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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일단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김가은 : 그게 제일 어려워요 ㅎㅎ. 저는 김가은입니다.

강정석 : 미술 혹은 관련 전공자이신가요?

김가은 : 아닙니다.

이수경 : 어떤 일을 하세요?

김가은 : 저는 현재 직업이 없고요. 미술 전공은 아닙니다. 저는 뭘까요.

강정석 : 방금 갓 조립한 로봇인가.

이수경 : 어디에 살고 계신가요?

김가은 : 대구에 부모님과 살고 있는데 거주지를 서울로 옮길까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이수경 : 저희는 그냥, 미술품을 사는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요.

김가은 : 처음에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 저는 제 자신이 컬렉터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어요. 인터뷰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았어요. 근데 생각을 하는 중에,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는 컬렉터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작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전시를 보러 가도 저걸 어디다 두면 좋을까 이런 생각도 해보고.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

강정석 : 부모님이 미술 작업을 사서 집에 두셨다거나, 그런 모습을 보며 자라셨나요?

김가은 : 아니에요. 부모님은 전혀 관심이 없으세요. 제 방 벽을 생각하다가. 부모님이 걸어두신게 없진 않아요. 직접 구매하신 것은 한 점이 있고. 나머지는 선물을 받으셨을 거예요.

강정석 : 저희 부모님 같은 경우, 달마도 이런 게 자꾸 선물 들어와요. 그리고 한국화로 그린 말 그림도. 제가 너무 싫다고 주장해서 안 걸려 있지만.

김가은 : 그리고 꽃 그림! 근데 두 분은 미술가인데도 집에 뭐 많이 안걸어두셨어요?

강정석 : 일단 돈이 없어서.

김가은 : 아니 자기 작품 있잖아요.

강정석 : 어… 작업을 할 때마다 드로잉 하면 벽에 붙여놓고 보긴 하는데, 그 상태로 오래 걸어두는 일은 없네요. 생각해보니.

이수경 : 엽서나 그런 인쇄된 이미지 붙이는거는 좀 했던거 같은데요. 아무래도 작업은 자기 것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 것이 있을 일이 잘 없으니깐. 자기 작업을 감상의도를 가지고 걸게 되지는 않는거 같아요.

강정석 : 또, 작업실 자꾸 옮겨다녀야 하니까. 집에 대해 애착이랄게. 저 같은 경우 정말 ‘작업실’로 쓰고 있어요.

김가은 : 저는 한집에 오래 살아서 그런가.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져요.

-

이수경 : 전시는 원래 자주 보러 다니시나요?

강정석 : 미술 전공자가 아닌데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김가은 : 학교에서 미술 시간이 즐거웠어요.

강정석 : 그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김가은 : 네. 저는 그랬어요. 그리고 미술 시간이 지금 생각해보면….

강, 이 : 선생님이 정말 좋으셨나보다.

김가은 :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선생님은 매번 바뀌잖아요. 학기마다 바뀔 수도 있고. 그리고 미술 수업이라고 하긴 해도, 유화를 그린다거나 물감을 쓸 일이 거의 없잖아요.

강정석 : 저는 대체로 공예품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김가은 : 대부분 디자인이었던거 같아요. 포스터 작업하거나. 그런 과제들이 좀 다양했어요. 매주 있었던 그 시간이 즐거워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계속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강정석 : 학교에서 가르치는 미술은 보통 피카소까지 열심히 가르치고, 현대미술까지 안가지 않아요?

김가은 : 그런거 기억은 잘 안나요.

이수경 : 그럼 언제부터 전시를 보러 다니셨어요?

김가은 : 학교를 안다니면서부터? 심심하고 뭐 그러니까. 다니는거 좋아하고.

강정석 : 현대미술이라는게 이해하기 어려운 작업도 많고 이상한게 많다고들 하잖아요. 제 친구 같은 경우 전시 보러 오면 가끔 불쾌해 하거든요. 이게 뭐지? 하면서 호기심이 생긴다기보다 그냥 어려워하고.

