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 : 일단 간략하게 본인 소개부터. 김대환 : 평소 말하는게 두서 없어서… 굿-즈에 짧은 소개글 보내는 것도 너무 어려웠어요. 최근엔 공공미술 관련 회사를 3개월 정도 다녔고, 몇 가지 계기로 전시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고 있어요. 작업하는 것과 판매하는 것을 연결해 생각하지는 않는 편인데, 이를테면 ‘완성’을 생각하지 않는달까, 늘 딱딱 끊어질 수 없는, 그것을 향해 가는 과정인거죠. 그래서인지 작업의 다음 단계에서 뭔가를 ‘취하는’ 것에 아직 생각이 가질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작업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욕심은 있죠. 그렇지만 그것이 판매를 위해서 혹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인 것은 아니니까. - 박현정 : 굿-즈 참여 제안을 받고는 어떠셨나요? 김대환 : 사실 이야기한 부분 때문에 굿-즈가 흥미로웠어요.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굳이 연결시키지 않으려 했던 판매에 대한 고민, ‘상품/물질’로서의 완성도에 대한 고민. 판매라는 형식 안에서 작품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보고싶었던 거죠. 전시공간에서 ‘내가 이 곳에서 뭘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듯 ‘굿-즈’를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예상컨대 작은 소품을 만들 수도 있고 좀 더 넓은 방향으로의 접점을 만드는 ‘중간 조각’ 같은 것들을 만들 수도 있어요. 전에 (굿-즈 기획자들과 만나) 작업을 설명할 때 했던 얘긴데, 저는 무언가(‘관객’은 너무 좁은 의미이므로)와 만나는 그 사이 지점에 놓이는 조각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구구절절히, 손을 이용해서. 그런데 그게… 마치 지금의 대화가 온전하지 않듯,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상태에서 ‘표면’을 접하게 되거든요. 굿-즈를 통해 그것의 완성도 높인 어떤 형식으로 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민경 : 그럼 굿-즈의 제작과정에서 특별히 더 신경쓰고 계신 부분이 있나요? 김대환 : 정말 예쁜 것,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 그런 이유들을 통해 소유한 사람이 시간을 느끼게 하는 것이요. 가령 ‘이걸 내가 오래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라든지 ‘얼마간 가지고 있을 수 있겠다’랄지. 그런 것들에 따라 돈을 지불하는 것이 굿-즈의 형식이니까. 박현정 : 금액은요? 김대환 : 아주 짧은 시간 그냥 기억에 스치듯 지나가는 ‘칭찬’을 파는 정도라면 한 500원? 제가 더 공들여서 만들고 있는 이불 조각이라든지 빗잔 같은 것들은 견고하고 오래가는 만큼의 값어치를 더 요구하고 싶네요. 딜deal해보는 경험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 박현정 : 이불 조각의 경우엔 원래 ‘이야기하는 것’이 (판매 과정에)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김대환 : 사실 뭔가를 만들어 놓으면, 그것에 대해 아무리 얘기해도 닿을 수 없기 때문에… 얘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과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거든요. 오히려 그래서 이것(이불 조각)을 만드는 것 아닐까, 싶은데. 아직 어떻게 어떤 식으로 다룰지는 고민 중이고. 지금으로서는 어떤 이야기도 없이 그 조각을 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박현정 :그래도 누군가 물어본다면 설명을 해주실 건가요? 김대환 : 설명이라는 건 표면에 맺히는 것이기 때문에, 이입을 위한 단서 정도가 전부일거예요. 그렇다면 아예 다른 방식의 설명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김민경 : 직접 말로 하는게 아닌 다른 방식의? 김대환 : 네. 아직 정확히 얘기를 못드리겠지만. - - 박현정 : 요즘은 포트폴리오를 아예 안만드신다고… 무슨 계기가 있었어요? 김대환 : 학교 다닐 때 포트폴리오를 이래저래 많이 만들었어요. 선생님들 스튜디오에 지망하려면 필요한 절차이기도 해서. 