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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진 : 안녕하세요. 굿-즈에서 앞서 인터뷰하셨던 컬렉터들은 대부분 회화를 구매하신 분들인가요?

송민정 : 네. 지금까지는 대체적으로 그랬습니다.

강명진 : 그 이외의 예술작품들도 컬렉팅이 될 수 있는지 궁금했어요. 제가 진짜 사고 싶었던 작품이 있었는데, 예전에 어느 학교 졸업전시에 가니까 방에 뭔가 설치되어 있었어요. 기하학적인 설치라 하나도 알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이게 뭐야?’ 싶은 조각 작품이었는데 그 방의 끝에 서니 모든 뷰가 입체적으로 딱 모양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구석구석에 붙어있는 것들이 한 화면으로 보니까 연결이 되는. 방을 보니까 너무 멋있어서, 이걸 어떻게든 소유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지만 (전시가 끝나고 파기될 수밖에 없었기에) 결국엔 영상물로만 남게 됐죠. 그래서 굿-즈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그런 소유들을 상상해보게 됐습니다. 재미있네요.

송민정 : 간단한 본인 소개도 부탁드릴게요.

강명진 : 저는 강 너구립니다ㅎㅎ. 너구리를 닮아서 너구리입니다.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컴퍼니’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요. 지금까지는 음악쪽 비즈니스에 집중했어요. 한 8년 정도? 세상에서 가장 번거롭지만, 가장 멋진 포스를 가진 뮤지션들과 일하고 싶어서 밴드들과 일하고 있어요. 장기하와 얼굴들이 만들어질 때 같이 일을 시작해서 나름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최근에, 그러니까 작년부터 심경의 변화가 좀 있었어요. 음악이 더 이상 음악만으로 소비되는 시대가 아니더라고요. 다양한 것들과 연결되었을 때 더 멋있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 지금 욕심내고 있는 건 두루두루 amc라는,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은 다른 영역의 회사에요. 저희 다음 라인업은 아트토이하시는 분, 사진하시는 분, 영상하시는 분, 그리고 회화하시는 노상호 작가님… 노리고 있습니다ㅎㅎ.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같이 기획할 수 있는 큐레이터분까지? 최근에 저희 회사에 아트디렉터가 한 분 합류하셨는데, 그분 총괄로 A부터 Z까지를 고민할 수 있는 아티스트 에이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두루두루 amc. 강너구리, 강명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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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문화에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시다보니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평균적인 문화비 지출은 얼마나 되시나요?

강명진 : 솔직히 말하면 거의 없어요. 왜냐면 막상 저희 공연하기도 바쁘고, 저희 일을 하기에도 너무 힘든 거예요. 저는 그냥 대리만족을, 복지비를 만들어서 전시에 가거나 좋은 책을 사거나 콘서트를 보거나, 직원분들이 본인이 하고 싶은 문화생활을 하면 거기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어요.

김민경 : 회사내에 그런 복지 비용이 따로?

강명진 : 네, 책정이 되어 있어요. 많지는 않아요. 많지는 않고….

송민정 : 여기 취직하고 싶어요. (일동 웃음).

강명진 : 그 복지비 신설을 저희 팀장님이 하셨는데, 그 친구야말로 정말 문화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친구에요. 그분의 제안으로 그걸 신설했을 때는 사실은 그걸 가지고 저희끼리 세미나도 하고, 각자 어떤 걸 봤는데 뭐가 좋더라 하는 이런 얘기들도 해보자고 시작을 했던 건데, 그 이후에 제가 너무 바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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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그럼 미술 관련해서, 예를 들어 노상호 작가님의 작품을 사셨다거나 하는 비용도 따로 추산되기는 어려운가요?

강명진 : 네, 책정하기는 어려워요. 경험은 많지 않아요. 제가 미술작품을 구입한게 노상호 작가님이 세 번째거든요? 근데 전부 다 미술작품을 사야겠다, 해서 구입한 건 아니었어요. 마치 제가 옷을.. 옷 좋아하니까 예쁜 옷을 보면 사고 싶은 것처럼, 예쁜 그림이 갖고 싶다는 생각에. 작가님의 이름값을 따질 능력도 안되고 이 그림이 좋은 그림이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있는, 그게 없으니까요. 제가 봐서 좋은, 미술작품은 아니더라도 그런류의 굿즈goods들도 좋아해요. 그래서 디자이너가 소량으로 만든 전등 같은 것에도 관심이 있고. 외국에 공연하러 가면 끝나고 쇼핑을 다니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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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개인적인 경험이나 계기가 있으세요?

