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가이드
예매
아티스트
인터뷰
아카이브



아티스트 프리뷰
아티스트 인터뷰
미팅 컬렉터스
강명진
김가은
박지현
배성아
양효주
이준아
정덕영
정동훈
추성아
홍윤주


-

김민경 : 첫 번째 질문부터 하겠습니다. 간단한 본인 소개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추성아 : 학부 때는 실기를, 대학원에서는 미술경영 공부를 했어요. 지금은 전시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

김민경 : 주로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시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어떤 삶을 지향하시는지?

추성아 : 미술에 관계된 전공을 했으니 일단은 미술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삶을, 그게 어떤 방식이 됐든, 일이 됐든, 작품을 구매하고, 기획하고, 글을 쓰고, 제 삶과 함께 미술을 즐기면서 지향하고 싶어요.

-

김민경 : 일상에서 전반적인 문화비 지출은 어느 정도신지?

추성아 : 작품 구입 이런 걸 떠나서….

이제 : 네, 전반적인 지출비용에 대한 한 달 평균을 얘기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추성아 : 30~50정도?

이제 : 보통 어떤 형식으로 쓰이는지 알 수 있을까요?

추성아 : 최근에는 작품을 많이 샀고요. 드로잉 포함 뭐 주로 화집, 책 많이 구입하고.

김민경 : 그러면 그 문화 지출비용이 미술이랑 많이 관련이 있는?

추성아 : 네.

이제 : 문화비 지출이 한 달 평균 50만원이면 굉장히, 저는 보통보다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

추성아 : 그냥 그게, 모든 지출이 학생 때보다는 조금 올라가기 마련이니까.

김민경 : 본인이 미술 분야의 일을 계속 하셔서인지, 미술을 즐기고 소비하는 삶을 추구하시는 것 같아요.

추성아 : 예 그러려는 편이에요.

이제 : 보통 그렇게 되면 점점 예술을 즐기는 범위가 확장되잖아요? 지출도 거기에 따라갈 것 같기도 하고요.

추성아 : 조금 더 가격이 높은 걸 구매할 상황이 되기도 하겠죠 아마. 정말 내가 좋아하면 조금 기다렸다가 사거나 그러기도 해요.

-

김민경 : 아무래도 미술을 전공하셨다니 작가들과 많이 비슷할 것 같은데, 미술에 처음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추성아 : 저는 예고를 나왔거든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워낙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별로 그것 말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자연스럽게. 원래는 작가를 가장 하고 싶었는데, 작업하다가 이론이랑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이쪽에 더 관심이 많아져서 기획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됐어요.

이제 : 그렇다면 작품을 구매하시거나 즐기실 때 본인만의 취향이나 관점이 더 많이 개입될 것 같아요,

추성아 : 네 맞아요. 호불호가 좀 강한 편이라서.

이제 : 어떤 작업들을 좋아하시는지, 그리고 어떤 작업을 구입하신 경험이 있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추성아 : 일단 저는 드로잉에서 먼저 시작을 했죠. 아무래도 금액이 상대적으로 낮고 드로잉이랑 페인팅이 주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오브제를 구입하거나 영상을 구입하기엔 그 가격대가 아깝거나,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 쉽게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나이나 시간이 되면 구입을 하겠지만… 지금은 일단 제 집에 걸 수 있는 드로잉이나 그런 회화 작업이 되겠고요.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가격대 안에서 취향은 좀 경우마다 굉장히 달라요. 그건 작가가 작품에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고, 노상호 작가 같은 경우에 제가 되게 좋았던 점은 처음 본게 올해 초에 난지 오픈 스튜디오 시작하면서였는데, 언뜻 보면 드로잉처럼 보이기도 하고, 근데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다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재밌었던 것 같고, 이야기 자체도 굉장히 재밌고 다양하고 독특하고. 이야기들에 좀 공포스러운 면이 많거든요, 성인 만화에 나올 법한 그런 무서운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런 묘함?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었어요.

-

이제 : 전시에서 작업을 보는 것과 구입해서 자기 장소에 걸어두고 오랫동안 보는게 느낌이 다르잖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보시면서 혹시 작업이 다르게 보이는 점이 있으신지?