근데 이게 너무… 헛발질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차피 전달에 효과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에너지 소모도 크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게 절대 나를 위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보는 사람도 저도 만족하지 못하는 뭔가를 계속 만들고 있는 듯한. 홈페이지, 전시 같은 것도 마찬가지에요. 다르게는 할 수 없을지 고민하다가 동료들과 같이 초단발활동으로 연결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소모적인 것들을 이제 좀 그만하자는 뜻이었어요. 득 없는 욕심들 사이에서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소소한 마음도 있었고. 박현정 : 사실 포트폴리오를 만들지 않는다고 얘기하셨을 때 저는 바로 초단발활동을 떠올렸어요. 대안을 머리 속에 그렸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왜냐면 그게 작가님을 정말 잘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그 활동이 지속되었을 때 웬만한 전시보다도 큰 효과를 가지겠다 싶었어요.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저도 작가의 입장에서) 이렇게 하면 작업이 진짜 많이 늘 것 같고. - - 박현정 :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 얘기해 주시겠어요? 김대환 : 다들 작업비를 어떻게 충당할지 고민 많이 하잖아요. 사실 매체에 따라 돈이 별로 안들기도 하지만, 그놈의 설치는 특히 정말 막 때려박아야 하잖아요? 박현정 : 맞아요. 그리고 다 파기하신다고ㅎㅎ. 김대환 : 괜히 비엔날레니 뭐니 눈은 높은 데 맞춰져 있어서 스펙타클한게 하고 싶고, 한편으론 ‘젊은 우리가 그런 옛날거 하고 있으면 안되지’라면서 소소하게 만들자니 괜히 그게 구차해 보이고… 어쨌거나 설치 혹은 조각은 결국 시간과 떨어질 수 없는 것 같아요. 전시만 봐도 설치작업은 전시공간에 뭔가를 두고 굉장히 연극적으로 그 상황을 유지하는 건데, 가령 전시를 일주일 동안 한다고 치면 작업자가 원하는 어떤 상황이 일주일 동안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거죠. 매일 아침에 나와서 원하는 상태를 만들고 전시장이 닫힐 때까지 계속 유지시키는, 일종의 퍼포먼스인거죠. 그렇다보니 에너지가 많이 드는 소모적인 방식일 수 밖에 없어요. 그런 것들을 빼면 작업을 하는 데 들어가는 순수한 ‘돈’은 그렇게 부담이 크진 않아요. 물론 아까 말한 ‘스펙타클’을 포기한다는 전제 하에, 마치 드로잉처럼 꾸준히 뭔가를 하고, 쌓고, 하고, 쌓고, 반복하는거죠. 그렇다면 전시란 건 작업의 중간을 끊어서 스스로 그 단면을 확인하는 일인데, 제 경우 초단발활동을 통해 그걸 충족함으로써 불필요한 전시들을 거부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포토폴리오 역시 당장은 만들지 않아도 되고, 작업비용이라든지 여러 가지 면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는 거예요. 그렇게 에너지(‘돈’에 대한 고민을 포함해)를 비축하는 것 같아요. 김민경 : 설치작가들은 자기 작업을 구현하면서 경험치를 쌓아가는데 전시 한 번으로 시행착오를 경험하기에는 리스크가 커요. 초단발활동은 그 점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법 같습니다. 김대환 : 같이 하고 있는 동료들이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마구 증발하고 있는 친구들이에요. (일동 웃음). 박현정 : 다들 보통이 아니시던데? 김대환 : 그래서 그런 고민이 겹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박현정 : 초단발활동 얘기가 계속 나왔으니 조금 더 여쭤보고 싶습니다. 처음에 동료들과 ‘이런 걸 하자!’라고 모의한 시기가 있었을텐데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맞아 떨어져서 멤버가 정해지고 어떻게 진행할지 룰을 정할 수 있었을거라 보거든요. 그런 중요한 결정들에서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있었나요? 아니면 그냥 자연스러운 공감대였을까요? 김대환 : 아까도 말했듯이 몸을 사리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던, 자연스러운 방식이었어요. 기본적으로 기회를 절대 거절하지 않는 친구들이에요. 