강명진 : 20년 전에 뉴욕에 잠깐 어학연수를 갔는데, 공부는 안하고 계속 돌아다녔어요. 그때 저는 음악을 좋아했으니까 공연을 본다든지, 뮤지컬을 본다든지. 학교 수업 땡땡이치고 뮤지컬을 보러 가는 길에, 센트럴파크 옆에 그림 그리시는 분들이 자기 작품을 쫙 펼쳐놓고 판매를 하고 계신 거예요. 구경하다가 너무 멋있는, 제가 너무 맘에 드는 그림을 발견했어요. 아까 얘기드렸지만 그림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쟤는 내꺼다’ 이렇게 된 거예요. 물어봤어요, 금액을. 얼마냐고. 상상도 못하게 비싸요. 우리나라로 치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같은데서 판매하는 건데 이게 지금 손으로 그린 건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너무 비싼 금액을 부르시는거예요. 근데 저는 그게 너무 갖고 싶고… 그래서 한 달 동안 거길 매일 찾아갔어요. 영어도 잘 못하니까 “나는 학생이고, 나는 돈이 없고, 나는 이 그림을 갖고 싶다” 이 세 문장만 계속 반복을 한거예요. 나중에는 그 작가님이 제가 멀리서 나타나면 없어지세요. 한 달 딱 되니까 한숨을 푹 쉬면서 나타나서 담배 한 대 달래요. 담배를 줬더니 얼마 있냐고. 그때 제가 마이애미로 액티비티가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걸 간다고 엄마한테 받아놓은 돈이 있었어요. 그랬더니 그럼 그것만 달래. 근데 대신 한 가지 약속을 하래요. 평생 이 그림에 대한 값을 말하지 말래ㅎㅎ. 자기는 이 그림값이 그렇게 나가는게 굉장히 속상하지만 네가 이걸 너무 갖고 싶어 하니까, 아무래도 네가 주인인 것 같다, 이런식으로 얘길 한 것 같아요. 잘 못알아들었지만. 그때 기분이 정말 좋았거든요. 그래서 그랜드 스테이션에 앉아서 기념사진도 찍고, 그림이 꽤 커요. 그걸 이렇게 들고 사진 찍고, 한국에 갖고오느라 또 고생을 많이 했죠. 다 뜯어서. 그랬던 기억이 나요. 그게 첫 구매였어요.

김민경 : 인터뷰하면서, 컬렉터분들이 작가보다도 그 작업에 대한 열망 혹은 애정이 더 높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강명진 : 어떤분들 만나셨는지 궁금해요. 다같이 한 번 만나고 싶네요.(일동 웃음).

김민경 : 저희가 ‘컬렉터스 토크’도 상황이 되면 진행해 보려고요. 혹시 오셔서 이야기를 나눠보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강명진 : 그분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저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그렇게 하고 계신 분들을 만나면 되게 재미있을 것 같고, 저희들끼리도 뭔가 활동을 지속적으로 같이 할 수 있으니까.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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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전시나 작가, 미술에 대한 정보는 보통 어디에서 얻으시는지?

강명진 : 저는 근데, 사실 기본적으로 제 안목을 못믿어요. 그래서 주변에서 제가 믿는 분들이 추천하는 전시를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제가 구입한 다른 작품이 사실 저희 뮤지션 작품이었어요. 붕가붕가레코드랑 분리되면서 다른 회사 소속이 되었지만,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조까를로스님… 그런 분들 전시를 갔다가 그러면 거기 또 리플렛 있잖아요. 그럼 그거 보고 또 가고, 그런 식으로. 노상호 작가님 같은 경우엔 처음에 그분이 누군지도 모르고, 여러 작가가 참여하는 어떤 전시에 갔는데 유독 그분 그림만 자꾸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알고보니 저희 뮤지션하고 지인인 거예요. 심지어 혁오라는 팀 앨범 커버 이미지를 해주셨다고. 그래서 되게 놀랐던 경험이 있거든요. 잡지나 이런 걸 구독하지는 않아요. 그냥 그때그때 눈에 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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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작품을 구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강명진 : 음악도, 물론 너무 당연하고 주관적인 기준이기는 한데 확 꽂히는게 있어요. 그 외적인 건 하나도 안보거든요. 같이 일하는 뮤지션하고 컨택을 할 때도. 미술작품도 그런 것 같아요. 전부 세 분의 작품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공통점이 하나도 없어요.