추성아 : 더 안좋을 때도 있고 더 좋았을 때도 있고.

김민경 : 그걸 좀 자세히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어요. 궁금해요.

추성아 : 뭐냐면 제가 저 작업 같은 경우는 제일 왼쪽에 있는, 저 사람이 있는 저 작업을 처음 보고 이걸 사겠다고 했는데, 다섯 개를 전시하게 됐다고 그래서 앞으로 네 개를 더 그려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한 개만 놓기 좀 뭐해서 아직 나머지 작품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세 개를 구입하겠다고 얘길 했어요. 새로운 공간에서 전시된 걸 보니까 너무 잘 어울리는 거예요? 근데 막상 전시공간에 걸렸을 때랑, 작업실에서 다시 보니 처음에 다가왔던 인상이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일동 웃음).

김민경 : 아니 근데 되게 중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추성아 : 그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왜냐면 쇼핑하듯이 물건에 꽂혀서 바로 구입하는거랑 또 다르잖아요? 이게 그냥 일반적인 물건의 금액이 아니고, 그림을 구입하는데 있어서 아직은 익숙하지 않으니깐. 그래서 어쨌든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두고, 그 다음에 샀던 것 같아요. 막상 집에 갖고 오니까 다른 걸 고를 걸 그랬나 좀 후회가 되기도 하고. 그래서 작업을 집에 걸어 놓고는 처음의 그 감정이랑 굉장히 달랐어요. 그것만 못했던 것 같아요. 정작 저 왼쪽에 있던 건 그 전시때 걸지도 않았거든요. 근데 저게 좋아요 다른 것에 비해서. 저건 그냥 노상호 작가 작업실에 가서 본 건데.

이제 : 벽에 걸린지 얼마나 됐나요?

추성아 : 지금 얼마 안됐어요. 이제 한 달 됐나?

이제 : 또 언젠가 굉장히 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추성아 : 하나 또, 바다를 보고 있는 아저씨 있거든요? 저 작업을 제일 처음 샀어요.

김민경 : 이 다섯 개가 다 시리즈인가요?

추성아 : 시리즈는 아녜요. 그냥 달라요.

이제 : 다른 그림인데 한 가지 맥락으로 읽히네요.

추성아 : 이 작가는 아무래도 워낙 스토리가 다양해서, 뭐 앞으로 꾸준히 그렇게 수집하고 싶어요. 나중에 진짜 벽에 가득 채우고 싶을 정도로.

김민경 : 어, 되게 작가한테 설레는 말이에요. 누군가 나의 작업을 이렇게 계속 모으고 싶다고 생각하다니.

이제 : 액자 같은건 직접 하신 거예요?

추성아 : 저건 작가분이 같이 해주셨어요. 그리고 냉장고에 붙어있는 엽서 혹시 저거 아세요? 최근 노상호 작가님이 전시하셨던, 처음 스케치 상태의 부분을 제가 작업실에 가서 봤는데 그때 느낌이 진짜 좋았거든요. 이게 굉장히 커요 작업이. 한 100호 이상 됐던 것 같아요. 캔버스 천만 그대로 걸었거든요. 저게 좋았는데, 전시 오픈기간이 좀 미뤄지면서 손을 더 대게 된 거예요. 처음이 더 좋았어요 저는. 물론 그 전시에 어울리긴 했어요 굉장히. 사고 싶었는데 좀 나중에 큰 집에 이사 가면 그때 걸어야하나, 고민하는 사이에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 갑자기 너무 아깝ㅎㅎ. 그래서 엽서로 즐기시는 거예요?

추성아 : 네.

-

김민경 : 그러면 관련해서, 아트샵에서 파는 엽서나 그런 아트상품을 작업이라 생각하고 구매하신 적은 없으신지?

추성아 : 전혀 없죠.

-

김민경 : 노상호 작가님 외에 첫 번째로 샀던 작업은 어떤 것인지?

추성아 : 첫 번째요? 이거. 이게 지금 한예종 전문사 하시는, 정세인 작가라고 있어요.

