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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그리고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시는지?

배성아 : 네. 제 이름은 배성아입니다. 저는 스물여섯살이고 학생입니다. 라이프 스타일은.. 딱히 추구하는게 없어서ㅎㅎ.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쉽진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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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 전반적인 문화지출비… 영화를 본다든지, 책을 산다든지? 미술 전시, 공연 등을 다 포함한 문화지출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배성아 : 제 지리적 환경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요. 제약이 많아서… 작정하고 서울에 올라가면 그때 몰아서 전시를 봐요. 메모장에 저장해두고 그 기간에 맞춰 올라가서 3~4일 만에 몰아서 보고 오거나 해요. 그렇지만 영화나 책은 집에서도 보고, 사서도 보고, 빌려서도 보고 하죠.

강정석 : 지출 비중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문화지출비 중 미술에 관련한 지출 비중은요?

배성아 : 4~5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이수경 : 비중이 크네요!

배성아 : 제가 말한 것은 작품을 사는 것도 포함이었는데요. 만약 그걸 빼면 좀 줄거에요.

이수경 : 미술 관련 책이나 그런 것도 보시나요?

배성아 : 네. 현대미술책이나 디자인 책. 종종 보는 것 같아요. 독립서점에서 파는 책, 데이비드 호크니 같은 것도 읽고… 화집도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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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 미술에 관심을 두게 된 개인적인 경험이나 계기가 있나요? 예를 들어, 어릴 적부터 집에 늘 그림이 많았다든지 하는.

배성아 : 부모님의 영향은 전혀 없어요. 부모님은 이런 문화하고는 멀다고 해야 하나… 어렸을 때, 초등학교 때부터 잡지를 자주 사서 봤어요. 잡지 보는 것을 되게 좋아했어요. PAPER, 보그걸 같은 잡지들이요. 보그걸 안에서도 항상 좋아했던 부분이 제일 앞이나 뒤에 있는 파트인데요. 파리에서 무슨 전시가 열린다더라 하는, 그런 작은 기사들을 모아둔 페이지를 되게 좋아했어요. 무슨 영화가 개봉한다, 무슨 음반이 새로 나왔다… 그런 것들. 사실 초등학교 때면 프랑스에 갈 수도 없는데 그 페이지를 접어놓고 언젠가 내가 꼭 가서 봐야지, 했거든요. 근데 되게 신기한 것이, 얼마 전에 문득 느꼈는데 제가 그걸 그렇게 하고 있더라고요. ‘어, 저 전시 파리에서 언제 하네? 내가 갈 수 있는 날이랑 겹치네? 가서 봐야겠다!’ 이렇게… 신기했어요. 그런 계기로 쭉 왔던 것 같아요. PAPER에서 정신 작가의 글을 읽고, 그러다가 영향을 받고… 그런 식으로.

강정석 : 미술 잡지는 보시나요?

배성아 : 잘 안 봐요.

강정석 : 혹은 작가나 전시 등을 검색해서 관련된 비평이나, 홈페이지 가면 글 있잖아요? 그런 글들을 보시는지. 그것들이 영향을 미치는지? 그런 건… 별로?

배성아 : 어려워요. 안 읽어본 건 아니거든요? 월간미술. 학교 도서관에도 되게 많고. 미술에 관심이 많으니까 서양미술사도 배워보고 싶고… 그런 수업을 많이 듣고 싶은데, 사실 그럴 수 있는 공간도 별로 없어요. 특히 지방에서는.

이수경 : 공부 없이 뛰어들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운 부분이 있나봐요.

배성아 : 네, 제가 의학 공부를 하면 전문용어가 나오듯이 거기서도 마찬가지인데 비평하시는 분들은 저 같은 사람이 읽을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하시는… 사정을 봐주지 않죠. 되게 어려운 말 잔뜩 쓰시고… 그리고 어떤 작가를 비평하면서 누구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난 그 작가를 몰라, 그러면 뭐.. 감이 없으니까. 그래서 비평을 찾아보지는 않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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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처음 작품을 구매하시게 된 계기?

배성아 : 제가 처음 산 작품이 저기 방에 있는 사이이다 작가의 사진이에요.

이수경 : 바닥에 놓여있는 사진이요?