김가은 : 저는 그런 경우를 주변에서 본 적 없는거 같아요. 이 이야기가 너무 신기해요.

강정석 : 아 정말요?

김가은 : 진짜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이수경 : 처음에 전시 보러 다닐 때는 어떤 전시들을 보셨어요?

김가은 : 그냥 아무거나. 뭘 모르니까요. 대구에서는 전시 보는 공간이 딱 정해져 있어요. 서울도 그런게 좀 있겠지만, 서울보다 좀 더 심한… 학교다닐 때도 뭐 야외활동? 이라고 하면은 항상 가는 공원이 있었어요. 거기 아주 큰 전시장이 있어요. 보통 문화센터 같은거를 지으면 공연장을 크게 짓는데, 거기는 특이하게 전시장이 커서 거기에 자주 갔었어요. 아니면 어떤 동네에 딱 모여있으니까. 거기에 가죠. 그러면서 인터넷으로 보는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서 올라가서 보고.

이수경 : 반지하의 프로젝트나 <던전 Dungeons>까지 보셨다는게 너무 신기해서 ㅎㅎ.

김가은 : 저는 안보는게 더 이상한 ㅎㅎ.

강정석 : 정보 습득이 빠르신 분인 듯.

김가은 : 인터넷을 너무 많이 하는거 같아요. 요즘에는 인터넷을 자제하고 있어요. 3일에 한 번씩만 하는 걸로.

이수경 : 돌연 엄청나게 자제하시는데?

김가은 : 특히 트위터는 한 번 하면 끝이 없잖아요.

강정석 : 가끔 잠도 못자죠.

김가은 : 스마트폰 좀 멀리하고 3일에 한 번씩 체크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가끔 놓치고….

강정석 : 처음으로 작품을 사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란게 있을까요?

김가은 : 일단 사기는 (반지하) 굿즈g8ds에서 샀어요. 여기는 온라인에서 직접 살 수 있잖아요.

이수경 : 굿즈g8ds 대단하다.

김가은 : 항상 이런 모습을 상상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잘 없으니까.

강정석 : 이런 모습을 상상하셨다는게 어떤 걸까요.

김가은 : 일단 가격을 밝히고.

강, 이 : 아~

이수경 : 보통은 가격을 물어봐야지 알려주니까.

김가은 : 비싸고 저렴한거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비싸더라도 알면 계획을 세울 수 있잖아요.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일일이 다 물어봐야 하는게 낯설거든요. 그런 과정이.

강정석 : 예전에 그림 가격을 물어본 적 있어요. 전시 중인 갤러리에서. 그런데 제 복장이 허름해서 그랬는지, 그걸 왜 알고 싶으시냐고 하더라고요. 대답할 말이 없어서, 학교 선생님 그림인데 가지고 싶다고 했더니 그제야 “제자니까 알려준다”며 알려줬어요. 두 번을 물어야 한다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좀 특이한 경험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다른 곳에서는 가격을 묻자마자 바로 “네~선생님”이 나왔는데, 그 경우에도 뭔가 위화감이 들고.

이수경 : 백화점처럼 가격이 써있는 것이 상당히 편해.

김가은 : 그리고 가격에, 공(0)이 많아질수록 보기 좋아요. ㅎㅎ.

이수경 : 보기 좋다고요? (일동 웃음).

-

김가은 : 멋지잖아요. ㅎㅎ 작업이 있는데. 공(0)이 많아. 좋아하는 작업에 대해서 큰 환상을 갖게 되잖아요. 그럼 그걸 스스로 가격을 매겨본다고 한다면, 좀 터무니없지만, 공(0)이 많이 붙을 수록 보기에 좋은 것 같아요 ㅎㅎ.

