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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지현 : 예. 제 이름은 박지현이고요. 지금은 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이수경 : 아직 학생이세요?

박지현 : 네. 이번에 졸업해요. 저는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주변에 미술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가장 친한 친구가 패션 관련 일을 하다가 다시 회화를 하게 되었는데 이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생일 선물로 그림을 그려주곤 했습니다. 여기에 있는 그림 중에 사람 모양 그림, 오른쪽 위에 건물 두 개가 있는 그림이에요.

이수경 : 액자도 친구분이 해서 주신 거예요?

박지현 : 제 취미가 아파트 마실 다니다 버려진 것들을 주워오는 것인데요. 주워오고 싶은 물건 중 하나가 액자에요. 깨지고 헌 액자들이 많이 있어서 주워 놓았는데 친구들이 그림을 하나씩 선물을 해주니까 어울리는 것 있으면 액자에 끼우고, 끼워서 이렇게 걸어놓고. 그러다보니 다른 친구들도 액자를 주워 주기도 하고 그래요.

송민정 : 재미있는 방식이네요.

이수경 : 액자만 준비해 놓으면 되는 거네요.

송민정 : 이전에 다른 컬렉터 분을 만났을 때 작품이 너무 좋은데 액자가 맘에 안 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작가가 선택한 액자라 자기가 임의로 교체하기가 꺼려졌다 하시더라고요. 다른 경우로는 작품 두 개를 세트로 샀는데 가지고 있는 상태로 오래 걸려있다보니 한 쪽은 그림을 고정하는 와이어가 늘어져서 똑바로 안 걸리신대요. 작품이라 생각하니 본인 손으로 보수하기가 곤란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전혀 다른 태도로 작품을 대하시는 점이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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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 박현정 작가님의 그림은 굿즈g8ds의 웹사이트를 보고 사신 거예요?

박지현 : 예전에 반지하에서 <데굴데굴 데모험>이라는 전시를 했었는데 거기에서 박현정 작가님 그림을 처음 봤어요. 마음에 들어서 가격을 봤는데 저에겐 너무 비싼 가격이라 못 샀어요. 이후에 다른 그림들을 계속 봐오다 마음에 드는게 생겼는데 마침 굿즈g8ds에 작품이 올라왔더라고요. 제가 나선형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림에 나선형태도 있고, 또 그림 사이즈가 좀 이만(어깨 넓이보다 조금 작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건 여러모로 딱 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제가 살 수 있는 가격대여서 사게 됐습니다.

강정석 : 박현정 작가님 작업, 사랑받는 작업인가 봐요.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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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작품을 구입하실 때 본인의 특별한 기준이나 중요시하신 부분이 있었나요?

박지현 : 저는 충동적이었어요. 평소에 그림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본 것도 아니고… 선물받은 그림을 걸어놓거나 좋아하는 이미지를 프린트해서 붙여놓는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반지하에 갔더니 우연히 마음에 드는 그림이 손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놓여 있었어요. 가격표를 보고 ‘아,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ㅎㅎ. 아까 말했듯 첫 번째로, 처음 사는 그림은 어깨 넓이 정도였으면 좋겠다, 하는 기준이 있었어요. 책상에 세워두는게 아니라 벽에 걸어두고 싶었거든요. 예전부터 느낀 건데 그림을 걸어두면 사연이 생기더라고요. 이야깃거리도 생기고. “저게 뭐냐?”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서요. 그런데 그건 어느 정도 사이즈가 되어야 눈에 들어온다고 생각해요. 그림이 걸려있으면 환경이 조성되고 이야깃거리가 생기는데, 너무 작으면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마침 제가 살 수 있는 가격대였고 크기도 적절했어요. 또 제가 나선형에 굉장히 꽂혀있는데 나선형의 형태가 들어있었으니까요.

강정석 : 나선형에 왜 꽂혀있어요?

박지현 : 예전에 제가 무슨 꿈을 꿨었는데…. (일동 웃음).