배성아 : 네. 제가 저 작품을 대학교 4학년 때 샀거든요? 졸업하기 직전에. 4년동안 혼자서 조금씩 모아두었던 돈이 있었어요. 그걸 가지고 여행을 가든 어쨌든 나를 위해서 쓰겠다는 마음으로. 용돈, 아르바이트 등으로 조금씩 모아뒀었는데 정말 공교롭게도 그때 사이이다 작가의 사진집이 처음 나왔었어요. 카탈로그 사진집을 사서 봤는데 그 책의 제목이 <카탈로그>였어요. 그 책이 사진집이면서 동시에 판매를 위한 카탈로그라서 이름을 그렇게 지으신 거래요. 그래서 ‘아 그렇구나. 그러면 졸업선물로 나한테 선물을…?’.

이수경 : 아. 마침 그 카탈로그가 있으니까, 거기 있는 작품 중에 골라서 작품을 사보자?

배성아 : 네. 그래서 정신 작가한테 컨택을 해서 사게 된 건데요. 그때 정신 작가가 저랑 전화를 하시면서 우셨어요.

강정석 : 아니, 왜요?

배성아 : 일단 제가 제일 어린 컬렉터였고… 그때 제가 스물세살이었어요. 당시에 미술 하시는 분들이나… 다 그쪽에 계신 분들만 작품을 사셨는데 너무 생뚱맞게 부산에 있는 웬 대학생이 그걸 산다고 그러니까 감동을 하셨었나 봐요. 그래서.. 그렇게 사게 됐어요, 저 작품.

강정석 : 작품의 어떤 파트가 마음에 들었나요?

배성아 : 사실은 저 사진을 원했던 것은 아니에요ㅎㅎ. (통화 후에) 정신 작가가 감동하셔서 성아씨 서울에 오라고, 밥을 직접 차려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정신 작가의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면서 사이이다 작가랑 만나서 이야기를 했어요. 되게 꿈 같았죠. 한참동안 좋아했던 사람들인데, 잡지에서 보던 사람들인데… 저한테 밥도 해주시고 만나서 이야기하니까. 제가 원래 원했던 사진은 부엌을 찍은 장면이었는데요. 작가분이 저랑 한참 이야기 하시다가 저 사진을 추천해 주셨어요. 그분이 6개월동안 파리에 가서 살다 오신 적이 있는데, 그때 파리에서 있었던 방이래요. 제가 파리를 좋아한다는 얘기도 했고. 그분이 그때 제 나이랑 같았대요. 스물세살? 그래서 배성아씨랑 되게 잘 어울리는거 같다고 고민해보라고 하셔서. 권해준 것을 먼저 사서 보고, 나중에 다음 작업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죠.

강정석 : 영업 당했어요?

배성아 : ㅎㅎ나중에 돈 더 많이 벌면 그걸 사도 되니까, 그런 마음으로 그랬어요.

이수경 : 그래서 괜찮았어요? 사려고 했던거랑 다른 작업을 샀고, 다시 작업이랑 둘만 남겨지잖아요 집에 와서는.

배성아 : 네네. 되게 좋았어요. 저 그 작품을 기숙사 살 때 샀으니까 기숙사 벽에 이렇게 걸어 놨었는데….

이수경 : 그 사진 봤던거 같아요. 학교 기숙사 벽 침대 옆에 그림을 걸어 놓고….

배성아 : 맞아요. 침대 옆이었어요.

이수경 :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학교 기숙사 생각해봐, 거기 벽에 자기가 그림을 사서 거는 거잖아.

강정석 : 난 너무 신기한거 같아. 그러니까 그게 임시로 머무르는 곳인데… 엉망으로 썼던 기억이 있거든요. 청소 안 하고 막.

배성아 : 기숙사가 그렇죠. 임시로 쓰는 곳. 근데 저는 너무 제 공간을 중요시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제 공간 같은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이게 내 집이라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오히려 그림을 걸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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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작가와 미술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얻으시나요?