강정석 : 무서운데 ㅎㅎ. 예를 들면 저기에 저게 좀 그런 작업 아닌가요? 상자 유령? 저는 쟤가 언제 팔리나 정말 궁금한데~.

김가은 : 저는 처음에 공(0)을 잘못 본 줄 알았어요.

강정석 : 아마도 굿즈g8ds 처음에 시작하면서, ‘이런 것도 팔린다면 멋진 일 아닐까?’ 생각하고 올린 것 같은데… 저게 왜 이백만원일까 생각하는게 조금 재미있어요.

김가은 : 저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ㅎㅎ.

강정석 : 명확한 답이 안 나오기 때문에..

이수경 : 그러면, 이 얘기를 처음에 해야 했나 싶은데, 구매하신 작품이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가은 : 처음은 굿즈g8ds에서 박현정 작가 작업을 드디어 구매를 하고! 그 후에도 구입하고 싶었던게 있었는데, 굿-즈에 참여하신다고. 그래서 그때 사려고 참았어요.

강정석 : 감사합니다 ㅎㅎ.

김가은 : 그리고 대구에서 하나 구매한게 있었어요.

이수경 : 그거는 어떤 작업이에요?

김가은 : 대구에 달성 공원이라는 곳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저기를 누가 그렸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었어요. 마음속으로 혼자.

강정석 : 왜 저걸 누가 안 그리지, 라고?

김가은 : 네, 저걸 그리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 제가 그릴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ㅎㅎ. 일단 저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러다 어느날 잡지를 보는데, 아트인컬처에서 신진작가들 모아서 ‘동방의 요괴들’이라는 프로젝트 하잖아요. 거기서 현시원님이, 동방의 요괴에서 담당한 작가들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있었대요. 이를테면 같이 뽑힌 다른 작가들과 현시원 큐레이터가 같이 작업실이라든지 방문하는 내용이에요. 그때 대구 달성 공원 근처에 있는 작가 작업실을 갔었다는 문장을 봤어요.

강정석 : 맞아요, 맞아요. 갔어요. 기억나네요. 신준민 작가님이 대구에 계신다고 했던 기억. 일이 있어 같이 못 갔지만, 대구의 망한 동물원 가고 그랬다던데….

김가은 : 맞아요. 달성 공원 안에 동물원이 있어요.

강정석 : 나중에 사진도 보내주셔서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김가은 : ㅎㅎ. 그래서 그걸 보고 반가웠어요. 달성 공원이라니! 근처에서 뭐가 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후 또 그 사실을 잊고 있다가, 어느 날 봉산문화회관에서 모 대학의 석사학위전을 한다는 거예요.

강정석 : 아.

김가은 : 그래서 전시 보러 갔는데. 세상에 그 작가분 작업이 있었어요.

이수경 : 우와. 신기해.

김가은 : 평소 학교 과제전 같은 곳에 가보면, 작업이 대부분 작았어요. 물론 장소가 한정적이어서 그렇겠지만. 근데 신준민 작가님 그림은 컸어요. 그것도 좋았어요. 뭔가 속이 트인 기분도 들고. 나중에 그분이 개인전을 하신다는 것을 알고, 찾아가서 인사도 드리고 그랬어요.

강정석 :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는구나.

김가은 : 지금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하고 계세요.

강정석 : 일단 누군가 달성 공원을 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는 말이 재미있어요. 정말로 구체적으로 느껴져요.

이수경 : 대구 내에서. 전시에 대한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시나요?

김가은 : 아니요.

강정석 : 어렵나요?

김가은 : 어, 음… 대구. 아무래도 충족은 안되죠. 짜내서 다니는거죠. 작업이 좋아서 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전시를 보는 경험 자체가 좋으니까. 하여튼 그래서 서울에 자주 올라가서 전시를 보는데, 최근에는 서울에 있는 날이 더 많아졌어요. 한 달에. 그래서 서울로 이사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두 분은 계속 서울에서 사셨죠?