송민정 : 혹시 어떤 분들 작품을 구입하셨어요?

강명진 : 그래서 아까 그 조까를로스님이 조문기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하고 계신데. 근데 조문기 작가의 작품 중에 제가 가지고 있는 작품은 기존의 조문기 작가가 하는 색깔하고는 되게 많이 달라요. 그래서 그 작품을 보면 사실 그게 조 작가님 작품이라고 아마 생각 안 하실 거예요. 기존 작품들도 되게 좋아하는데 그 작품은 그냥 딱 보는 순간 눈이 마주쳤어요. 인물이었는데. 그래서 그 조문기 작가님 작품을 가지고 있고, 이제 처음에 말씀드렸던 뉴욕의, 지금도 아마 활동을 하고 계신 거 같아요. 그렇게 유명하신 분은 아닌 거 같은데. 며칠 전에 안 그래도 궁금해서, 작업에 사인이 있으니까 이름을 쳐봤는데 홈페이지 같은 걸 개설해서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분 작품이 있고. 이제 노상호 작가님. 순수회화는 아마 이렇게 세 분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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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구입하신 게 갤러리를 통해서 구입하신 게 전혀 없네요?

강명진 : 없죠. 네. 노상호 작가님 것 중 저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걸 보고 찜했고요. 이 작품은 그때 어디더라, 작업실에 갔었나….

김민경 : 그럼 SNS를 통해서도 작업을….

강명진 : 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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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미술소품이나 디자인 제품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혹시 아트샵에서 구입하신 물건을 작품이라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강명진 : 제가 되게 소중하게 여기는 포스터가 있는데, 영국에 갔을 때 내셔널갤러리1)에 갔어요. 거기도 정말 어마어마한 작가들이 많잖아요. 다 둘러보고 그림 하나에 딱 꽂혔는데 너무 좋았어요. 이거는 밑에 특별전을 하고 있어서 옆에 가서 봐야한다고 안내가 붙어 있더라고요. 안에 있는게 다 무료인데 이건 돈을 내야 한대요. 갔어요, 갔는데 와… 거기서 완전히 뿅 갔죠. 그때 그 느낌이 파트라슈, 그 뭐지? <플란다스의 개> 보면 네로랑 파트라슈가 맨 마지막에 루벤스 그림 앞에서 숨을 거두잖아요. 근데 진짜 그런 느낌이었어요. 내가 나중에 어떤 그림 앞에서 죽는다고 결정할 수 있다면 나는 이 사람 그림 앞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전이 왜 특별전이냐면, 이 사람 그림은 전세계에 개인 소장으로 뿌려져 있어서 가서 보기 힘들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겨우 이만한 포스터, 거기서 파는 포스터를 구매했어요. 저한테는 그게 지금도 작품이죠. 그 외에는 MoMa2)라든지, 상업적인 디자인 제품들은 그렇게 크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냥 이미지만 따다가 만든 상품 같은 건. 음. 그런데 애비로드에서 스튜디오에 갔을 땐 거기서 파는 수첩이 저한테 되게 소중한 굿즈goods였어요. 음악하는 사람들한테 성전 같은 곳이니까 뭐랄까, 단순히 이미지를 소비하는 느낌이 아니라… 한끗 차이인거 같아요.

1) 1824년 설립된 런던 소재의 국공립미술관. 13세기 중엽부터 1900년대까지의 유럽 회화 컬렉션 약 2,3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http://nationalgallery.org.uk).
2) 뉴욕현대미술관. (http://mo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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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혹시 구입하신 작품이 질리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강명진 : 어떤 작가분이셨더라? 조문기씨였나 노상호씨였나, 더 열심히 해서 더 비싼 그림이 되겠다셔서, 그래봤자 나한텐 좋을 일이 없다, 내 자식들? 자식도 없지만, 나중에 내 유산 받는 사람들이나 좋을 거라고ㅎㅎ. 전 이걸 되팔 마음은 없거든요. 지금 입는 옷도 20년 넘은 옷들이 있어요. 코트나 오버롤 같은 건 몇 십년씩 입는데 한 번 꽂히면 잘 안질리는 스타일이에요.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는 해요. 고를 때.