강정석 : 이거 물어보면 안 되는거 아니야?

박지현 : 그 꿈을 꾸고 나서 우주에 대해 관심이 생겼어요. 이상한 꿈이었는데, 그 꿈 이후에 우주에 관심이 생기고 나선형에 꽂혀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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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 어쨌거나 첫 번째 작품 구입은 충동적으로 하신 거잖아요? 그렇다면 첫 구매 이후에 다시 미술작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박지현 : 네. 있어요. 봐둔 것도 있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학생이고 작품이라는게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으니까 쉽게 구입하지는 못해요. 좀 천천히 고민을 한 뒤에 사고 싶은 마음도 있고.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얘(박현정 작가 작품)랑 좀 더 정이 든 다음에 하나 더 사고 싶어요.

이수경 : 고양이야? (일동 웃음).

박지현 : 그림을 사면서 되게 재밌었던게, 이게 내 것이 되니까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괜히 가까이서 디테일도 보고 그래요. 완전히 제 것이 되니까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더라고요. 아직 덜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강정석 : 내 것이니까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거… 사실 저도 그게 뭔지 알아요.

박지현 : 뭐라고 해야 하지? 유치한 비유밖에 안 떠오르는데.

이수경 : 일단 마음껏 볼 수 있는 것부터 완전히 다르죠.

강정석 : 저 같은 경우는 어릴 적부터 쇼파 위에 아버지가 산 새 그림이 걸려 있었거든요. 자려고 쇼파에 누우면 거꾸로 보이는데 어느날 ‘어, 왜 달을 안그려놨지?’ 이렇게 묻게 되죠. 그림을 그린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상투적인 표현을 한 건데, 물어보고, 혼자 생각해보고, 따라 그려보고, 막 그랬었거든요. 그게 되게 재미있었어요.

박지현 : 내 것이니까 좀 더… 제 것이다 보니까….

이수경 : 상투적인 말 해주시죠ㅎㅎ.

박지현 : 이게, 예쁜 여자를 보면 아, 예쁘다, 하고 그냥 넘어가는데 여자친구는 좀 더 특징을 보잖아요. 손동작이랄지, 버릇이랄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이 든다고 해야 하나? 그림이 제 것이 되니까 좋은 작품 이런 걸 떠나서 ‘아, 저기가 살짝 꺾여있네.’ 이런 것들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괜히 친해지는 느낌?ㅎㅎ. ‘이게 진짜 내 건가?’ 싶은거죠. 그림을 소유한다는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 작품에 좀 더 가까워지지 않나 싶어요. 소유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에 가까워지는 느낌이요. 그런 생각 때문에 기분이 좋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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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비유가 굉장히 적절한데요. 혹시 작품 구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그것들의 중요도를 퍼센테이지로 매겨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왜 하냐면, 누군가는 작품을 살 때 투자로서의 가치를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이유 때문에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도 중요시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저는 컬렉터들이 정말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지 궁금해요.

이수경 : 오랫동안 보존을 해도 이 작품이 견딜 수 있는지. 예를 들어 사인펜으로 그린 그림은 10년 이상 가긴 힘들다든지 그런게 있잖아요, 그걸 고려하는 컬렉터도 있어요.

박지현 : 저 같은 경우 그렇지는 않아요. 저에게 있어서 중요한 기준은 투자적인 가치보다는 개인적인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어요. 그림은 걸어두는 것이다보니까, 이걸 걸어둠으로써 나는 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 나는 이 그림을 산 사람이 되잖아요?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되고 싶은 것, 내가 동경하는 것이 있으면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야.’ 라는 이미지가 생겨요. 마치 가구나 옷사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요. 작가가 의도하는 바도 중요하지만 개인을 이입시킬 수 있는 공백이 적당히 있으면 좋겠어요. 나선형 이야기를 계속 하게 되는데 저는 나선형이 되게 큰 요소로 작용을 했어요ㅎㅎ.