추성아 : 굉장히 잘그리는 작가인데 감각도 좋고. 요즘은 무슨 작업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학부 때 저랑 같이 다녔던 지인이거든요? 그때 너무 맘에 들어서 구입하고. 저기 화장실 옆에 있는 작품도 같은 작가거예요. 이상하게 사게 되면 다 바다… 푸른 계열을 좋아해서.

이제 : 나중에 콜렉션으로 전시가 가능하겠습니다ㅎㅎ.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추성아 : 근데 누군가 말을 하면 그런 걸로 기획을 하고 싶다 그러면…

이제 :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전시죠. 왠지 있을 법도 한데, 그렇죠?

-

김민경 : 구매할 때 저 작업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 같은게?

추성아 : 어쨌든 회화적인 테크닉도 중요하고, 무조건 사실적으로 잘 그리는 테크닉을 말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표현을 잘 하느냐, 그것도 그렇고 기법적인 부분이나 그런데에서 완성도가 있고 색감도 제가 좋아하는 부분이랑 연결고리가 깊다, 그러면… 그런 부분에서 좀 많이 봤던 것 같아요.

김민경 : 작업을 구매하는게 일반적인 사람들에겐 어려운 일일 수도 있잖아요. 본인이 좋아하는 작업을 선택하는데 색감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그런 이야기는 사람들이 작업을 고를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말 같아요.

추성아 : 개인의 취향이 가장 많이 작용하는 것 같고, 이런 첫 작업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같이 작업실을 썼으니까…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으니까, 그냥 단순히 예쁘다,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구매까지 가게 되는… 그리고 제 공간이 생겼을 때 그걸 어떻게 꾸미고 싶다, 이런 문제도 직결되는 것 같긴 해요.

이제 : 자기 공간에 그걸 걸기까지 어떻게 보면 생각보다 되게 긴 시간이 필요한거네요. 보통 그렇게 길게 생각해서 무엇을 산다는게 소비생활에서 일반적이지는 않잖아요.

추성아 : 저 바다 작업 같은 경우는 한 5년 정도 보고 나중에 산거거든요. 선뜻 좋다고 바로 사진 않았고, 계속, 계속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야겠다는 계기나 이런게 맞물리면 그때 사게 되는 것 같아요.

김민경 : 5년이란 시간을 고민했다는게 참 대단하네요.

이제 : 보통 작가들끼리 전시기간 내에 몇 점이 팔렸느니 이런 걸로 서로 묻고 대답하고, 당장 반응이 없다고도 생각하는데. 작가들도 더 긴 시간을 놓고 어떤 소통의 방식을 생각하는게 맞겠단 생각이 들어요.

추성아 : 그리고 처음이 힘든거 같아요. 구매할 때는 처음이 가장 힘들었고, 그렇게 비싸지 않았거든요. 그런데도 그게 선뜻 그 돈을 현금으로 주고 산다는게 그렇게 쉽지 않더라고요. 돈이 있다고 해도. 근데 처음이 힘들지 그다음은 점점 이게 시간의 폭이 짧아져요. 계속 사다 보면 나중에는 더 쉽게 살 수 있겠죠? (일동 웃음).

김민경 : 하루에 한 개씩.

이제 : 집을 넓히시고.

추성아 : 나중에 수장고를 하나ㅎㅎ.

이제 : 응원합니다. 굉장히 적극적인 젊은 컬렉터를 만났네요.

-



-

추성아 : 지금까지 인터뷰하신 다른분들은?

김민경 : 물론 적극적인 분들도 계셨는데 제가 인터뷰한 분들 중에는 제일 많이 구매하신 케이스인 것 같아요.

추성아 : 컬렉팅을 많이, 좀 더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인터뷰의 취지에 안맞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제 : 저희가 처음 세운 기준은 투자의 목적이 아닌 컬렉터들을 만나고 싶다, 어떤분들일지 궁금하다, 그런 의도라서 주변의 기획자나 아는 작가들 작업을 구입하신 분들 위주로 찾아다니다 보니까….

김민경 : 아무래도 행사에 참여하는 젊은 작가들의 소개로 만나다보니.

이제 : 첫 구매를 하신 분도 있고, 젊은 작가를 후원하는 입장에서 컬렉팅을 쭉 진행하고 계신 분도 있고요. 저희로서는 최대한 다양한 ‘컬렉팅’의 모습을 찾는게 중요하니까.

