도 신경을 안 쓰는 게.

소린 : 오히려. 옆 나라에서는 소비재. ‘보고 버리는’ 애니메이션이 더 많이 나와요.

강정석 : 싸게 만들고 빨리 죽는.

소린 : 그런데 그 ‘보고 버리’라고 만든 작품을 오래가지고 있는 거예요. 맘에 품어 놓고 있는 거죠. 이게 정보량의 차이일 수도 있는데. 뭔가 좀 기가 빠지더라고요. 노래들을 누구나 알 거로 생각하고 공연에 올라갔는데, 몰라. 몰라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뒤에서 그걸 보고 있었죠.

소린 : 그래서 요즘 생각하기에는, 그 사람들을 포용하는 데 애를 쓰는 것보다는, 오히려 관심이 있거나 오고 싶은 사람들을 데려다 놓는 게… 더 낫지 않나.

강정석 : 관성이 이미 생긴 사람들 포용하려고 일일이 맞춰주다 보면 힘들어요. 그 사람들이 원하는 걸 하다 보면 이쪽에서도 동료를 잃어버리고.

DJ 메이진 타카하시 : 그때부터는 저희가 오타쿠가 아니게 돼요.

강정석 : 반쯤 사기꾼이 되는 거죠.

소린 : 네, 그래서. 차라리 노출이 최대한 많이 되는 방향이. 더 좋을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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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다음 질문은 행사에 관련된 질문이에요. 굿-즈 참여 제안을 받고 처음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이해하고 참여하시는지?

소린 : ‘아 재밌겠다!’ 라고.

DJ 메이진 타카하시 : 일단, ‘재밌겠다’.

먼데이 스튜디오 : 뭔가 코미케 같았어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처음엔 전시회인 줄 알고. 전시에 관련된 아이템들을 던져 놨어요. 그런데 판매전이래요. 원래는 제 아카이브를 풀어버릴 생각이었는데. 여러 행사의 포스터 등등….

소린 : 재밌다는 생각밖에 안 한 것 같아요. <던전 Dungeons> 하면서, 트위터 타임라인 안이 아니라 다른 데서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잖아요. 전시회인데 전시회가 세 번에 걸쳐 이동하고. 거기서 음악이 흘러나온대요. 벌써 재밌잖아요. 저나 친구들이나, 즐기고 있어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굿-즈 제의를 받고, 인터넷에 검색해서 정보를 찾았어요. 행사에 관련된 이야기들. 저는 그때 든 생각이, ‘아, 이분들도 졸업사진 찍는구나.’

강정석 : 무슨 얘기야 그게ㅎㅎ.

DJ 메이진 타카하시 : 잘 되면 졸업사진, 안되면 장례식. 망하기 직전이구나.

김영수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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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마지막으로, 트위터에서 루마한님이나 DJ 메이진 타카하시가 이야기했던 네오-레트로 얘기를 더 들어보고 싶어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네오-레트로요? 네오-레트로라는 말은 저는 안 써요. 그런데. 항상 제가 하는 말들이 있어요. 나는 <레트로 파티>를 여는 DJ 메이진 타카하시이지만, 진짜 레트로를 튼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제가 그걸 알아요. 저는 레트로일 수가 없어요. 레트로를 직접 접한 세대도 아니고. <레트로 파티>라고 했는데, 여기 올라가는 DJ들이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생이에요.

강정석 : 그것들을 경험하면서 자라났다기보다는 나중에 알게 된 것이라는 거죠?

DJ 메이진 타카하시 : 그렇죠. 재구성된 세대인 거죠.

소린 : 쉽게 말해 80~90년대 게임을 에뮬레이터로 접한 세대. 패미콤 같은 거는 중국산 짝퉁으로 접한 거죠. 인터넷 중고시장에서 팔고 있던 옛날 게임기들을 나중이 되어 접한 세대인 거죠.

DJ 메이진 타카하시 : 저는 처음 만진 게임기가 패미콤이 아니라 슈퍼패미콤이에요.

강정석 : 네오-레트로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건너 온 건가요? 옛날에도 있었던 것 같기도.

DJ 메이진 타카하시 : 외국 포럼 사이트에서 언급되던 단어예요. 2000년대 중반쯤 였던가?

강정석 : 그럴 거 같아요. 이미 2000년도 후반에는 네오-레트로 대성황이니까요. IWBTG9) 시리즈 같은 게임 플레이 하고.

9) ‘I Wanna Be The Guy’의 준말. 마이클 카인 오라일리의 개인제작 프리웨어 게임이다. 2007년에 발매되어 수많은 팬게임을 낳았다. 극악한 난이도과 고전 게임 오마주로 유명하다.