강정석 : 나선형의 정체를 알려주셨으면 좋겠네요. 궁금해 죽겠어요ㅎㅎ.

송민정 : 구매하신 그림을 걸어두고 보는 과정에서, 본인을 간지럽히는 요소들이 있다는 이야기로 들려요.

박지현 : 이야깃거리가 있어서 좋아요. 구매한 그림을 저 혼자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거실에 걸어둔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사람들과 공유하거든요. 이런식으로 환경이 조성되고 그 안에서 이야깃거리가 생겨요. 저 그림을 왜 샀느냐, 왜 좋아하느냐, 그런 것부터 시작해서 저의 개인적인 기억이랄지, 사람들과 연결되어 공유할 수 있는 부분… 개인적인 기준이에요.

송민정 : 저는 이 공간에 처음 들어섰을 때, 이곳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느꼈거든요. 공간 안에 놓여있는 인상들마다 저마다의 이야깃거리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만약 깔끔하게 정돈된 인테리어의 공간이었으면 한 번에 하나의 이미지로 읽혔을 것 같은데 여기선 오히려 구석구석 여러 개의 이야기가 놓인 느낌이에요.

박지현 : 제가 아까 우주 이야기를 했잖아요. 저기에 우주 사진을 하나 붙여 놓고, 여기엔 제가 존경하는 선생님 사진도 있고. 이런 것들이 뭉쳐져서 제 기억들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이수경 : 제가 아까 이 공간이 텀블러 같다고 했잖아요? 마치 카테고리를 나눠놓은 것처럼 작업공간에는 프린트 된 이미지라든지, 어떤 요소로서 합쳐져 작용하는 이미지들이 있고, 쉴만한 이미지들은 다른 방에 걸어놓으셨고. 그게 재밌었어요. 저 벽은 작품들을 거는 벽인가요?

박지현 : 뭐랄까… 선물 받은 것이나 좀 더 소중히 하는 것들을 저기에 걸어 놓았어요.

강정석 : 거기에 제 부메랑을 놔주셨어…. (일동 웃음).

박지현 : 이수경씨 달력도 있어요.

이수경 : 네, 봤어요. 감사드립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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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혹시 갤러리의 작품 보증서에 의지하시나요?

이수경 : 반지하에서 작품을 구입하실 때 보증서를 받으셨는지?

박지현 : 보증서 나중에 주신다고 했는데…. (일동 웃음). 주시면 갖고 안주시면 안갖고, 그런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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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전반적인 문화비 지출은 어느 정도 되시는지 궁금해요. 책을 산다거나, 공연이나 전시 등에 지출되는 비용이요. 정해놓고 사용하시는 편은 아닌거죠?

박지현 : 네. 많이 쓸 때도 있고 없을 땐 안 쓰고 그래요.

송민정 : 그럼 혹시 작품 구입을 위해서 따로 저축을 하시나요?

박지현 : 통장을 만들고 있진 않은데, 그런 돈을 따로 모아 놓고 있어요.

송민정 : 굿-즈를 위해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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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저는 구매한 작품이 질리지 않는지도 궁금해요. 이미지를 소비하는 속도가 빠른 세상에 살고 있다보니까, 어떻게 하면 작품을 구입하고 거기에 질리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박지현 : 우선 질릴 걱정은 해보지 않은 것 같아요. 별 생각을 다해요. 저걸 사면서 ‘저건 진짜 버리지 않아야겠다.’ 했어요. 집에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엄마께 물려준 것들이 있는 것처럼 이제 저것도 계속 쭉쭉쭉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요. 질릴 것 같지 않은게, 저 그림 보면 적어도, 저는 제가 살았던 시대라고 해야할지 그런 것들이 남겨지니까요. 적어도 저에게는요.

송민정 : 박현정 작가님이 이 인터뷰 보시면 굉장히 기분 좋으시겠어요ㅎㅎ.

이수경 : 직접 프린트하신 그림들은 어떤가요?