송민정 : 아까 왜 그런 말씀 하셨잖아요, 본인의 취향이나 뭔가… 미술작품을 고를 때 안목을 믿지 않는다고? 하지만 본인의 안목을 굉장히 분명히 믿고 사랑하신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강명진 : 제 안목을 믿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의미냐면, 예술적인 가치랄까, 그런 기준에 걸맞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작가님들껜 죄송하지만 제가 사는 물건이 누가 봐도 명작이라든지, 저한테는 명작이죠. 제가 너무 좋아하고, 심지어 갖고 싶을 만큼 저를 즐겁게 해주는 작품들이니까. 그게 꼭 평단의 기준, 그런 전문가분들의 기준에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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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그렇다면 유명한 비평가들의 평가라든지, 언급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으시겠네요?

강명진 : 네. 제가 사실, 참 부끄러운 말이지만 처음에는 피카소가 전혀 그림을 못그리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제가 그릴 수도 있는… 보통 그런 얘기하잖아요 추상화들 보면. 피카소에 대해서도 전혀 리스펙트가 없었어요. 근데 청색시대 그림들을 봤는데 저는 그게 피카소 작품인 줄도 모르고 엄청 감동을 받은 거예요. 알고 봤더니 이게… 이런 재능을 가졌던 사람이란걸 나중에서야 알았거든요.

3) Periodo Azul. 피카소의 활동 기간중 1901~1904년을 일컫는다. 이때의 그림은 주로 검푸른색이나 짙은 청록색의 색조가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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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작품을 구매하신 후의 만족도가 높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림이 내 소유가 되었을 때 특별히 더 만족스러웠던 부분이 있나요?

강명진 : 제가 처음 산 그림은 집에서도 저만 볼 수 있어요. 제 침대에서만 보이거든요. 원래는 구조상 다른데서도 볼 수 있게 해뒀다가 굳이… 그래서 지금은 제 방에 있어요. 잘 때 누우며 볼 때마다 너무 좋아요. 걔랑 인사하고, 등장인물이 있거든요. 동물 그림인데. 매일매일 잠자리에 들 때마다 그 친구를 보면서 뿌듯하고 좋아요.

홍철기 :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것도 좋지 않나요?

강명진 : 그렇죠. 함께 나눌 사람이 없어서 그렇긴 하지만. 좋죠, 제가 너무 좋아하는 그림이라서. 그러니까 이건 혼자 보든 누구한테 보여주든 저와 한 공간에 같이 있는게 너무 좋아요.

김민경 : 저는 작업을 판매할 때 썩 기분 좋은 경험을 한 적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인터뷰를 하러 다니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네요. 작업을 하는 사람은 작가지만 그 작업을 더 빛나게 해주는 사람들의 역할이 있구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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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작품을 구매하실 때 어떤 결제방식을 사용하셨나요?

강명진 : 음, 현금이요. 다 현금인데요?

송민정 : 할부 없이?

김민경 : 합정지구가 나름 합리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판매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가격대가 좀 있는 작업은 서로 합의를 해서 12개월 할부를 한다든가, 매달 적은 금액의 돈을 작가에게 입금하는….

강명진 : 오, 좋다.

김민경 : 네, 그러면 구매하는 사람들도 한 달에 한 번씩 돈이 나가니까, ‘내가 이 작업을 이렇게 구매하고 있었지’ 싶고, 작가들도 오히려 분납해서 받는게 더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더라고요.

송민정 : ‘내가 내 작업으로 생활을 하고 있구나’란 느낌이 강해진대요.

강명진 : 합리적인 방식이네요.

송민정 : 재미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합정지구는 여기, 메세나폴리스 뒷편에 있습니다ㅎㅎ.

강명진 : 독립적인 전시공간이나 그런 큐레이팅 시스템이 생각보다 많군요.

김민경 : 올해 들어서, 2015년 들어서 더 많이….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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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혹시 본인을 컬렉터라고 생각하시나요?