DJ 메이진 타카하시 : 복고라는 게 유행을 넘어 장르화 되기 전에. 지금은 장르화 됐잖아요. 원더걸스도 하는. 그 이전에 네오-레트로라는 이야기를 포럼에서 했던 것 본 적 있어요. 2005년경? 00년대 혹은 9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70, 80년대를 진짜 겪은 것처럼. 아직도 학교 컴퓨터에 가면 포켓몬스터 깔렸을 거예요. 나온 지가 언젠데. 그런 것들을 겪으면서 그게 자기의 추억이 돼버리고. 그게 DJ 메이진 타카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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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네오-레트로 관련한 것이 어떤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지 좀 궁금해서요.

소린 : 저는 처음에는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응답하라 1994>이 나올 때부터. 아니 고작 20년 전을 추억한단 말이야?

DJ 메이진 타카하시 : 그거 되게 끔찍하다.

소린 : 그래서 아 진짜 망했다. 이러면서 점점 10년 전, 5년 전을 추억하는 복고들이 갑자기 생겨나기 시작하니까.

강정석 : 올해 봤던 해시태그 중에 정확하진 않지만, ‘#90년대생만알만한것들을모아보자’ 같은 게 있었어요. 근데 모아놓은 모습이 84년생인 제가 아는 거랑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는 거에요. 추억한다는 것들이 뭐가 다른 게 없는 거에요. 포켓몬… 디지몬… 죽지도 않고 계속 팔리는.

DJ 메이진 타카하시 : 처음에도 말했는데, 언제 봤던 거고 어떻게 봤던 거고, 내가 여기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체크를 안 해봐서 그래요.

소린 : 무한도전 가요제 때 노래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게 몇 년이나 됐다고. 뭐 추억하는 행위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데, 그게 패턴이 되기 시작하니, 처음엔 좀. 무섭더라고요.

강정석 : 애잔하게 ‘돌아가고 싶어’ 느낌이면 차라리 나은데ㅎㅎ.

소린 : 그런데 이게 이제. 추억만 하는 걸 넘어서 장르화 되고 뭔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는, 질이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예를 들면, 저는 DJ라서, 뭔가를 재구성하는 사람이잖아요. 이미 장르화가 되었다면 DJ가 그걸 부술 수는 없어요.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죠. 예를 들어 제가 사운드 클라우드에 노랠 하나 만들어 올려놨어요. ‘사쿠라 아사쿠사 호텔’이란 노래. 그 노래는 칩튠인데, 실제 게임보이 사운드 썼느냐면 그건 전혀 아니에요. 2000년대 이후에 나온 프로그램으로 비슷하게 만든 거죠. 복각이죠. 엄밀히 말하면 칩튠도 레트로도 아닌 거죠. 그런데 이걸 통해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 수 있잖아요. 이미지는 차용해 오면서. 그런 식으로 재구성해서 갈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본의 토리에나라는 분은 게임보이로만 디제잉을 해요. 게임보이 두 개를 양쪽에 놓고. 실제 게임보이 소리가 나와요. 근데 그분 같은 경우도 게임보이를 그대로 쓰는 게 아니에요. 게임보이를 디제이용으로 볼륨노브를 달기도 하고, 자기가 재구성 하는 거예요. 사운드 자체는 진짜 칩튠이지만, 보여주는 퍼포먼스나 토리에나란 아티스트는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거예요. 90년대에 누가 게임보이 가져와서 디제잉 한다고 하면 누가 할 수 있었겠어요. 지금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먼데이 스튜디오 : 그런 맥락에서 저는 재미있게 보는 씬이 있는데, 미국에 소닉 덕후들이 되게 많아요. 게네들이 진짜 재밌는 게, 최근에 나오는 소닉 시리즈들은 ‘소닉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소닉 더 헤지혹 엔진을 해킹해서, 그걸로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요.

윤향로 : 와아.

먼데이 스튜디오 : 그게 무료로 배포되는데, 게임 음악도 제대로 만들어요. 메가드라이브 사운드 같은 게 아니라, 과거 음악을 요즘 장르에 맞게 편곡해서 만들어요.

윤향로 : 검색어 좀….

먼데이 스튜디오 : ‘소닉 애프터 더 시퀄’. ‘비포 더 시퀄’ 시리즈도 있고.

소린 : 새로운 스테이지 만들고, 그래픽도 리뉴얼하고. 음악도 새로 만들고.

DJ 메이진 타카하시 : 진짜 오타쿠잖아요. 너무 좋아.

강정석 : 마리오 관련해서는 아주 많죠.

먼데이 스튜디오 : 엄청 어려운 마리오.

DJ 메이진 타카하시 : 뛰었더니 위에 블록 떨어지고. (일동 웃음).

소린 : ‘고양이 마리오’.

강정석 : ‘고양이 마리오’ 너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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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슬슬 마무리로 궁금한 거 있으신 분?

윤향로 : 정보가 없으신 독자들을 위해서? 일전에 <던전 Dungeonns> 프로젝트 어떻게 참여하셨는지 궁금해요.

소린 :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강정석 : 설치하는 중에, 하이퍼메스HYPERMESS 음악을 듣는데 그 음악이 공간에 너무 붙어서.

윤향로 : 아. 정석씨는 어떻게 알고 계셨어요?