박지현 : 제가 5년을 주기로 공간을 이동하는데, 이사를 가면서 예전 벽에 붙였던 것들을 다 떼어서 이렇게 모아둬요.

이수경 : 아카이브를 하시는군요?

박지현 : 저런 것(프린트한 이미지, 사진 등)들이 있으면 다 떼어가지고 제본을 해요. 이렇게 제본한 것을 몇 권 가지고 있어요.

강, 송, 이 : 우와! 우와~~!

강정석 : 와. 공간을 접어서 넣어버리셨구나! 공간을 접어서 책으로 만들었네요.

이수경 : 그리고 이제 새공간에서 새로 시작하시는 거예요?

박지현 : 네. 새 공간엔 또 새롭게요. 옛날에, 그러니까 액자를 쓰기 전에는 친구가 그려준 그림도 A4 용지에 붙여가지고 이렇게 스태플러로 찍었는데, 이제는 좀 달라진 부분이 있죠.

강정석 : 편지도 붙어있고 그런거 아니에요? 친구가 보낸 편지 이런거ㅎㅎ.

박지현 : 네. 편지랑 사진이랑 일기랑 다 있어요. 컴퓨터 바탕화면에 ‘다른 이름으로 저장’을 하면 한 번씩 백업을 해야 되잖아요? 모두 한 폴더에 집어넣고 또 그걸 외장하드에 넣고요. 그런 것처럼 맨 처음엔 이걸 사진별, 음악별, 영상별로 외장하드에 넣다가, 나중엔 날짜별로 며칠부터 며칠까지의 바탕화면, 이런식으로 한 폴더에 넣어 봤어요. 그게 좀 더 재미있더라고요.

강정석 : 너무 멋진데요ㅎㅎ.

박지현 : 아까 “질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여지껏 5년에 한 번씩 공간을 이동해 왔고 그동안은 질린 적이 없어요. 더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만. 모아놓은 이미지들을 제본한 것에서 떼어가지고 또 다시 붙이진 않아요. 구매한 작품을 이후에 어떻게 할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고요.

강정석 : 떼어가지고 다시 다음 공간에 붙이면 그게 어색할거라고 생각했나요? 어떤 기분인가요?

박지현 : 그냥 되게 자연스럽게….

강정석 : 당연히 이렇게 돼요?

박지현 : 네. 그냥

강정석 : 진짜 공간 속에 사시는구나. 대단한데요.

이수경 : 저도 집에 이것저것 걸거나 붙이는데 이사 갈 때 다 떼면 그걸 절대 다시 재현하지 않아요. 이제 얘는 들어가는 것, 그런 게 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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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이미지를 날짜별로 제본해 놓으신 것도 그렇고, 이 공간도, 본인이 소비하는 이미지라든지 겪는 것들을 잘 정리된 기억의 일부로 남겨 놓는다는 인상이 있어요. 미술에 대한 정보, 구매정보 같은 것은 어떤 채널을 통해 얻으시나요?

박지현 : 굿즈g8ds 이외엔 없어요. 굿즈g8ds가 좋았던게 작품이 놓여 있고 솔직하게 가격이 제시되어 있으니까, 작품을 구매하는 입장에서 접근성이 좋다고 생각돼요.

송민정 : 굿즈g8ds 같은 곳이 이제까지 없었는지 궁금해지네요.

강정석 : 있었어도 굿즈g8ds가 묘한 점은, 누군가 그런 것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보통은 사업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웹사이트를 누구한테 맡기고 그러다보면 이미 디자인이 이상해지고, 결제시스템 달고, 그럼 밑에 인증마크 들어가고, 이러면서 사업체가 되어가는게 되게 어색한데 이 양반들은 그냥 텀블러잖아요. 그게 좋았거든요. 그냥 작가 입장에서도 들어가는 관람객 입장에서도 폼을 안 버리고 들어갈 수 있잖아요. 깔끔한거죠.