박현정 : ㅎㅎ알 것 같아요, 해치워버리는 스타일…. 김대환 : 네. 왜냐면 좋으니까. 하면 재밌고, 분명 안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테니까. 그리고 룰에 대해 부연하면, 그게 반드시 장소일 필요는 없어요. 예를 들어 8월 초단발활동은 ‘비에서 한다’ 였거든요. - 박현정 : 사실 작가 인터뷰에서 저희가 꼭 해야 하는 공통의 질문(판매를 위한 가격 산출 방식)이 있어요. 근데 이게 김대환 작가님께는 소용 없을 것 같아요. 김대환 : 아 그래요? 박현정 : 네ㅎㅎ 그 질문이 안먹히는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이미 거기서 비켜서서 방법을 찾아가고 계신 경우라. 그럼에도,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여쭤볼게요. 굿-즈를 제작하고 가격을 책정하면서 무언가 껄끄러운 부분은 없었나요? 사실 저는, ‘칭찬’을 오백 원에 판다고 하셨을 때 정말 파는덴 관심을 끄셨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김대환 : 왜? 잘될 것 같지 않아요? (일동 웃음) 박현정 : 그게 좀… ㅎㅎ굉장히 뭐랄까…. 김민경 : 차라리 욕해주고 오백 원을 받으시는게 나을 것 같애ㅎㅎ. 김대환 : 오호…! 박현정 : 음… 그것도 하필 왜 오백원일까, 하는. 이 가격이 정해지기까지 고민했던 점을 얘기해주세요. 김대환 : 말할 때 여러 단어 중 하나를 고르고 고르듯이, 가격에도 (즉각적인 결정들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가 붙게되죠. 그 판단 자체는 아주 직관적인 것이었어요. 칭찬 하나에 코인 중에서 제일 큰 것,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백 원이라고 하면 너무 값싸 보이고, 오백 원이라면 오고 갈 때의 크기도 흡족스럽고. 그렇다고 팔백 원이면 거슬러 주기 힘들고요. - 박현정 : 다른 작업들의 경우엔요? 김대환 : 가격을 결정하는게 재밌지만 저로서도 무척 어려워요. 아마 대부분은 작은 조각들일텐데… 예를 들면 2014년에 조그맣게 투바이 각목들을 쌓아 만든 조각이 있어요. 나름의 사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데. 작가 어시스턴트를 하던 B가 첫날 일하러 가서 투바이 각재를 빗면으로 잘라오라는 미션을 받았어요.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그걸 엄청 열심히 깎아서 갖다 드렸고, 칭찬을 많이 받았죠.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작품의 높이를 조절하기 위한 그냥 밑받침이었던 거예요. 그러기엔 너무 예쁘고 조형적으로 완벽했던 건데. 전시 때 그게 실제로 깔려 있는 걸 보면서도 ‘내가 이걸 만들었다’고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애매한… 온갖 상황들이 다 겹쳐진, 아이러니한 유머들을 가장 투바이다운 방법들로 넘어지기 직전까지 쌓아 올려 만든 탑이에요. 어쨌거나 미술전공자이고 작가인 그가 다른 작가의 어시스턴트로 일할 때 표현된 섬세한 (그렇지만 예술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감성 같은 것들… 그리고 나무조각에 이입된 기쁨들.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그 투바이 목재가 전체 길이에서 이만큼 잘려 나왔을 때 이것의 가격이란… 음. - - 김민경 : 찻잔이나 이불 조각 같은 경우엔 소통하기 위해서 새로 만들어진 매개체 같은 것이잖아요? 김대환 : 네. 김민경 : 그렇다면 반대로 칭찬의 가격이 더 높아도 될 것 같아요 전ㅎㅎ. 김대환 : 아직 가격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고요. 이게 또 타당한 느낌으로 공유되어야 하잖아요, 가격이란게. 박현정 : 교환의 대상이 있으니까. 김대환 : 네. 박현정 : 어떤 작가들은 굿-즈가 작업의 맥락에서 좀 다른 포지션을 가지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는 어느 정도 수월하게 값이 정해져요. 통상적으로 거래되는 혹은 기대되는 값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게 완전히 작업 안에서 빚어지는 상태일 때 그 지점이 참 어렵죠. 그렇지만 어떻게든 그걸 팔 수 있다면 재미있을 거예요. 어쩌면 온전한 형태의 거래도 아닐 것 같고…. 김대환 : 그래서 저도 ‘거래가 정말 가능한가? 내가 구매자라면 무슨 생각이 들까?’ 계속 반문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처음에 생각했던 건 교환이라는 형식이었는데, 제 굿-즈와 교환되는 것이 커피 한 잔이 될 수도 있고, 시간의 교환이 될 수도 있고, 약속? 