배성아 : 정보는… 모르겠어요. 일단 이수경 작가를 알게 된 계기는, 사이이다 작가가 제가 서울에 왔으니 이제 어디 어디 갈거냐 물어보면서 서촌을 추천해 주셨거든요. 그때만 해도 서촌이 지금 같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사이이다 작가가 손으로 종이에 지도를 그려주셨어요. “가가린1), 성아씨가 되게 좋아할 것 같고. 갤러리 팩토리, 되게 좋아할 것 같고. MK22), 되게 좋아할 것 같다.” 가가린 구경하고 갤러리 팩토리엘 갔는데 그땐 이수경 작가 전시는 아니었거든요. 나중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직전 전시였나, 그 전전 전시였나… 딱 클릭해서 사진이 있잖아요? 사진을 봤는데 그림이 너무 좋은거예요. 드로잉이 너무.. 네이버에서 이수경을 찾았는데 연예인만 나와서… 갤러리 팩토리에 실린 글 밑에 적힌 홈페이지 주소를 찾아서 그림을 하나하나 봤죠. 연도별로 적혀있는 그림을. 아 근데 진짜 너무 좋아서.

1) 종로구 창성동에 위치했던 헌책방. 최근에 영업을 종료하였다.
2) 가가린 옆에 위치한 카페.

이수경 : 원래 드로잉을 많이 보셨어요?

배성아 : 아뇨. 굳이 찾아서 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트위터로 이수경 작가에게 연락을 했죠. 밑도 끝도 없이 나는 누군데 작가님 작업을 봤는데 너무 좋았다고 했더니 감사하다고ㅎㅎ. 그러고는 바로였나, 며칠 있다가였나… 작품 사고 싶다는 얘길 했던거 같아요. 네, 그런 식이었고. 대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전시를 찾아보기 시작한게 그때쯤이에요. 검색하고 뭐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됐어요. 인터넷 검색하다가. 저는 항상 심심하면 그렇게 검색을 하거든요ㅎㅎ.

이수경 : 네. 다 그렇죠 뭐ㅎㅎ.

배성아 : 검색하다가 HIMAA3)을 알게 되고. 아, HIMAA 좋다, 이러면서 또 뒤지고, 그렇게 연결, 연결, 연결, 연결? 그런 식인 것 같아요. 파리 가서 Ofr4). 서점에 가서 보다가… 독립서적, 독립출판물 많잖아요. 보다가 전시도록에서 드로잉 좋은 사람이나 사진 좋은 사람 있으면 메모해 뒀다가 검색해보고.

3) Masanao Hirayama. 일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주로 드로잉 작업을 하며 관련하여 다수의 진zine과 출판물, 파생상품 등을 발행한다. (http://himaa.cc).
4) 파리와 도쿄 두 곳에 위치한 서점. 독립출판물과 예술전문서적을 취급한다. (http://ofrsyste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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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구입한 작품의 작가에게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계신가요?

배성아 : 그럼요.

강정석 : 작가의 활동 루트를 지켜보거나, 개인적 만남을 갖는지 궁금합니다.

배성아 : 매우 그렇습니다. 제가 작품 소유한 세 분 다 매우 활발하게.

이수경 : 음. 더 싫어지진 않아요?

강정석 : 싫어지지 않아요? 알고 봤더니?ㅎㅎ

배성아 : 아니요, 싫어진 적 없어요. 저는 제가 확실히 좋아하는 사람들의 작품들만 사고, 이 그림들이 좋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이수경 작가를 만나고 오히려 저는 그림이 더 좋아졌거든요.

이수경 : 아, 그래요?

강정석 : 그런거 재밌다.

배성아 : 사이이다 작가도 만나고서 사진이 더 좋아졌거든요. 그래서 그들의 작품 활동을 꾸준히 추적하고 전시 때마다 가고 책 나온거 사서 보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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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작품을 구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요? 혹은 여러 가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 안에서 순위를 매겨본다면?

배성아 : 왠지 이 질문을 하실 것 같아서 저도 생각을 해봤거든요? 저는 취향이 너무 확실한 것 같아요. 제가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확실히 싫고.. 저 너무 호불호가 확실해서. 아무리 대작이어도.. 바로크 시대, 르네상스 시대의 사실적으로 묘사된 그림은 제가 좀 힘든 것 같아요. 어쩌면 그 그림들을 잘 몰라서 그런 걸 수도. 그렇지만 인상파라든지… 근현대쪽으로 넘어오면, 그러니까… 루브르보다는 오르세를 좋아해요. 드로잉 되게 좋아하고. 드로잉도 작가에 따라 다양하잖아요? 근데 이수경 작가, HIMAA 하면 접점이 있잖아요. 그런 느낌의 드로잉을 좋아해요.