박지현 : 아. 그리고 작품 구매하면서 그 부분이 좋았어요. 작품을 받으러 가서 박현정 작가님이 직접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도 해주시고, 또 저한테도 질문하시고, 그런 과정 속에서 작품을 넘겨받는데 뭔가 좀 고양이 분양 받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일동 웃음).

강정석 : 아무래도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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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작품 사실 때 어떤 방법으로 결제를 하셨나요?

박지현 : 송금했어요.

강정석 : 관련해서, 좀 설문조사처럼 물어보는 건데요. 카드로 사면 좋겠다거나, 선호할 만한 다른 결제방식이 있나요? 할부가 되면 좋겠다던가요.

송민정 : 예를 들어 합정지구에서 판매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회화라 꽤 가격대가 높아요. 그래서 12개월 할부 같은 방법을 만들어 놓고, 구매자가 매달 작가에게 분할해서 용돈 주듯이 주신대요. 그걸 처음 경험해 본 작가분 말을 빌리면, 처음에는 한 번에 받는게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할부를 해서 받으니까 ‘어, 내가 작업으로 먹고 살고 있어!’란 느낌을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재미있었어요. 지현님도 처음에 그림이 비싸서 선뜻 사지 못하셨다고 했잖아요. 이런식이면 조금 더 쉽게 구입하거나 하진 않을까요?

박지현 : 아니오. 저는 할부로는 안살거 같아요. 왜냐면 핸드폰 같은 건 물건이니까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한데, 그림은 제가 이것 자체를 갖고 싶고 소유하고 싶어서 사는 경향이 강해서, 할부로 산다면 ‘아직 5만원어치 밖에 안가지고 있네?’ 이런 생각이 들 것 같아요.

강정석 : 그림을 보면서 빚이 생각나는ㅎㅎ.

박지현 : 돈을 모아서 작품을 샀을 때 얘는 이제 완전히 내꺼다, 라는 기분이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해요. 다른 이야기인데, 마음에 드는 작품을 다른 사람이 먼저 사갈까봐 불안했던 적이 있어요. 굿즈g8ds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놓친 적이 있거든요.

강정석 : 오 뭐에요?

박지현 : 이수경씨 그림이었어요.

강정석 : 이럴 수가. 덜덜.

이수경 : ㅎㅎ놓쳤어.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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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구입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최소가격 혹은 최대가격이 있을까요? 아직 학생이시라 작품을 사려면 경제관념이 철두철미해야 될 것 같은데요.

박지현 : 음. 50만원 넘어가면 못살 것 같아요.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비율상 50만원이 넘으면 무리거든요. 지금은 30만원~35만원선의 작품이면 구매하기 꽤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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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혹시 본인을 컬렉터라고 생각하시나요?

박지현 : 아뇨. (일동 웃음).

송민정 : 사실 컬렉터라는 단어가 가진 느낌이 좀 무겁잖아요. 마치 자신만의 컬렉션이 있어야 할 것 같고. 하지만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의 정도의 의미로 생각했을 때 본인이 컬렉터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생각해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박지현 :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작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도 여전히 컬렉터라는 단어는 약간 부담스러운 감이 있어요.

송민정 : 저희가 인터뷰를 해보니 다들 비슷한 반응이에요.

강정석 : 그림을 사는 것만으로 획득할 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을 안하죠.

송민정 : 네. 본인이 산 것들이 일관성있게 나열될 수 있어야 컬렉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컬렉터라는 무거운 이미지와 상관 없이 저희가 만난 분들은 어떤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고 그게 구매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작가의 경력이나 조건보다 작품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진 분들인거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쩌면 이런 분들이 가장 현대적인 컬렉터이지 않나 싶더라고요.

박지현 : 제가 처음에 저 그림을 샀을 때 자랑을 엄청 하고 다녔거든요. 나 그림 샀다고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내주곤 했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을 경험하고서 ‘이걸 굳이 자랑할게 아니라 조용히 좋아하고 소중히 즐겨야지.’ 생각했어요. (일동 웃음).

강정석 : 친구들이면 나이대가 비슷한?