추성아 : 잘 됐으면 좋겠네요. 사람들 반응도 궁금해요.

-

이제 : 지금 미술시장은 상당히 굳어 있잖아요. 정체된 상태인데, 그런 가운데 작가들도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감이 큰 것 같아요. 작업을 오랫동안 보신, 또 현장에 계시는 입장에서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민경 : 본인이 생각하는 현재 미술계의 어떤 상황이라든지.

추성아 : 글쎄 요즘 독립공간 디렉터분들도 젊은 연령대시잖아요? 일단 그분들이 이런 신생공간을 많이 만들고, 좀 많이 생성이 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저는… 이게 수명이 굉장히 짧잖아요. 1년을 넘기기가 힘든 경우도. 버티고 오래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러면 또 그 안에서 여러 담론들이 만들어지니까 공간들이 계속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젊은 작가들도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고, 그런 공간들에서 요즘은 판매까지 이루어지잖아요. 사람들이 공간들에서 더 쉽게 (갤러리보다는)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의지? 그런게 발현되지 않을까 해요. 아무래도 공간 자체가 컨셉이 유휴공간 같은데를 재활용해서 만들기도 하고… 일반 사람들도 접하기 더 친숙한 느낌?

이제 : 그런 공간이 어쨌든 계속 작동하는게 대안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추성아 : 지금 트렌드잖아요. 근데 이러다 올겨울을 넘길 수 있을까, 막 다 이러니까…. (일동 웃음).

김민경 : 겨울이 너무 추워서.

이제 : 오늘 많은 걸 예견하시는거 같다ㅎㅎ.

추성아 : 올해 뭐 굉장히 많았잖아요. 암튼 이런 공간들이 오래 버틸 수 있으면 작가들이나 소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조금 더 새로운 방식으로 그림을 사는, 어떤 체험 같은거를 선사한다 그래야되나? 그리고 요즘은 쓰고 싶은데 많이 소비를 하잖아요. 근데 그게 나름 고가들이란 말이에요. 그니까 그 돈이면 충분히 작품을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정말 평생 가져갈 수 있는 거니깐. 향후 가치가 올라가면 물론 투자의 개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랑 평생 같이 가는거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는 거죠. 그림 같은 것도 그게 꼭 고가를 소비하라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지금 사는 것들도. 그런 소비를 했으면 좋겠어요.

이제 : 말씀하신 대로 처음 몇 번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계기가 되어야 쉽게 컬렉터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

김민경 : 그러면 아무래도 직업이 미술과 많이 맞닿아 있으신데, 작가에 대한 정보는 따로 찾아서 보시나요? 좋아하는 작가나 아니면 작업을 구매한 다음이라든가.

추성아 : 찾아보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어요. 그 작가와 관련된 모든 정보, 전시 텍스트, 이런 걸 다 보고 그러진 않고요.

-

김민경 : 작품을 구매할 때, 작가와 연락을 해서 직접 거래하시나요?

추성아 : 네. 아직까지는 연결점이 있는 분들이었고… 조혜진 작가 작업도 원래 있었는데, 그게 지금 아르코미술관에서 하는 <소리공동체>, 거기 가있거든요. 초반엔 다 지인들이었으니까 특별히 컨택할 것도 없이 그냥 작업실 가서 샀죠. 잘 몰랐던 작가는 노상호 작가가 처음이었습니다.

이제 : 느낌이 다르실 것 같아요.

추성아 : 점점 더 적극적으로 하게 돼요. 무슨 작업을 하는지 더 많이 물어보게 되고. 오히려 지인들에게는 ‘너의 작업이 무엇에 대한 거야?’ 라고 묻지는 않죠. 암묵적인 뭔가, 물어보면 안 될 것 같고ㅎㅎ.

김민경 : 그럼 작업을 구매하실 때 실제 작업을 먼저 보고,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결정을 하셨던거죠?

추성아 : 네. 먼저 ‘구매를 해야겠다’라고 보는 건 아니고. 본 다음에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최소 한 달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

김민경 : 혹시 웹상에서 작업을 먼저 본 경우가 있으신가요?