강정석 : 단순하고….

배성아 : 네 맞아요. 단순한데 단순하지 않잖아요. 그런 걸 좋아해요. 그래서 친구들이 저 그림을 보면 네가 그렸느냐고 물어보거든요. 저는 좀 답답한데요. “얘들아… 내가 돈 주고 구입했는데. 좋지 않니?” 그러면 사실 사람들이 공감을 잘 못해요. 약간 낙서 같은 느낌이잖아요. 근데 저는 저런게 좋고, 아니면 사진. 사진은 편해요. 편한 느낌의 사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되게 주관적인데 뭐… 숲이나 나무나 일상을 찍어 놓은 것이나.

강정석 : 진짜 뚜렷하네요ㅎㅎ. 대단하다. 왜 그런 것 같아요?

배성아 : 모르겠어요 저도. 그냥… 그거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해봤네. 아, 방금 말씀하셔서 문득, 저랑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좋아하는거 같아요. 그 중세 시대나 바로크 시대의 분위기는 저랑 안어울리거든요. 제가 느끼기에는. 또, 팔레 드 도쿄의 전시는 지루하지는 않은데 힘들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항상 가면 기가 빨려서 와요. 보는동안 너무 불편한 거예요. 어렵다고 해야하나… 저는 그런거를 못견디겠어요. 보고 제가 편해야 해요. 저한테 미술작품은 쉴때 멍하게 보고 치유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불편하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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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다음은 작품 구매의 경로에 대한 질문입니다. 갤러리가 아닌 곳에서 작품을 구매하신 적이 있는지, 실물을 꼭 보셔야 하는지? 웹사이트 통해서 구매하거나 해외에서 구매하거나… SNS 같은데서 보고 구매한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배성아 : 저 그림… 액자 안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사진 만으로 완전 빠져서… 그래서 꼭 그렇게 실물을 봐야한다는 주의는 아닌 것 같아요. 갤러리 통해서 산건 사실 이수경 작가 첫 번째 드로잉 빼고는 없어요. 아, 오브제 작업도 갤러리 팩토리 통해서 샀네요. 그것 말고는 모두 작가에게 직접 구매했어요.

강정석 : 혹시 갤러리 안끼거나 웹사이트에서 보고 살 때, 불안하거나 그렇진 않나요?

배성아 : 제가 작품을 샀을 때 작가님이 제가 다 아는 사람이었고, 어떤 믿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ㅎㅎ. 그거에 대한 불안함은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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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 해외에서 작품을 구매해보신 적 있어요?

배성아 : 아뇨.

이수경 : 가격은 여러 번 물어보지 않았어요? 여행 다닐 때?

배성아 : 네. 작년에 파리 갔을 때. Ofr.에서 책을 보다가… 제가 완전히 빠진 작가가 있었는데요. 마도카 렌달5)이라는 작가에요. 올라 렌달이라는 북유럽 사진작가가 있는데 그분의 부인이 마도카 렌달이에요. 그분은 일본인이래요. 처음에 Ofr. 가서 사진집을 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그 남편분의 사진이랑 마도카 렌달의 드로잉을 같이 배치해서 책을 만들었더라고요. 드로잉이 되게 좋았는데, 알고 봤더니 그 책이 Ofr.에서 전시를 하면서 만들어서 판매하는 책이었어요. 그 드로잉 액자가 러프하게 막 쌓여있었어요. 그 사람들 홈페이지를 또 찾아 들어갔죠. 구글에서ㅎㅎ.

5)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그래픽디자인, 드로잉, 일러스트 등의 작업을 한다. (http://madokarindal.com).

이수경 : Ofr.에서는 직접 판매를 하지는 않았어요?