박지현 : 네. 비슷한 나이 또래거나 저보다 어리거나. 근데 가격 같은 걸 물어보고 “이걸 왜 샀냐?” 뭐 이런 반응들이었는데요. 심지어는 미술 하는 친구들조차 반응이 썩 좋지 않았어요.

이수경 : 그렇기 때문에 이 인터뷰가 저희에게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누군가 그림을 산다고 했을 때 그것에 대한 느낌이 굉장히 추상적인데, 이것을 내가 어떤 이유로 샀고, 이 그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고, 그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작가들에게도 생소한 경험이거든요. 아마 그 친구들도 이렇게 풀어 놓은 이야기를 들었으면 단순히 ‘그림을 샀다’는 것에서 나오는 반응과는 전혀 달랐을 거라고 생각해요.

박지현 : 그런 부분과 연결되어서인지, 컬렉터라는 말을 좀 쓰기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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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SNS나 미술잡지 등에서 활동하는 평론가의 비평이 작품을 바라보는데 영향을 끼치나요?

박지현 : 저는 아니에요.

강정석 : 잡지도 안보세요?

박지현 : 가끔 접하게 되면 재밌게 읽기는 하지만, 그걸 읽는다고 해서 작품을 보는 기준이 달라지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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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혹시 작품 구매 외에도 미술시장에 본인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강정석 : 예를 들어 작가, 컬렉터, 비평가 같은 사람들은 미술계 전반을 움직이는 어떤 동력이잖아요. 누군가 기획을 하고, 비평을 하고, 작업을 만들고 이런 식으로. 그런데 작품을 사는 사람은 그런 동력 중의 하나일지, 아니면 완전히 백트랙일지 궁금해요.

박지현 : 저는 그냥 페이스북 열심히 공유하고, 공유하는 것들 읽고 있어요. 지금은 졸업반이라서 못하고 있는데 시간이 되면 전시 같은 것도 가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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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그럼 박현정 작가님의 전시를 찾아간다거나 지금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 한다거나, 그런 종류의 관심을 갖고 계신가요?

박지현 : 저 사실은 요즘 다른 작가에게 관심이 많아가지고요ㅎㅎ.

송민정 : ㅎㅎ. 그래요?

박지현 : 네. 기다리고 있어요. 이건 이거대로 사랑하고요. (일동 웃음).

이수경 : 그러면 작품을 사는게 그 작가의 활동을 계속 팔로우하는 계기가 되지는 않은 건가요?

강정석 : ‘이 작가의 전시는 꼭 가야겠다.’ 이런 식으로. 아니면 단순히 전시를 보는 것 말고, 그 작가의 작품을 산 이후에 내가 관리하는 어떤 트랙에 두고 쭉 지켜본다거나 하는 것은 없나요?

박지현 : 아~ 그럴 생각은 없어요. 내가 이 사람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 애초에 좋아했던 그림을 그렸던 분이니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는거죠. 그림을 소장했다고 해서 특별히 범주가 달라지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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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그렇군요. 혹시 아트샵에서 뭘 구매해보신 적이 있나요?

박지현 : 아트샵이요?

이수경 : 미술관에 가면 엽서도 팔고, 에코백에 이미지를 찍어서 팔거나 하는 상점 있잖아요.

박지현 : 아~ 네. 엽서를 굉장히 많이 샀어요.

이수경 : 저도 미술관 가면 엽서 많이 사는데, 혹시 이것도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일종의 기념품인가요?

박지현 : 아무래도 작품을 좀 더 소중하게 다루고는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작품이나 사진이나 프린트 뽑은 거나 다 같은 카테고리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요.

이수경 : 엽서는 좀 더 이미지에 가까운데, 이미지가 입혀진 ‘물건’의 경우엔 어떠세요? 고흐의 해바라기가 그려진 스카프 같은 것들 있잖아요.