강명진 : 아니요. 컬렉터는, 그 단어가 주는 약간의 위압감도 있기는 하지만, 컬렉터는 컬렉팅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예를 들어서 예쁜 옷을 많이 갖는다고 그게 컬렉팅은 아니죠. 그래서 전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작품이나 굿즈goods를 구입하는 건 제가 이렇게 두고 보는 것도 저는 일종의 사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홍철기 : 작업을 사용한단건 일종의 디스플레이?

강명진 : 디스플레이일 수도 있고요. 음, 단순히 그걸 수집하는게 목적이 아니니까… 모르겠어요. 컬렉터라는 단어의 정의를 더 명확하게 제가 알아야겠지만.

김민경 : 음. 본인이 생각하시는 정의를 내려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강명진 : 그럼 반대로 작가님들이 생각하시는 컬렉터의 정의는 뭡니까?

송민정 : 저는 인터뷰 들어오기 전까진 사실 컬렉터에 대해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근래 인터뷰이들을 만나며 느꼈던 건, 뭔가 자신을 소개할 수 있고 나열할 수 있는 것만이 컬렉팅은 아니라는… 그냥 내가 좋아서, 내가 갖고 싶어서 샀을 뿐인 것들이 현대에 어울리는? 적합한? 컬렉팅인 것 같기도 해요. 저도 제 작품을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이 작업을 산다면 기쁘고 영광스러울 것 같아요.

강명진 : 그렇구나. 컬렉터라는 단어 자체를 아예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제가 컬렉터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걸 가지고 싶은 되게 평범한 사람이라….

송민정 : 그런데 의외로 내가 좋아하는 걸 위해서 다른 것들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특히 옛날에는 더 먹고 살기 바빴고. 요새는 점점 라이프 스타일이 중요시 되고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이전과는 다른 의미의 컬렉터들이 수면 위로 조금씩 올라오고 있지 않나, 그런 분들이 현대미술에도 더 가까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강명진 : 네, 정확하시네요.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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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좀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겠는데 미술작품을 여러 번 사보신 입장에서, 요즘 미술계에 대한 느낌은 어떠신지?

강명진 : 솔직히 미술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는데요. 어디 외국 갤러리에 갔을 때 정말 충격받은게, 바로 그 직전에 제가 한국에서 램브란트였나, 하여튼 유명한 작가 전시에 가서 정말 1미터 거리를 두고 요만한 그림을 백 명쯤 되는 사람들이… 막 이러고 쳐다보고 휙 지나가는 굉장히 불쾌한 경험을 하고 거길 갔는데, 그림 하나 앞에서 유치원생? 초등학생 한 열 명? 선생님하고 같이 그림 앞에서 하루 종일 앉아 노는 거예요. 그거 따라 그리기도 하고 뛰어다니기도 하고. 그러니까 결국 여유인데. 그림이 늘 그런게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설명적이잖아요. 이거는 작가가 누구고, 어디서 뭐를 했고. 그러면 거기 위압당해서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인들의,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곳만 찾아다니는데. 모든 걸 다 떠나서 그냥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민경 : 맞아요.

강명진 : 뭔가 설명하지 않아줬으면 좋겠어요. 그 설명에 압도되는게 힘든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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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근데 여기 amc라는 회사도 문화에 관련된 일을 하고 계신데, 혹시 작품 구매 외적으로도 본인이 미술씬에 좀 더 직접적으로 개입할 마음이라든가, 그런 관심이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강명진 : 그런 건 좀 해보고 싶어요. 제가 뭐, 미술쪽의 일에 본격적으로 투입되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여지는 사실 적고요. 그게 저희 전문 분야도 아니고. 근데 그야말로 좀 경계를 허무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컨대 미술과 음악? 영상? 사진? 이런 것들과 순수미술도 잘 연계를 하면, 적어도 저는 그래요. 저희 밴드 음악을 듣고 싫어하실 분들까지 좋아하게 만들 수는 없어요. 근데 한 번이라도 관심 있게 들을 법한 사람들에겐 모두 닿게 하는게 저희 임무라고 생각을 하고. 미술도 그 경계를 낮추는데 있어서 저희가 가진 소스들이 많이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저희가 다다이즘이라고, 전시 하나를 같이 했거든요. 혁오… 사실 뭐, 팬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단 혁오 밴드 멤버들을 위한 것이긴 했죠. 1주년이 됐고, 1주년 동안의 사진, 그들을 찍은 사진과 그들에 대한 영상을 전시한 건데, 다다이즘이라는 작가들의 사진과 영상이 들어가고 기고자 큐레이터 임다운씨의 해석으로요. 이틀 동안 천오백명 정도 왔다 가셨어요. 대부분은 혁오를 좋아하는 분들이죠. 그래도 한 번 다녀가신 분들은 아, 전시가 이런 거구나, 그 다음에는 다른 컨텐츠가 그 안에 들어가더라도 쉽게 접근하실테고. 그런식으로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알고 있는 어떤 코드들을 통해서 문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게 필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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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 작품을 구입하신 이후 작가분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시나요?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다든지 작업 활동을 계속해서 지켜본다든지.