이수경 : 일산. 서울. 네.

강정석 : 저도 거의 그래요.

-

이수경 : 다음 질문! 전반적 문화지출비에 대한 질문입니다.

김가은 : 문화 지출비라는 것이 의식주를 제외한 것을 말하나요? 영화 보거나, 하는?

강정석 : 공연, 미술전시 입장료, 작품 구매비, 음악 CD나 음원 구매 등등….

김가은 : 책도?

이수경 : 네. 그렇죠. 그 안에서 미술 관련 파이가 얼마나 될까. 뭐 이런 궁금증이 있어요.

김가은 : 음. 대부분이 될 것 같은데요? 미술을 경험하는 방식이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출비도 다른 분야는. 미술 보다는 관심이 많이 적은 것 같아요.

이수경 : 이런 애호가가… 그럼 영화나 공연 등은 많이 안보세요?

김가은 : 아 보기는 봐요. 그것도 좋으니까. 그런데 미술 보는 것만큼 재미있지는 않아요.

강정석 : 작품을 구매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요?

김가은 : 처음에 작업을 구매할 때, 작가님은 ‘이 사람은 왜 작품을 사나?’ 하고 궁금해하실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뭔가 말씀을 드리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제가 작가라도 궁금해 할 것 같고.

강정석 : 네.

김가은 : 그러다 보니 생각을 정리하게 됐어요. 구매할 때 고려하는 기준이라는게, 되게 복합적이에요. 그날의 기분도 좀 영향을 주고. 딱히 오랫동안 좋아했던 작가들 작품을 사는 것도 아닌거 같아요.
이수경 : 그럴 수 있겠네요.
김가은 : 어떤 기회를 계속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좋아서 딱 구매하고 싶은 기회. 제가 살고 있는 공간에 맞으면서, 어떤 환상을 주는. 이 환상이라는 건 개인적인 이유죠.

강정석 : 전시장에 도착해 실물을 보면 작업 사이즈랑 자신의 공간 사이즈를 생각 안하기 어렵죠.

김가은 : 네. 그리고 인터넷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는게 좋았어요.

이수경 : 대구 달성공원 그림은 유화를 사신 건가요?

김가은 : 맞아요. 그 그림 같은 경우, 그림 구매하고 싶다는 얘기는 먼저 안드리고 일단 작업실로 가게 됐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작업을 보고 싶은 대로 볼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고. 우선 제가 구매를 한다는 얘길 했었어야 했는지 싶기도 해요. 구매했는데, 만약 그림을 인터넷으로 먼저 봤었더라면 고르지 않을 것을 고르게 된 것 같아요. 갈 때 준비했던 예산이 30만원이었어요. 전시에선 큰 그림이 좋았지만, 저는 작은 소품을 사고 싶었거든요. 집에 둘 곳이 없고. 그런데 예상보다 작품이 되게 많더라고요. 금액은 됐었는데 고르지를 못하겠는거예요. 작업실이다보니까. 집중도 잘 안되는 것 같고.

강정석 : 작가님 뒤에 막 서 계시고 ㅎㅎ.

김가은 : 계속 저를 보고 계시는 거죠 ㅎㅎ.

강정석 : 그럴 수밖에 없죠. 인터넷이라는게 가은씨한테 되게 중요하겠네요. 필요한만큼 시간을 두고 평면 위에 쫙 펼쳐놓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김가은 : 네. 맞아요. 그래서 그분께 홈페이지 만드시면 좋겠다고 했어요.

이수경 : 작품을 산다는 조건이라는게 참 예민한 거네요. 딱 보고 이게 예뻐! 하고 들고 나가는게 아니니까.

김가은 : 제 옆에 두고 오랫동안 같이 있을 거니까.

이수경 : 제 작업을 구매하셨던 분도 자주 제 홈페이지에 가서 작업을 보시더라고요. 가끔 연락도 와요. “이 그림은 무슨 내용이에요?” 하고 물어보시고. 그후 한참 있다 구매하시고. 그런 식의 경험이 있어요.