강정석 : 탄산 포스터 디자인해주신 박재영님 통해서 루마한님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너무 좋아서 트위터나 인터넷으로 활동을 보고 있었어요.

소린 : 마침 루마한의 경우 비디오 게임 음악을 들으면서 자란 세대니까. <던전 Dungeons>랑 잘 어울리잖아요. 그래서 ‘아, 곡 주면 되겠네’ 이 생각.

강정석 : 덕분에 재밌게 잘 놀았습니다.

윤향로 : 제 어렸을 적 생각하면 Ez2Dj 밖에 생각이 안나거든요. ‘이런 거 누가 만드는 거야?’, ‘이런 그래픽이랑 음악 누가 만들지?’ 했어요.

소린 : 그걸 지금 저희가 참여하고 있죠.

윤향로 : 그러니깐요! 신기하고, 그 당시에 꼭 뵙고 싶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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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 네오-레트로 얘기하시는데, 예전 디씨가 생각나는 거에요. 자기가 겪지 않은 일들 써서 올리면서, 그거 그냥 ‘가지고 노는’ 거잖아요. 디씨로부터 출발된 어떤 흐름.

강정석 : 2008 이후 영향을 받은 점이 있느냐는 질문 같기도 한데, 빠삐놈 이후의 디씨.

DJ 메이진 타카하시 : 박진배 선생님!

소린 : 빠삐놈 만드신 분의 인터뷰를 저희가 아카이브로 가지고 있어요.

강정석 : 아. SSD 아카이브에 들어가는 것 중에 그 분 것도.

소린 : 저희는 네오-레트로 범주 안에 있는 것들. 아무도 기록하지 않는 것들의 아카이브를 만들고 싶었어요.

강정석 : 기록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우린 위키도 엉망이고. 얼마 전 애니메이션 <러브라이브>의 극장판을 봤는데, 그건 캐릭터들이 그냥 속성 부여된 스테레오 타입의 나열이잖아요. 우리처럼 이런저런 먹힐만한 스티커 가득 던지고, 그걸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옆으로 퍼지는 그런 느낌. 어찌 보면 우리도 다 프사 만들어서 관련한 이미지를 최대한 확장하는 일을 하잖아요. 이러다 어디로 가려나? 기록이 잘 되기라도 하면 좋은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소린 : 전부 다 아카이브잖아요. 결국. 어젯밤에 잠깐 얘기 나온 것 중에, 먼쌤 노트북 한 대 더 있으시잖아요. 옛날에 쓰던 맥북. 옛날에 쓰시던 거 제 기억으론 더 빽빽해요. 제가 알기엔.

먼데이 스튜디오 : 음 이만큼 빽빽하지는 않을 걸요? 이게 역사가 더 길어서.

소린 : 여하튼 ‘그 맥북을 팔까?’까지도 이야기를 했어요.

먼데이 스튜디오 : 그걸 굿-즈에서.

소린 : 그냥 파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스티커에 대한 히스토리 있잖아요. 그 히스토리 넣어놓은 상태로 판매하는.

먼데이 스튜디오 : 모든 트랙이랑.

강, 윤 : 좋은데요! 게다가 팔릴 거 같아요!

강정석 : 이 스티커들 보면 여하튼 묘하네요. 이대로 한없이 옆으로 늘어나다 보면 이런 스티커 무더기일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한편으로는 엄청 지루하고, 다른 한편으론 자극적이고.

소린 : ‘이걸 어떻게 붙여야 예쁘지?’ 하고 항상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강정석 : 저는 어느 타이밍 지나서 안 붙이고 꾹 참고 있어요. 예쁜 컴포지션인 상태에서.

DJ 메이진 타카하시 : 와 파나소닉 스티커.

소린 : 전 이걸 지저분하고 빽빽하게 채울수록 더 뭔가….

강정석 : 이 스티커들 같이 찍으려고 보니 우린 공간들 스티커나 미술 관련 스티커는 하나도 없어. (일동 웃음).

김영수 : 저는 교역소 스티커 만들면서, ‘아, 우리가 최대로 소비할 수 있는 게 스티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강정석 : 스티커 정도는 사람들이 막 가져다 쓰니까.

소린 : 아직 그렇지도 않은 것도 같아요. 보통 사람들 사이엔 스티커는 아직 계륵이에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저도 안 받는 경우 많아요.

김영수 : 붙이시라고. 말씀드려야겠다.

윤향로 : 옛날 앨범 모으듯 모으는 거라고. ㅎㅎ.

소린 : 이렇게 맥북에 붙여두면, ‘왜 예쁜 거에다 이렇게 붙여놓느냐?’는 얘길 들어요. 아직까진 그래요.

DJ 메이진 타카하시 : 맞아.

김영수 : 그럴 때 바로 케이스를 벗겨서… ‘케이스 사시면 됩니다!’ 라고.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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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강정석, 김영수, 윤향로
편집 : 강정석, 윤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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