배성아 : 판매를 하긴 했는데, 거기에 있던 드로잉보다 마도카 렌달이 가지고 있는 다른 드로잉이 더 좋아서요. 식물 그림 같은게 있었는데 그건 거기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메일을 보냈죠. 일본어 번역기를 돌려가며… 한 일주일 지나서 답이 왔더라고요. 그래서 자기 작품 좋아해줘서 고맙다고. 자기는 시댁에 갔다가 오는 길이라고. 언제까지 파리에 있느냐고 물어보고. 그러면서 제가 작품 가격을 물어봤었는데, 그때 남아있는 예산이 그걸 사면 돌아갈 때까지의 일정이 너무 빠듯했어요. 그래서 한국에 가서 살까 고민을 되게 많이 했는데… 또 한국에 오면 여기서 써야될 돈이 있고… 그러니까….

강정석 : 배송비도 엄청날 것이고.

배성아 : 그렇죠. 그래서 포기를 하게 됐죠. 올해 파리 갔을 때 Ofr.에 다시 갔었는데 다 치워버리고 없더라고요? 언젠가는 내가 저 작가의 사진과 드로잉을 사고 말리라, 하는 생각이 있어요. 구입하고 있는 작가 리스트가 이렇게 있는데 그중에 한 명이죠. 나중에 보여드릴게요.

강정석 : 와… 이런거 너무 대단하지 않아요? 누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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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어떤 결제 방법으로 작품을 구입하시나요?

배성아 : 지금까지는 모두 현금으로 구입했어요. 학생이라 신용카드가 없기도 하고요. 하지만 앞으로도 할부로는 안 살 것 같아요.

이수경 : 왜요?

배성아 : 왜냐면, 작품은 달라요. 작품은 집이랑 다르고 차랑 다르기 때문에. 그것들은 할부로 살 수 있고 그래야 하겠지만… 작품은 온전히 한 번에 사야 한다… 그런 느낌이 있어요, 저한텐. 표현하기가 애매한데….

이수경 : 할부금을 다 내기 전까지는 내 것이 아니라고 느껴서?

배성아 : 네네. 온전히 향유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할부금을 내는 중에는. 그런데 그런적은 있었어요. 돈은 너무 없는데… 어떤 작품이 정말 사고 싶어서… 애슝 작가님 아세요? 일러스트 하시는 분. 그 분 드로잉 중 굉장히 좋아하는게 있어서 원했는데 그게 30만원인가 했어요. 그런데 돈이 안 모이고 자꾸 쓸 일만 생기고 그래서… 두번에 나눠서 내도 되냐고 여쭤봤죠. 괜찮다고까지 하셨는데 아직도 못 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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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작품을 사는 일정한 주기가 있나요? 작품 구입을 위해 따로 저축하는지?

배성아 : 그런거 같아요. 음… 한 30만원 정도 되면. 제가 너무 사고 싶은 작품이 생기면 모으는 것 같아요. 생각하고.

강정석 : 그정도 가격대면 괜찮다고 생각을 하는?

배성아 : 네. 장우철 에디터님? 제가 그분 사진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사고 싶어서 몇 번이나 물어봤는데… 제 생각에 그분 사진은 좀 크게 봐야 멋있는 사진인데요. 그거는 100만원 정도였고 그것보다 조금 사이즈가 작은 것도 70만원 정도여서. 그건 아직 저한테는 무리인거예요.

이수경 : 이건 무리다,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 정도의 액수는?

배성아 : 네. 왜냐면 한 달 용돈보다 많으니까요. 제가 장우철 에디터님에게 가끔 문자를 드리는데, 첫 인턴 월급 타고 바로 사겠다고 했어요. 그런거 같아요. 30만원 정도는 모으고 그 이상은 마음속에 넣어두는. 그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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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아트샵의 상품을 구매하신 경험이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수경 : 엽서, 가방, 스카프 등에 작품 이미지가 프린트되어 있다거나 한 것들이요.

배성아 : 아, 아니요. 그걸 작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건 그냥… 내가 어떤 작품이 정말 좋았는데 직접 살 수는 없으니까 대신에 엽서를 사고? 가방을 사는거고요. 일상에서 쓰는 물건이잖아요? 그래서… 작품이라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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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영상이나 퍼포먼스, 개념미술 등의 작품 구매를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배성아 : 생각은 해봤는데… 근데 그게 항상 궁금했어요. 그걸 사는 사람들이나 판매하시는 작가들에게 한 번 물어보고 싶었어요. 저의 기준에서는… 내 방에 영상작품을 어떻게 둘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하거든요.

강정석 : 그게 그렇죠.

이수경 : 성아씨는 어쨌든 공간에 둬야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신가요?