강정석 : 밤에도 문자로 막 물어봐요. (일동 웃음).

-

강정석 : 궁금해지는게, 인터넷으로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웹사이트라는게 국경을 쉽게 넘잖아요. 링크하나 눌렀는데 스웨덴으로 가있을 수도 있고. 웹을 통해 해외의 작업을 보고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는지.

김가은 : 없어요. 제가 직접 볼 수 없으니까. 작가분도 만나봐야 할테고.

이수경 : 작품을 구매하실 때에 작가를 만나는게 중요한 파트인거예요?

김가은 : 네. 물론.

강정석 : 그럼 국내라고 치고, SNS.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같은 데서 작업을 보고 사야겠다는 고민으로 이어진 적이 있나요?

김가은 : 저는 주로 트위터만 해요. 인스타는 보기는 하지만 작업을 찾아본 적은 없어요.

-

강정석 : 이런 질문도 준비해 왔어요. 아트샵에서 구매한 걸 작품이라고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왜 미술관 가면 아트샵에 도록 말고도 조그만 조각 같은 것도 있고….

김가은 : 아트샵이 미술관에 있는 샵 말하는 거죠? 음… 그런 건 살 수 있어서 좋긴 한데. 저는 만족은 안되는 것 같아요. 작업이 아닌 이상.

이수경 : 어떤 것을 사보셨어요? 아트샵 같은 데서? 저 같은 경우 명화는 절대 못사니까 엽서는 꼭 사긴 하거든요.

김가은 : 엽서를 사도 저는 잘 안붙여놓게 되고 안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사긴 사게 되는데. 거기 가면 살 수 있는게 그것 뿐이니까 사요. 기념품이에요 ㅎㅎ.

이수경 : 맞아요. 기념품.

강정석 : 결제 방식에 대한 질문도 있어요. 작업을 할부로 사면 좋겠다던가, 카드가 좋다던가 그런 이야기.

김가은 : 아주 큰 금액이라면 그런 걸 생각을 해보겠지만, 현재까지 그런 경험은 없어요. 카드로 작품 사는 거는.. 좀 꺼려질 것 같아요. 이상해요! 좀 이상한데 ㅎㅎ.

강정석 : 카드는 약간 지르는 느낌이니까 ㅎㅎ.

김가은 : 뭔가 제가 지급을 안하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찝찝해요. 작업이 눈앞에 있는데 그 뒤에 미지급금이 떠오르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요. 아직은 제 소유의 작품이 아닌 거잖아요. 그럼 뭔가 감상할 때도 이상할 것 같아요.

이수경 : 작품을 구매하는 주기라는게 있을까요? 일 년에 한 개라든지..

김가은 : 저는 여유만 있으면은.. 요즘도 두 달에 한 번은 사고 싶었고. 살 수 있었는데, 행사 굿-즈가 열린다고 해서 참고 있어요.

이수경 : 되게 주기가 짧다고 느껴져요.

김가은 : 왜나면 제가 큰 돈을 모으기 애매하니, 돈이 생기면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거죠. 지금 제 판단으로는 한 50만원대가 최대에요. 그런데 이건 굿즈g8ds 웹사이트를 보면서 생각했던 금액에 더 가까워요.

강정석 : 그렇구나.

김가은 : 네. 그런데 너무 갖고 싶은 작업이 보이면 제가 돈을 더 많이 모으고 싶다는 욕망이 생길거 같아요. 의지가 막 솟을 것 같은.. 지금도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은행에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도, 개인적으로 돈을 모아둬요. 계획을 짜고 있는거죠.

-

강정석 : 본인의 베스트 컬렉션을 소개해주세요! 예를 들어, 구매한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라든지. 두고 볼수록 더 좋아진다든지.