추성아 : 그야 외국 작가들…. (일동 웃음). 아무래도 국내 작가들은 그런 적이 없고요.

이제 : 그래서 구매로 이어진 경우가 있으신가요?

추성아 : 없죠 아직. 예전에 홍콩아트페어에 한 번 갔을 때 봤던 작품인데, 팀 아이텔이라고 독일 페인터였어요. 그 작가 작업은 정말 사고 싶었는데 굉장히 비쌌던 걸로 기억해요.

-

김민경 : 결제는 현금으로 하셨나요?

추성아 : 네. 당연히.

김민경 : 만약 결제방식에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면, 어떤 걸 선호하실 것 같으세요?

추성아 : 전 그럼 카드를… 현금보다는. 근데 카드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제가 알기로는….

김민경 : 제가 듣기로는 합정지구는 특이한 판매방식을 채택하고 계신데.

이제 : 할부. 현금인데 자동이체 같은 형식으로 좀 나눠서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성아 : 그것도 현금인데요?

김민경 : 12개월 할부 뭐 이런 식….

이제 : 36개월도 가능합니다.

추성아 :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김민경 : 작가 입장에서 그게 더 좋다는 분들도 있어요.

추성아 : 아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 그러려면 굉장히 고가여야 할 것 같은데요?

이제 : 반대로 고가 작업도 구매하고 파는게 가능해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추성아 : 그거는 굉장히… 그런게 있어요? 그럼 저도 그렇게 사고 싶은데ㅎㅎ. 저는 전혀 몰랐어요.

이제 : 아까 작품을 사면 평생 보는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렇게 되면 충분히 가능한 방식인 것 같기도 해요.

추성아 : 카드로 계산했던 경우가 있어요. 대학원 동기인데 지금 서래마을에서 ‘플랫폼 12’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저게… 12*12 사이즈인가? 작은 작품을 누구나 쉽게 살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을 했는데, 기존 작품을 저렇게 축소판으로 따로 요청해서 판매를 하거든요. 이건 솔직히 본인이 가져가는 건 없어요. 정말 얼마 안해서. 10만원 전후였던 것 같아요. 그냥 거기는 카드 받고 그랬었어요.

-

김민경 : 구입하신 작업이 꽤 있으셔서 드리는 질문인데요, 요즘 가장 마음에 드는 작업을 꼽는다면? 어려우시겠지만 여쭤봅니다.

추성아 : 위험한 발언이…ㅎㅎ. 그건 잘 모르겠어요.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이제 : 집의 분위기가 처음에는 깨끗하다고만 느꼈는데, 지금 보니까 다른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그림이 돋보이게 해놓으셨네요. 그런 의도가 느껴지는데요?

추성아 : 어쨌든 이런 작품들의 경우는 장식성이 강하잖아요 상대적으로. 근데 나중에는 더 ‘작업’으로서의 형태가 강한 작품을 많이 보게 돼요. 단순히 시각적으로 ‘집에 잘 어울리겠다’, ‘예쁘다’가 아니라, 좀 더 그 작가 자체의 작업에 포커스를 두고.

이제 : 그 말씀은 꼭 사서 걸어두지 않아도 된다, 뭐 이런 말씀이신거죠?

추성아 : 어차피 뭐, 공간에 다 걸 순 없으니까. 바꾸던지 해도 되고. 잠시 저게 지루해지면….

이제 : 꺼내서 보기도 하고 바꿔보기도 하고?

-

김민경 : 평면 위주로 작업을 많이 구매했다고 하셨잖아요. 만약 점점 작업의 형태를 더 많이 보게 된다면, 다른 매체인 설치라든지, 영상이라든지….

추성아 : 사고 싶어요 전. 최근에 갤러리 조선에서 최성록 작가 개인전을 봤는데 영상작업이거든요. 드론으로 촬영을 했어요. 그런 영상도 있고, 본인이 드론1)으로 촬영한 걸 다 일러스트/그래픽화해서… 그거 제목이 유령의 무엇이었는데, 유령의 높이인가? 그거 한 번 보세요 좋더라고요. 그걸 보고 영상이 사고 싶었어요. 실제로 그 앞에 프라이스 리스트가 있긴 있더라고요. 근데 영상이란게 아직까지는, 저도 이게 회화 작업이었으면 충분히 샀을텐데, 좀 더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1) 카메라가 달려 있어 촬영용으로 사용하는 무인 항공기.