맹세? 그런 가치일 수도 있을거란 생각에… 그런데 굿-즈는 화폐라는 정확한 교환(시장)가치가 제시되는 행사잖아요, 그래서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이용’해보려고 합니다. - 박현정 : 처음에 굿-즈 제안을 받았을 때 머릿속에 딱 떠오른 뭔가가 있었어요? 김대환 :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돈을 떠올리지는 않았어요. 판매라는 프로세스를 내가 작업에 이용할 수 있는 재밌는 경험이 되겠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주저 않고 이렇게ㅎㅎ. 박현정 : 해치우듯이ㅎㅎ. 김대환 : 네ㅎㅎ. 재밌는 건 해야하니까. - 김민경 : 굿-즈가 끝난 후에도 본인의 작업에서 판매가 가능한, (큰 설치작업의 형태가 아닌) 굿-즈로서의 무언가를 만들어 보실 생각이 있으세요? 김대환 : 생각은 있으나, 거기에 전력을 다할 정신은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미술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너무 궁금했던게 ‘양혜규 같은 작가들은 작업을 팔까?’ 하는 의문이 드는 거예요. 근데 심지어 정말 작품들을 파신다기에 놀랐죠. 어떤 방식인지 궁금해 알아보니까, 어떤 것은 저기에 어떻게 가있고, 어떤 건 다른 나라에서 이런저런 계약에 묶여 있고… 엄청 복잡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도저히 팔릴 것 같지 않은 무언가도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상황에서는 판매라는 형식으로 변용될 수 있다는 것.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 박현정 : 요즘 제일 큰 고민은 뭔가요? 김대환 : 고민이요? 되게 현실적인 고민인데ㅎㅎ. (일동 웃음) 김민경 : 아 뭔지 알 것 같아요ㅎㅎ. 박현정 : 고민은 늘 현실이죠ㅎㅎ. 김대환 : 도저히 회사 같은 건 못다니겠어서 때려치우고 요즘은 파주에 있어요. 파주에 마정이라는 곳이 거의 38선에 근접해 있는 마을이예요. 김민경 : 파주는 저~기 아니예요? 김대환 : 네. 저~기. 가끔 대포도 쏘고 그래요 거긴. 시내로 나오는데만 한 시간이 걸리고, 다시 거기서 서울로 오는데 족히 두 시간이 걸려요. 아직 들어간지 한 달 밖에 안됐는데 너무 답답해서 고민이에요. 박현정 : 그건 익숙해질 수 있는게 아닌닐 것 같은데…. 김대환 : 익숙해지면 안될 것 같아요ㅎㅎ. 서울에 작업실을 찾아보고 있는데 월 30만원 내던 자취방이 부담스러워서 거길 빼고 파주에 간거거든요. 그렇다보니 작업실도 너무 다 비싼거예요. 요즘은 스타벅스에서 작업 하고 있어요ㅎㅎ. 김민경 : 나랑… 같은데서 하시잖아, 작업을ㅎㅎ. 김대환 : 작업실 구해도 커피는 또 따로 사먹을 거니까ㅎㅎ. 박현정 : 맞네 그건 생각 못했네ㅎㅎ. 거긴 커피 포함이구나. 그런 고민은 참… 어제 인터뷰한 다른 작가님은 이런 고민에 대해 나름의 방법이 있었는데… 욕망을 줄이신다고ㅎㅎ. 모든 걸 제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자기 자신도 제로로 만든대요. 그게 괜찮을까 싶으면서도 또 굉장히 그분한테 어울려 보였어요. 김대환 : 제가 그리 많은 경험을 한 건 아니지만, 이런저런 프로그램 같은 걸 참여하면 집중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결과보고에 미팅에, 포트폴리오를 끊임없이 만들고 수정하고 제출하고. 그걸 생각하면 그냥 일정 부분을 포기하고 스타벅스에서 작업하는게 편하기도 해요. 김민경 : 나는 다른 작가들이 너무 궁금한 거예요. 공모전이라든지 그런데 지원하는 속도를 보면, 난 그런 걸 하려면 1년 365일 계속 기획서 쓰고 공모 보내고 포트폴리오를 만지는데, 쟤네는 신작도 하는거야… 도대체 언제 그런 걸 하지? 싶고. 요즘에는 비슷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뭘 하고있는지 계속 얘기가 들리니까… 내가 생각하는 속도가 있는데 자꾸 말리게 되는 거예요.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커요. 김대환 : <초단발활동> 얘기가 다시 나오자면, 거기서 제일 중요하게 얘기한게 속도에 대한 것이었어요. 자신의 속도를 잃지 않기 위해 중요한 건 개인 활동을 꾸준히 지속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전시에 버금가는) 예술가들이 작업을 지속하면서도 심지어 더 가속하는, 그런 활동이었죠. 김민경 : 작가 소림사네. (일동 웃음) - 박현정 : <초단발활동>에서 언제쯤 결말이나 마침표를 찍겠다는 계획이 있으신지? 