김가은 : 책 같은 형태의 작업도 되나요?

이수경 : 네. 물론이죠.

김가은 : 이건 컬렉션 그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단, 제가 작업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제 입장에선 과정이 근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2년 전에는 제가 대구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어요. 그래서 책을 보통 더북소사이어티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해 받아 보았어요. 당시에 슬기와 민 디자이너의 책을 직접 보고 싶었어요. 사고 안사고를 떠나 대구에는 볼 수 있는 곳이 없으니까. 직접 그냥 볼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사실, 지금도 없는 것 같아요 ㅎㅎ. 여하튼, 주문을 넣었는데, 그쪽에서 전화가 온거에요. 재고가 없다고. 너무 아쉬웠어요. 거리가 먼 만큼 아쉬움이 컸어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까, 전에도 한 번 여러 개 주문할 때, 같은 책을.. 북소사 측에서 ‘재고 없음’ 표시를 안해두셔서 주문했다가 실패했던 적이 있었던 거예요. 거기서 온라인 사이트에 ‘재고 없음’을 여전히 표시하지 않으셨던 것이고, 저는 저대로 그걸 잊고서 또 재주문을 했던 거였죠. 그래서 기억을 못했다는 점에서 제가 잘못한 것도 있는 것 같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시 전화가 온거에요. 그럼 다른 책이 있는데 한 권 보내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강정석 : 우와.

김가은 : 그래서 제가 “그 책은 뭐에요?”하고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sasa44 작가의 책이라고. 그것도 슬기와 민이 디자인했다고 하시더라고요. sasa44 작가의 애뉴얼 리포트. 근데 전 그 책을 본 적이 없잖아요? 근데, 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문자가 뭉개져서 흐릿하게 프린트된 책. 그 작업을 찍어서 보내주셨어요. 결국, 그걸 택배로 받아서 열어봤는데 너무 기분이 좋은거에요. 작업도 근사하지만 그렇게 추천을 해주신 것이 정말 좋았어요.

강정석 :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를 알고 추천해 준거잖아요. 그냥 다른 잘 팔리는 책을 권한게 아니라.

김가은 : 네. 책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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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영상이나 퍼포먼스, 개념미술 등, 형태가 불분명한 작품에 대한 구매를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김가은 : 제가 어떤 영상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뭔가를 지급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경우는 있었어요. 재밌어서 제가 너무 오래 본거에요. 많이 보고 자주 보고. ‘어? 내가 이걸 보기만 해서는 안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어요.

이수경 : 그런데 한국에서는 영상 작업의 DVD 판매는 잘 안 하잖아요?

강정석 : 어차피 DVD를 판매하더라도 그 수익이 작품 제작비도 회수하기 어렵지. 그래서 굳이 일 벌이기가 모호하고.

김가은 : 네. 뭔가.. 어떤 근사한 방법이 있으면 좋겠어요.

강정석 : 사고 싶다고 해도 그 형태가 잘 안떠오르시는 거잖아요?

김가은 : 네,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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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작품 구매 후,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이나 후회스러웠던 점이 있다면?

김가은 : 음.. 없어요. 후회되는 건.

이수경 : 혹시 구매하신 작품이 보다 보니까 질리는 적은 없나요?

김가은 : 전혀 없어요. 전 너무 좋아요.

이수경 : 그렇다면 작업을 즐기는 어떤 방식이 있을까요?

김가은 : 굿즈g8ds에서 구매한 박현정 작가 작업을 인터넷으로 봤을 때는,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원래 사고 싶었던 작업은 다른거였어요. 그렇지만 그것도 확정이 아니니까 계속 생각을 한거에요. 여기저기 다니면서도 계속 ‘이걸 살까, 저걸 살까..’ 고민하고. 그런데 제가 예전부터 생각해왔던게 있어요. 달력을 보면서 시간을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달력에 숫자가 없으면 그건 그냥 작업인데, 그럼에도 어떤 시간의 단위, 예를 들어 ‘한 달’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처음에는 그 생각과 제가 구매한 박현정 작가의 작업이 매치가 잘 안되다가, 어느 순간 생각 중에 딱 떠오른 거에요. ‘어? 이거.. 그런 작업인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그 작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요.

