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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굿-즈의 조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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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구조를 위한 작은 움직임
‘굿-즈’ 이전의 굿즈goods, 신생에 관한 주석들
기획노트



“굿-즈는 현대미술가들이 모여 자유롭게 자신의 ‘굿-즈’를 판매하는 자리입니다.”

이것은 처음 굿-즈라는 자리를 시작하기로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렸던 문장입니다. 작가들의 작업을 유통할만한 구조가 마땅치 않으니 직접 만들어보자는 단순한 발상을 현실화시키면서 다양한 문제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의 문장은 어떤 행사를 정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히 어떤 작품을 판매하는 것인지 대체 ‘굿-즈’란 무엇인지는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처음 이 자리를 시작할 때 우리도 어떤 행사를 만들고 싶은지 명확히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가능성을 보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렇기에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마치 ‘굿-즈’가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작업과 같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가와 작품 그리고 ‘굿-즈’가 무엇인지를 깔끔하게 정의하는건 상당히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작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행사이니만큼 ‘굿-즈’를 정의하는 시각도 다양했습니다. 여러 의견을 공유하며 구체화하는 기나긴 시간을 보내면서 단순한 ‘판매’행사가 아닌 ‘굿-즈’라는 단어 속에 유통 시스템, 작가들의 작업 이야기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예술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수많은 선택과 결정, 경험의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예술가가 되기 위해 보내는 절대적인 시간의 양은 필연적인 조건 같습니다. 신진작가에게 이 시간을 충족하기 위한 현실의 조건은 가혹할 때가 많습니다. 이번 굿-즈에 함께하는 많은 작가들이 이처럼 어려운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판매라는 영역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로지 판매를 위해 모였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굿-즈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이용해 상품을 양산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또한 우리는 작가가 자신의 이미지를 손쉽게 소비하게 되는 것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굿-즈는 굿즈goods라는 본래의 단어가 지니고 있는 가능성을 통해 작가들의 작업세계, 미술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다른 측면에서 풀어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시작되었습니다. 요컨대, 미술작업의 판매나 유통방법 또는 형식, 그것이 놓일 자리, ‘조건’에 대한 고민을 우리 스스로 풀어가기 위해 모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이 행사는 작품이 유통되는 방식을 참여작가 각자의 독자적인 형식으로 해석하고 제안하는 자리이며, 자신의 작업/‘굿-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를 능동적으로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하나하나의 작품/‘굿-즈’들은 각각 다른 자세와 방법으로 탄생했습니다. 굿-즈를 방문하는 모든 이는 기존의 공산품이나 아트상품, 작품, 예술가들이 제시하는 ‘굿-즈’의 미묘한 차이를 비교하며 즐길 수 있고,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작품을 소장할 수 있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서로 끝없이 이야기하던 시간이 굿-즈라는 자리를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딱딱한 명령체계 없이 중요한 논의가 자유롭게 오갔던 것도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행사의 규모를 생각할 때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반적인 기획 과정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던 자발적인 참여였습니다. 거래가 어려운 작품의 양도방식을 상상하는 일, 작가의 작품이나 그 일부를 구매할 수 있는 경험을 제안하는 일, 기금에 의탁하지 않고 생존하는 법을 찾아가는 일, 작업의 영역에서 완전히 분리해야 했던 작품판매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일 등. 부지런히 지난 10개월의 시간을 보내며 이번 굿-즈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지향하는 바를 수렴함으로써 굿-즈의 구체적인 방향을 만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8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이번 굿-즈에는 온전하게 자신의 작품을 내보이는 작가도, 적극적으로 새로운 ‘굿-즈’의 형식을 선보이는 작가도 있습니다. 작가들이 생각하는 ‘굿-즈’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이 자리가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기대와 궁금증이 남습니다.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는 미술가들이 당장 눈 앞의 정답을 만들어낼 수는 없겠지만, ‘굿-즈’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이 계속되고 그 질문에 대해 다시 중요한 질문이 이어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굿-즈 기획팀 (돈선필 외 3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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