김대환 : 일단 얘기된 건, 2년 정도 그렇게 해보자는 것. 김민경 : 지금 (초단발활동에서) 보여지는 것들이 어느 정도 형태가 나온 상황이잖아요. 근데 이게 더 길어지면 저는 작업의 형태라든가 비율도 좀 바뀔거라고 봐요. 김대환 : 네. 물론 멤버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전 올라퍼 엘리아슨의 스튜디오를 SNS에서 팔로우하고 있거든요. 작업의 중간 과정들이 올라오는데, 그걸 경험하고 완성작을 보면 즐거움의 깊이가 달라지더라고요. 포트폴리오의 다른 대안으로써 (초단발활동이) 작동하길 원했던게 그런 점이에요. 제가 해나갈 다른 활동에서도 <초단발활동>이 묻어나오겠죠. 김민경 : 그거 되게 중요한 말씀이시네요. 현대미술을 받아들이는 관객의 입장에서도요. 굿-즈도 작가들의 작품이 기존 전시를 통해 보여지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전달될테고, 그 매개의 폭이 넓어지면서 관객들과 더 잘 만날 수 있을거예요. 김대환 : 저보다 먼저 작업에 뛰어든 사람들을 보면 정말 많은 일을 한 번에 쥐고 해나가시는데, 이미 엄청난 파생을 일으켜놓았고, 그로 인해 작업들이 스스로 굴러가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도 당장은 더 바쁜 움직임(가속)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요.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해결방법이니까. 굿-즈 같은 행사가 재밌고 중요한 것 역시 제게 다른 줄기의 파생을 만들어주기 때문이에요. - 박현정 : 굿-즈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더 좋을다, 하는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대환 : 요즘 아트페어들이 부쩍 늘었더라고요. 박현정 : 네. 특히 올해 그렇죠. 김대환 : 사실 그것들은 구미가 당기진 않았어요. 제가 거기서 ‘놀’ 수 있는 여지가 애초에 차단되어 있어서… 근데 굿-즈는 ‘판매’할거라면서도 너무 뻔뻔(!)하게 작가 마인드를 앞세우니까 제가 뭔가를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거죠. 무슨 기념비적인 한 페이지를 새로 쓰는 듯한ㅎㅎ 마치 그런게 가능할 것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박현정 : 아 그래요?ㅎㅎ. 김대환 : 작가를 중심에 놓고 진행하는거라 재밌고 이걸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이게 이런 형태로 계속 가는 게 좋을지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한 번 뿐이라면 아쉽겠네요. 박현정 : 누가 하느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두 번째, 세 번째 굿-즈(혹은 굿-즈와 비슷한 무언가)의 모습은 다 다를거라고 생각해요. 김대환 : 예를 들면 독립출판 쪽에서는 진작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잖아요. 출판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계속 고민하고 거기서 공연도 하고 모이고, 그런 밑거름이 되는. 그런 움직임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지금 할 수 있는 운영의 역량이 탄탄해지면 굉장히… ㅎㅎ중요한 다리가 되지 않을까…. 김민경 : 우리 되게 모래성인데… ㅎㅎ꽉꽉 다져진 모래성이에요. 김대환 : 개인적으로도 많이 응원하고 있어요. 박현정 : 당사자들은 연말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요. (일동 웃음) 김대환 : 다들 내년을 기대하고 있잖아요. 박현정 : 내년요? 기대는 아니고요. 이 폭풍이 지나가고 난 다음에 나는 뭘 하고 있을까, 이런게 궁금하긴 해요. 이 다음이 있겠죠. 하고 나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 박현정 : 혹시 참여작가로서 굿-즈에 대해 더 궁금하신 점은? 아니면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정리해주실 얘기가 있으실까요? 김대환 : ㅎㅎ. 박현정 : 우리 얘기 다 한 것 같죠? 김대환 :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진행 : 김민경, 박현정
편집 : 박현정, 윤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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