배성아 : 네. 그게 그래요. 영상을 구입하면 CD를 구워주시나? 그럼 내가 그 CD들을 그때그때 꺼내서 봐야하나? 영화처럼? 그게 되게 궁금했어요. 일단 제 주위에서는 영상을 구입한 분을 본 적이 없고.

이수경 : 판매하는 작가도 많이 없죠. 굿-즈를 준비하면서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파트 중 하나에요.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작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작가들이 스스로 고민해보는 것. 정석씨 같은 경우는 주로 영상작업을 하는데 예를 들어, 영상을 위한 사운드트랙을 만들어서 LP를 제작하고 LP의 표지는 본인 드로잉으로 해서, 그 LP를 구입하면 영상은 다운로드 코드만 준다든지, 하는 파생물을 만드는 쪽으로도 궁리하고 있어요.

배성아 : 오… 그런 것도 괜찮다! 접근이 쉬우면 좋을 것 같아요. 전시할 때의 영상은 보통 사방이 다 텅 빈 흰 공간에 프로젝터만 하나 딱 있고… 그렇게 틀잖아요. 내가 소유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만약에 제가 되게 좋은 영상을 본다면, 그 영상은 어디서 다운 받아 볼 수 있는 영상이 아니니까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거든요. 근데 그거를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LP 형태로 또는 CD 형태로… 그렇게 해서 파는 작가가 없었어요. 제가 아는한. 컬렉터 입장에서는 접근을 쉽게 해주면 훨씬 더 좋을 것 같아요.

이수경 : CD든 LP든 그 물건 위에 이미지가 들어가는 그런 것도…. 그럼 그림처럼 세워둘 수도 있잖아요?

배성아 : 그렇죠. 저는 그런게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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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본인의 베스트 컬렉션을 소개해 주세요.

이수경 : 소장한 작품이 여러 개 있으니까 꼽아보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는데요?

배성아 : 베스트라… 근데 그게 약간 좀… 이 계절엔 이 작품이 되게 좋았다가 저 계절엔 저것이 끌리고. 하루는 이 작업이 너무 좋아서 한참 보고 있다가 또 하루는 저게 너무 좋고. 사실 배치도 늘 바꾸거든요. 이 사진이 여기 있다가 저 사진이 저기 있고, 저 드로잉도 바꾸고. 보다가 배치가 지루하면 바꿔보고 그래요. 그래서, 뭐가 더 좋다기보다는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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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작품 구입 후 만족스러웠던 점이나 후회스러웠던 점이 있나요?

배성아 : 일단 지금까지 후회는 한 적이 없어요. 저는 제 취향이 확실해서 후회할 것 같은 작품은 안사요.

강정석 : 구매하신 작품이 질리지는 않나요? 질리지 않기 위한 노력이나 방법이 있는지?

배성아 : 베스트 컬렉션과 같은 맥락인데요, 제가 잠시 시들할 수는 있어요. 그렇지만 시기가 지나서 또 좋아지는 때가 오더라고요. 저는 지금까지 계속 그랬어요. 질린 적은 없는 것 같고. 좋았던 점은… 이렇게 머리맡에 두고… 힐링… 공부하다가 힘들 때도 한참 들여다보고 그래요. 저 그림이 진짜 제 정서를 닮아있어서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저 그림은 제가 우울할 때 보면 위로가 돼요. 쟤(그림 속 인물)도 우울하니까 같이.

이수경 : 질리지 않기 위한 노력은 배치를 바꾼다는 것?

배성아 : 아. 네. 뭐 그 정도?

강정석 : 그리고 시간을 주는 거죠? 작업에.

배성아 : 네. 그래서 매달 벽에 붙여둔 것들을 쫙 다 바꾸거든요. 저한테 소중한 것들… 그런 걸 모아두는데 그걸 다 꺼내서, 자, 이번달은 뭐냐 이러면서 그때그때 집어서 배치를 바꾸는거죠. 그래서 달마다 제 방 벽 사진 인스타그램에 올리거든요. 매달 미묘하게 벽의 배치들이 달라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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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자신을 컬렉터라고 생각하시나요? 컬렉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배성아 : 저는 컬렉터는 아닌 것 같아요. 왜냐면, 컬렉터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 제가 생각하는 컬렉터는요, 뭐랄까 컬렉션을 재산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컬렉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수경 : 기존의 컬렉터가 그렇다는게 아니라 컬렉터의 정의 자체가 그렇다고 생각해요? 사실 컬렉터라는 건 모으는 사람이잖아요.