강정석 : 우와… 이런… 진짜 멋지다….

이수경 : 작품을 만나는거 같아요.

김가은 : 그래서 아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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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소장자의 입장에서 ‘미술계’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합니다. 또, 작품 구매라는 방법 외에 미술계에 본인이 개입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작가, 비평가, 큐레이터… 뭐 이런 일원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김가은 : 저는 미술계라고 하면 우선.. 서울에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ㅎㅎ. 저는 서울 사람이 아니고.. 뭔가 그러한 일원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는거 같아요. 잠시 서울에 있어도 서울에 있는거 같지도 않고, 그리고 전시들이 참 많아요. 제가 외부인이라서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는데.

이수경 : 요즘 진짜 많아요. 다 보기가 힘들어요.

김가은 : 미술대학 학생이 많다는 것은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는데, 작가들이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게 정말 많다고 느꼈어요.

강정석 : 작가나 작업에 관련된 글 같은 것들이 나오잖아요. 잡지에 실리는 비평이라든지, 인터넷의 글일 수도 있고요. 그러한 것들을 챙겨 읽으시나요? 그런 것들에 영향을 받으시나요?

김가은 : 네 잘 읽히지는 않지만, 읽으려 하고 있어요. 읽고 싶어요. 궁금하니까. 트위터를 많이 봐요. 트위터는 매일 새로운 얘기가 올라오잖아요. 전시 정보라든지.

이수경 : 누군가 전시를 보고 쓴 글?

김가은 : 네. 짧은 리뷰.

강정석 : 트위터에는 글의 길이가 되게 짧잖아요? 글의 길이에 따라 만족도의 차이가 있나요?

김가은 : 잠깐 생각좀 해볼게요. 아 일단, 임근준님 글은 많이 찾아보고… 중요한 글은 중요한 대로 써주시고, 그때그때 정보를 올려주시고.

이수경 : 열정적으로 하시잖아요.

김가은 : 네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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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 구매한 작품의 작가에게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계신가요? 작가가 활동하는 루트를 지켜보거나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만남을 갖거나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가은 : 네. 뭐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그런 것 같아요.

강정석 : 작가에게 연락해서 질문하거나 그런 적도 있으세요?

김가은 : 개인적으로는 그러지 않아요. 우선은 제가 보는게 중요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시간을 많이 가지고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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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굿-즈가 어떤 식의 행사인지 혹시 알고 계신가요?

김가은 : 작가들이 팔 수 있는 형태로 작품을 만들어서 직접 판매하는… 뭔가 ‘현피’ 같은데요 ㅎㅎ. 다 만나는 거잖아요.

강정석 : 그렇죠.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작가의 작업실에 갔는데 막상 거기서는 작품을 보기가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걱정도 되네요.

김가은 : 거기는 좀 다를 것 같아요. 직접 팔겠다는 장이니까요. 5일 동안이니 생각해보고 다시 가서 볼 수도 있겠고.

이수경 : 그런데 또 어떤 분들은 작가가 있으면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을 수도 있어.

강정석 : 혹시 굿-즈에서 이런 작업 만났으면 좋겠다, 하는 상상을 하신게 있나요?

김가은 : 전 작가님들이 만들어 주시는게 좋아요. 작가님들이 뭔가를 만들어 오시는 것에 기대하고 있어요. 제가 직접 형태를 상상해 본 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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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오늘 정말 고맙습니다. 누군가가 작업을 사기 전에 가졌던 시간을 상상할 수 있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이수경 : 네.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김가은 :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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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강정석, 이수경
편집 : 강정석, 윤율리, 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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