이제 : 그 영상작업을 어떤 형태로 판매하신거죠?

추성아 : 파일 형식이지 않았을까요?

이제 : 그것도 에디션이 있고?

추성아 : 네. 에디션이 있어요. 제가 알기로.

이제 : 여전히 막연하지만, 굿-즈를 준비하면서 뜨겁게 논의되었던 것 중 하나가 그런 문제였어요. 영상이나 퍼포먼스. 무형의 작업들이 어떻게 유통될 수 있는가? 어떤 형태가 가능할까? 그런 논의들. 정답은 없겠지만 최소한 ‘정말 사고 싶다!’ 싶은 작업이 있으셨던 건데. 어떤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게 있나요?

추성아 : 영상 같은 경우, 좀 더 최소한… 에디션이 있고 그걸 구입한 사람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만약에 다른 공간에서 그 영상을 전시해야 한다면 그것을 구입한 컬렉터한테 요청을 한다거나, 그러면 구입에 대한 가치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도 드네요.

김민경 : 근데 영상작가들도 자기 작업을 소유하고 싶다는 존재가 있다는 걸 확실히 알고, 그걸 자신의 공간에서 어떻게 향유하고 보관하고 소비할 수 있는지, 작가들도 분명히 생각해야 하는 시점 같아요. 어쨌든 영상작업을 하면 누가 영상을 사겠어, 라고 생각하니까 애초에 전혀 그럴 여지가 사라져버리거든요.

이제 : 말씀해주신 소유자로서의 어떤 권리, 권한, 그런 부분 흥미롭네요.

추성아 : 왜냐하면 회화작업의 경우, 조혜진 작가가 전시를 할 때 제가 빌려줬듯이, 영상도 똑같이 하나의 작업으로 본다면 그렇게 되어야, 구입한 사람이 내가 헛되게 돈을 쓰진 않았구나란 생각이 들 것 같고요.

-



-

김민경 : 혹시 자신만의, 구매한 작업을 즐기는 방법 같은게 있으신가요? 질리지 않기 위해서.

추성아 : 위치를 바꾼다거나, SNS를 많이 하잖아요 사람들이. 저는 거기다 많이 공개를 하는 편이에요. ‘내가 최근에 이런 작업을 구매했는데 이건 누구의 것이고…’ 등등. 최근 구입한 노상호 작가 그림은 아무래도 스토리가 있으니까 그런걸 같이 올리고. 좋다고 많이 알리고….

이제 : 작가로서도 그걸 보게 되면 기쁘더라고요. 작가가 ‘내 그림 팔렸어요’라고 홍보할 수 없잖아요ㅎㅎ.

추성아 : 좀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정말 고가의 컬렉팅을 하시는 분들은 뭐 옥션이나 이런데서, 굉장히 뭐랄까 익명으로 진행을 한다거나, 거기는 또 진짜 투자의 목적이 짙으니까. 그래서 그런게 강한 것 같아요.

-

김민경 : 추성아님은 자신을 컬렉터라고 생각하시나요?

추성아 :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ㅎㅎ.

김민경 : 그러면 요즘 시대에 맞는 이상적인 컬렉터의 정의를 내려주실 수 있을 것 같은데, 방금 얘기해주셨던 것도 그런 지점 아닌가요?

추성아 : 좀 가벼운 구매를 하는… 일단 컬렉터라고 얘기하려면 어느 정도의 지속성이 있어야 되는데, 한 두 개 사놓고 ‘나는 컬렉터다’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단순히 구매라기보다는 내가 수집을 한다는, 어쨌든 수집가의 개념이니까 단어 그대로. 수집하고 내가 구입한 것들을 나중에 정리할 수 있으면 컬렉터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전 아직은 작품을 구매한지 몇 년 안됐고 앞으로 제가 지속적으로 작업을 구매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아직은 저 스스로 컬렉터인지는 모르겠어요. 지속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김민경 : 그런 포인트는 오늘 처음 들어요.

추성아 :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걸 수도 있고, 너무 당연하다보니 놓치는 부분일 수도 있고.