배성아 : 기존에 잡힌 이미지가 그렇죠. 근데 저는 그런 쪽의 사람은 아니니까. 그래서 아닌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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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작품 소장자 입장에서 미술계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배성아 : 우리나라 미술계요? 음… 좀 갭이 있다고 해야 하나? 모르겠어요. 서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요. 서울 시민들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도 많고. 근데 적어도 제 친구들이나 동료들은 멀어요. 미술이랑 되게 멀어요. 대체로 저를 신기하게 생각하고요. 근데 파리나 런던에 가면… 런던은 일단 무슨 미술관이 무료잖아요. 파리도 마찬가지로 되게 놀랐던 게.. 패션 전시였던 것 같은데 호호 할머니, 할아버지가 둘이서 손잡고 와서 정말 자연스럽게 전시를 보고 있는 거예요. 아름답더라고요. 전 충격이었죠. 근데 그건 제가 꽃을 생각하는거랑 일맥상통해요. 우리나라는 여전히 꽃을 경조사에만 소비하잖아요. (꽃 한 다발에) 만 원을 투자하는 것이지만 그것으로 2주간 얻을 수 있는 기쁨은 꽤 크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냥 좀 우리나라 국민성이 팍팍한 것 같고, 그래서 같은 의미로 미술도 조금 안타까워요. 조금 더 친해졌으면 좋겠는데. 아, 또 제가 느끼는 미술계는 엄청나게 양분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작가들… 제가 좋아하고 아는 분들은 젊고 재밌고, 근데 그 중간이 없고 갑자기 확 올드해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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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작품 구매 외에도 본인이 미술씬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느끼시는지, 구매력으로 개입하는 것 외에 다른… 이 씬하고 소통하고 있다고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배성아 : 아. 저는 동경이 있어요, 약간. 예술을 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 제가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닌데 동경이 있으니까 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ㅎㅎ. 근데 제가 거기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미술씬에 큐레이터도 있고, 제작하는 분들도 있고 되게 많잖아요. 여러 파트. 그래서 막연한 생각을 하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이수경 : 실제로 사진도 찍고, 드로잉도 하고, 인형도 만들고, 그런 것들을 하잖아요. 그런 걸 가지고서, 책도 만들었죠?

배성아 : 네, 책도 만들었어요. 동경하니까 그 씬에 끼고 싶은 마음에 제가 그냥 그렇게 시도를 하는 것 같아요.

이수경 : 그래서 그렇게 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어요?

배성아 : 되게 재밌었어요. 그 과정이 되게 즐겁고 그렇게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주기도 하고 팔아도 보고. 유통을 해봤으니까.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웠어요. 물론 현실로 가면 아닌 것 같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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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굿-즈에서 만나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이런게 있으면 사고 싶다든지?

배성아 : 이건 사실 말이 안 되는데… 전 누가 제 사진을 찍어주거나 저를 보고 그림을 그려줬으면 좋겠어요. 근데 굿-즈에서 그걸 팔 리가 없죠. 그런 욕구가 한 번씩 생기더라고요. 요즘에… 미술 작품 속에 내가 담겨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사이이다 작가랑은 그런 얘기를 하고 있어요. 제 모습을 찍어주시는… 작가님께 제 모습을 담아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었는데….

이수경 : 그런 얘기는 되게 전통적인 컬렉터 같지 않아? 나를 그려 달라, 뭐 이런….

배성아 : 아, 그렇네! 그래서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매년 기록을 하는 것에 대해서요. 그러면 그 자체로 쌓이면 작품이 되겠다, 이런 얘기도 했는데… 당장 비용적인 문제도 있고. 정말 성사될지는 모르겠어요. 작가님도 바쁘고.

이수경 : 미술계의 뮤즈로서 끼어들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ㅎㅎ?

배성아 : 뮤즈라고 하기에는… 난 뮤즈가 아닌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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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성아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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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강정석, 이수경
사진 : 김익현
편집 : 윤율리, 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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