강명진 : 일단, 뒤의 두 분은 제가 다 지인분들이기 때문에 그런게 가능하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첫 번째 분도 궁금해요. 잠깐이지만 어쨌든 전 무조건 작가님이랑 직접 컨택이 되어 작품을 구매했잖아요. 그렇다보니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계속 있어요. 인터넷도 찾아보게 되고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응원하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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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마지막 질문입니다. 아까 제 설명이 충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굿-즈라는 행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명진 : 일단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접근해보지 못한 방식이잖아요. 그래서 우선 거기에 참여하시는 작가님들에 대한 호기심이 크고요. 두 번째는 말씀해 주셨듯이 페인팅 이외의 다양한 장르들이 어떻게 형상회 될 것인지… 근데 제일 궁금한 건 거기에 오시는 관객들? 컬렉터분들?ㅎㅎ. 그분들에 대한 궁금함이 더 커요. 어떤 분들이 여기에 관심을 갖고 계실지. 그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재미있는 행사가 될 것 같아요.

송민정 : 장소가 무척 협소한 편이에요 80명을 수용하기에는. 그래서 정말 진귀한 풍경이 될 것 같아요. 협소한 공간이지만 여기서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태도? 그런 것에서 출발했는데, 공간을 구성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우리 생활, 좁은 공간에 뭔가를 다 욱여넣어야 하는… 그나마 아름답고 합리적으로 어떻게 욱여넣을까를 고민해야 하는구나, 저희끼리 이런 얘기를 했어요. 이것이 우리 삶과 너무 닮아있지 않느냐고.

강명진 : 그래서 저 그런 점이 되게 좋아요. 예전에 제가 고시원에 있었어요. 고시공부를 잠깐 했어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을 때였는데 텐바이텐 사이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인테리어 공모 같은 걸 했거든요? 사진을 찍어 보내서 자기 인테리어를 자랑하면, 당시에 제가 너무 갖고 싶었던 이케아 빨간 서랍장을 줬어요. 도전을 해야겠다, 근데 고시원이 3.5평… 그래서 ‘3.5평 필살 수납기’였나? ‘생존 수납기’였나? 뭐 이런 제목으로, 다른 사람들 엄청 멋있는 가구 사진을 찍어서 보낼 때였는데, 저는 무슨 찬장을 열면 찬장 안에 비닐봉지를 따닥따닥 붙이고 옷장을 열면 그 안에 뭘 어떻게 해서 수납을 하고, 그렇게 제가 1등을 한 적이 있었어요.

송민정 : 이거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저희가 컬렉터분들 만나면 정말 다양해요. 어떤분은 디자이너, 집도 본인이 다 꾸미시고 너무 예쁘게 개조하셔서 사용하시는 이런 분이 있는가 하면, 어떤분은 의대생인데 자기 자취하는 오피스텔 이곳저곳에 작가 작업을 두시고, 그런 다른 모습이 되게 재밌는거죠. 컬렉터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엄청 좋은 집에 번쩍이는 그림들이 갤러리처럼 걸려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강명진 : 아, 진짜 다 만나고 싶다. 우리 만나야겠네!

송민정 :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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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진 :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동 웃음).

송민정 : 별 말씀을요. 너무 즐거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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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김민경, 송민정, 홍철기
사진 : 김익현
편집 : 김민경, 윤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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