박지현 : 저는 에코백이나 스카프, 우산 같은 건 안살 것 같아요. 어쩐지 실용적인 물건과 작품이 연결되는 것은 좀 별로에요. 도자기 같은 걸 주워오고 그런 것처럼, 차라리 오브제면 세워놓고 엽서면 걸어두거나 붙일텐데요.

이수경 : 완전히 기능이 없는, 오직 감상을 위한 존재인게 더 중요하다는거죠?

박지현 : 네. 만약 그런 물건을 사게 되어도 그걸 기능적으로 쓰지 않을 것 같아요. 우산을 산다고 가정하면 우산의 기능으로 쓰진 않는 거죠.

강정석 : 아. 이 이야기 재밌네요! 우산을 사놓고 우산으로 안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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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 굿-즈가 중요하게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영상작업이나 설치작업처럼 기존의 형태 그 자체로 구입하기 어려운 작업들, 혹은 형태가 없는 작업들의 판매방식을 고안해보는 것이었는데요. 혹시 이런 비물질적인 형태의 작업을 사고 싶었던 경험이 있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박지현 : 음. (침묵). 네.

이수경 : 있다고요? 아닌거 같은데요? (일동 웃음).

박지현 : 제가 지금 문득 떠오른게 있어서요. 몇 년 전에 <프라다 트랜스포머>라고 건축가 렘 콜하스가 경희궁에서 했던 프로젝트가 있어요. 지금은 철거되었는데, 그 건물이 철거될 때 벽 판넬을 하나 주워왔어요. 너무 갖고 싶더라고요. 작업실에 세워놓고 ‘<렘 콜하스 - 프라다 트랜스포머>의 어디 붙어있던 판넬’이라고 포스트잇을 붙였어요. 물질적인 걸 물질적으로 가지고 온 셈이지만, 제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그런 형태로 가질 수 있다고 상상해보니까 좋더라고요. 예를 들어 설치작업을 사진으로라도 살 수 있으면 살 것 같고, 일부분을 부숴서 가지고 올 수 있으면 그렇게 할 것 같아요. <던전 Dungeons>을 생각해보면, 거기 바닥에 있던 것들을 주워다가 ‘던전의 바닥에 있었던 자갈이다.’ 라고 하면 그걸 갖고 싶을거 같아요.

강, 이 : 던전팀도 굿-즈 나갑니다!

박지현 : 마치 영화 찍을 때의 소품처럼 완전 한정판인거죠.

강정석 : 좋은데요?

이수경 :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굿-즈에 참가하는 작가님들이 어떤 기능에 봉사하지 않는 형태를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기대해주세요ㅎㅎ.

박지현 : <던전 Dungeons>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던전에서 사용했던 장(진열장)도 파셨잖아요. 만약에 보드도 잘라서 '이것은 던전할때 썼던 보드다' 한다면 저는 샀을 것 같아요. 가지고 와서 세워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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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 그럼 마지막 질문은 뭐죠?

강정석 : 이거 너무 물어보기 싫어 맨날.

송민정 : 마지막 질문은, 쑥스럽지만 굿-즈라는 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혹시 굿-즈에서 기대하고 있는 작가나 작업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강정석 : 혹은 행사에 바라는 바가 있는지도요.

박지현 : 벽 얘기에서 갑자기 생각난 건데, 그림을 처음 샀을 때 카톡 프로필 사진에 그 그림을 올려놓고 싶었는데, 돈을 내고 그림을 받기 전까지는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박현정 작가님 그림이니까. 그런데 이걸 사고 제 손에 딱 잡으니까 어쩐지 당당하게 프로필 사진을 해놓을 수 있겠다는 심리가 생기더라고요ㅎㅎ.

강정석 : 짱인데요! 프로필 사진을 팔아도 되겠네요.

이수경 :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 가능한 증 같은 걸 팔아도. (일동 웃음).

강정석 : 그거 되게 괜찮은데! 그거 팔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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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 와 재밌었어요.

강정석 : 재밌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송민정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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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강정석, 이수경, 송민정
사진 : 김익현
편집 : 송민정, 윤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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