이제 : 그렇게 생각하면 컬렉터는 정말 작가와 미술과 함께 가는 존재군요. 그런 느낌이 들어 좋네요.

김민경 : 저는 굿-즈라는 행사에 세 명의 주인공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작가, 굿-즈라는 기획주체, 그리고 컬렉터인 것 같아요. 이 세 개가 완성이 돼야, 아직 좋은 선례가 없으니까, 이런 인터뷰도 좋은 선례가 될 거라고 저희는 생각하고요.

추성아 : 이런 경우가 없었나요? 지금, 예전에는?

이제 : 저희는 경험한 바로는 없어요.

김민경 : 80명의 작가가 있지만 페인팅을 하지 않는 분들도 있고, 그런 작가들이 판매를 시도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그전까지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많고요.

이제 : 작가들도, 네, 판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안했던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80명의 작가들이 대부분 5일동안 직접 나와서 판매를 하는데, 현장에서 작가를 만난다는게 되게 중요하다는 컬렉터분들도 계셨어요. 직접 만나서 얘기도 하고 설명도 듣고, 그런 것들이 같이 가게되는 장이니까.

추성아 : 근데 어떤 작가는 정말 자기랑 연결되는 뭔가를 만드는 반면에, 어떤 작가는 자기 작업이랑 완전 별개의 상품을 만들기도 하시더라고요.

이제 : 그래서 기획팀에서 방향에 혼란을 느끼시는 작가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도 했어요. 질문이 들어올 때 저희가 답했던 포인트는, ‘이게 어떤 형태가 되었든 당신의 전시장에 놓았을 때 당신 작업이란 걸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 뭐 이런 얘기들을 계속 나눴어요.

김민경 : 어쩌면 작가들도 판매라는 계기를 통해서 화이트큐브 안의 작업으로서 보여주지 못했던 재미있는 지점들, 다른 가능성들을 끄집어 낼 수 있고, 그런식으로 관객과의 연결점이 찾아진다면, 굿-즈 이후에도 호기심을 가지고 전시를 찾아가게 되지 않을까요?

추성아 : 하긴 그러면 또 다른 형태의 그런 행사가 될 수 있는 거죠. 진짜 어떤식으로 만들어질지 궁금하네요.

-

김민경 : 굿-즈에서 기대하시는 작업의 방향? 혹은 이상적인 굿-즈의 형상 같은게 있으시다면?

추성아 : 작가들이 평소에 안해봤던 다른 시도? 자기 작업에서 할 수 없었던 걸 시도할 수 있는 기회잖아요? 전시를 해야한다는 어떤 그런 얽매임에서 벗어나서 좀 더 편안하게… 작업과 연결하되 재밌는 시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정말 그 작가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갔을 때도 새로운 지점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거니까. 되는 거니까, 향후 어떤 기획자분들은 그걸 발전시켜 같이 전시를 해볼 수도 있고. 근데 구탁소는 어쩌다 이런 행사를 같이 하게 되신 건지….

김민경 : 신생공간들이 같이 굿-즈를 만들면서 저희도 제의를 전해 들었고, 제가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영상이나 설치, 이런 작업들도 같이 판매될 수 있는 행사라는 점에서 매력이….

추성아 : 그러면 영상작업들도 실제로 판매를 할 건가요? 굿-즈에서?

김민경 : 그렇지만 영상작업을 판매할 수 있는 형태, 물질화된 형태로 들고 나와야해요. 그게 저희의 조건이기 때문에. 작가들이 고민을 되게 많이 해야하는 행사죠.

추성아 : 그럼 굿-즈에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은 훨씬 낮… 아, 완전 다른 건가?

이제 : 천차만별이에요

김민경 : 500원부터 1,500만원까지 있어요ㅎㅎ.

추성아 : 아! 저는 이게 좀, 더 저가로 진행 되겠구나, 라고 당연히 생각했었거든요. 그건 또 아니구나.

-

김민경 : 공식적인 질문은 이제 다 끝났습니다.

이제 : 오늘 구체적인 말씀을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

진행 : 김민경, 이제
사진 : 김익현
편집 : 김민경, 윤율리


▲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